거세당한 국가대표 'KBS스페셜'
거세당한 국가대표 'KBS스페셜'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2.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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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추위위원회 보고서 23호

 

거세당한 국가대표'KBS 스페셜'

 

스페셜 작전명! “가카의 업적을 찬양하라”

 

지난 일요일 (2월 12일) 밤, '아덴만의 용사들, 밀착취재 청해부대’가 KBS스페셜을 통해 전파를 탔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 9진의 훈련과 생활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우려했던 대로 군 홍보 프로그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수 년 전 폐지되었던 '청춘 신고합니다' 프로그램의 부대 소개 코너를 한 시간 동안 지켜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공영방송 KBS의 대표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의 자존심은 온데 간데 없었다. 청해부대의 놀라운 작전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돈으로 인질을 구출하는 나라의 오명을 벗었다'는 부분에서는 이 작전이 적절성 논란에 휩싸여 있고, 심지어 MBC <시사매거진 2580>(2010년 10월 2일 ‘그날 아덴만에서는’) 등 경쟁사 시사프로그램에서 작전 자체에 대한 논란을 주제로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애써 눈 감은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 해 1월 21일 구출작전이 있던 날, KBS 9시 뉴스에서는 이 작전을 이명박 대통령이 ‘막후에서 지원’했고, ‘이번 구출 작전은 이명박 대통령의 명령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대통령의 공적을 한껏 찬양했다. 이후 나온 아덴만 관련 방송은 이런 프레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KBS스페셜’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KBS스페셜 '아덴만의 용사들, 밀착취재 청해부대' (2012.2.12)

 

외주사를 동원해 제작된 관제프로그램

 

사실 이러한 우려는 우리 조합이 방송 전부터 이미 제기한 바 있고 심지어 'KBS 스페셜'을 제작하는 일선 PD들도 성명서를 발표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페셜팀의 일선 PD들은 지난 2월 7일 사내 게시판에 '관제 홍보 방송의 유령이 KBS 스페셜을 떠돌고 있다'는 성명서를 게시해, 작전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을 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홍보성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 과정에서도 일반 아이템과 달리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만들어진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 관제 아이템 외주 제작의 전형이며, 'KBS 스페셜'의 공정성과 제작진의 양심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콘텐츠 본부장을 비롯한 제작책임자들은 'KBS가 아덴만의 영웅 작전 1주기를 맞아 당연히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로 방송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아이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지난 해 11월 말 KBS 스페셜을 제작하는 한 PD조합원은 EP와 당시 국장으로부터 연이어 '아덴만의 작전'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작전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제안을 거부했고, 이후 KBS 스페셜의 일선 PD들은 이 아이템이 소위 'kill'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1월 말이 되어서 우연히 'KBS 스페셜'팀의 자료조사원들을 통해서 '아덴만의 작전'아이템이 외주 PD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방송일자까지 확정되어 있었지만 'KBS 스페셜'의 PD들은 알지도 못한 채, 제작 책임자들과 외주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작책임자들은 이 외주PD에게 공식 기획안 제출도 요구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애초 아이템 발제도 국장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일선 PD들이 아이템에 동의하지 않자 몰래 외주사를 동원해 논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은 해당 주제가 국장이 아니라 그 윗선에 의해 지시되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외주동원 관제프로그램, KBS스페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렇게 제작진들이 동의하지 않는 관제성 아이템이 외주제작을 통해서 방송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1월 6일에 방송된 '미래 자원전쟁, 대한민국 생존의 조건'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협찬을 얻어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논리를 충실히 설명해주기 위한 확성기가 되었다. 요즘 제기되는 자원외교 논란이 당시에도 거론되고 있었지만 KBS 대표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시사프로그램은 협찬을 받지 않아야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프로그램 제작의 기본은 헌신짝처럼 내팽겨쳐 졌다. 심지어 당시 CP가 원고를 수정하기 전의 제작본은 미처 눈뜨고 보기도 힘들 정도의 홍보문구로 가득 차 있었다는 후일담이다. 이렇듯 'KBS 스페셜'은 소위 관제특집이 방송되는 통로로 경영진에 의해 애용되고 있다. 'G20'때도 그랬고 '천안함 침몰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KBS스페셜 ‘미래 자원전쟁, 대한민국 생존의 조건’(2011.11.6)

 

 

KBS스페셜이여 부활하라!

 

한때 'KBS 스페셜'은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를 열망하는 PD들의 목표이자 지향점이었다.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추적60분'은 'KBS 스페셜'의 종착점을 향해가는 훈련소이자 기착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PD사회에서 현재 'KBS 스페셜'의 위치는 '거세당한 대표선수'로 전락했다. 한국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야 할 대표선수가 그 역할을 뒤로한 채 윗선 지시에 의한 관제 홍보 프로그램을 대량생산한다는 오명 탓이다. 그러다보니 방송 이후 인터넷 상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격려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특유의 어젠다 세팅 기능도 없어졌다.

'KBS 스페셜'을 제작하는 한 PD는 오더성 아이템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평가회의 마저 사라지고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이 사라지면서 스페셜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한탄스레 한다.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강제 이관되고 '시사투나잇'과 '시사360'이 사라지면서 'KBS 스페셜'이 콘텐츠본부에서 시사 현안을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역할을 방기한 지도 한참이다. '비정규직 리포트'나 'We are 99%' 등의 프로그램은 가뭄에 콩 난 듯 하고 '정율성' 프로그램은 이사회까지 나서서 프로그램을 결방시키면서 수개월이 지나서야 방송되는 치욕을 겪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더 이상 우리의 대표선수가 관제 홍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제 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다.

아울러 제작 책임자들은 현재의 KBS 스페셜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길 바란다. 얼마나 많은 일선 제작진들이 당신들을 책망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KBS 스페셜을 조롱하며 눈을 돌리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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