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 뻔뻔할 수 있는가?
어찌 이리 뻔뻔할 수 있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2.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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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 뻔뻔할 수 있는가?

- 정두언 연속 출연과 ‘2010 명사 스페셜’ 파문을 보며 -

여권 인사들을 예능프로그램들에 출연시켜 노골적으로 홍보해주고 담당 책임자들은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심한 상황이 공영방송 KBS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40분 예능제작국에서 제작한 ‘설 특집 2010 명사스페셜’이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을 본 국민과 KBS 구성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소위 명사로 출연한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균형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11명 중 5명이 정치권 인사였는데, 그 중 4명이 범여권 인사들(김문수 경기지사, 주호영 특임장관,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고 야권 인사는 1명(박지원 민주당 의원)이었다. ‘공정방송’, ‘중립’을 말하면서 이런 편파 방송이 어디 있는가?

이들을 출연시키면서 화면 자막과 MC멘트를 동원한 찬사는 낯부끄러워 소름이 돋을 정도다. “매주 일요일 택시 기사까지, 봉사는 평생 그의 덕목! 김문수”, “소통과 화합의 대명사! 주호영”, “의리로 뭉쳐진 국민의 친구! 정진석” 등등. “요즘 결식아동 돕기에 바쁘시죠. 앞서가는 경기도의 행동하는 도지사”라는 칭찬 멘트도 나온다.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이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시청자 상담실을 통해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다. 법적 시비를 떠나 5공 시절보다 더 노골적이고 낯 뜨거운 방송이 공영방송 KBS 전파를 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린음악회, 사랑의 리퀘스트 등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던 예능 프로그램들, KBS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몇 달 사이에 5회나 KBS에 출연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연예가 중계’(2009.10.3), ‘사랑의 리퀘스트(11.21), ‘열린 음악회’(12.31), ‘여유만만’(2010.1.13), ‘콘서트 7080’(1.31) 등 4달 못 되는 기간 동안 5개 프로그램에 정두언 의원이 연속했다. 아니 6회 연속 출연 기록을 세울 뻔 했다. ‘설 특집 2010 명사스페셜’에서도 본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을 출연시키려 했었다. 코비스 편성제작정보를 보면 애초 기획안은 정두언 의원을 출연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정두언 의원의 연속 출연이 구설수에 오르자 녹화를 앞두고 다른 인사로 갑자기 대체되었다.

정두언 의원이 누구인가? 소위 친이 직계로서 세종시 논란의 한 가운데서 박근혜씨 비판에 총대를 메고 있는 인사가 아닌가? 이런 인물을 KBS 예능 프로그램만 연속 4회 출연시켰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어느 한 프로그램 연출자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담당 CP와 국장의 문제다. 또한 그 기간 동안 외주 프로그램에도 한 차례 출연했다. 회사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누군가 회사 고위 경영진의 개입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번 사장 선임 과정에 정두언 의원이 깊숙이 개입했었다는 일각의 설을 떠 올리게 한다.

프로그램의 연출자나 CP, 국장은 정치인을 출연시키는데 예민하다. 문제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담당 CP와 국장은 여러 가지 측면을 검토한다. 중복 출연이나 연속 출연의 경우 담당 연출자가 체크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CP와 국장은 소위 게이트 키핑을 통해서 크로스 체크를 하게 되고 이번 사건의 경우 예능제작국 담당 CP와 국장이 정의원의 연속 출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고의적이다. 예능제작국 CP와 국장이 외부의 정치권으로부터 직접 또는 회사 고위층 누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요청받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담당 CP의 해명이다.

“노래를 못 부르면 출연을 꺼리기 때문에 섭외가 수월치 않다. 그래서 출연이 가능한 사람 위주로 섭외하다 보니 여야 균형을 맞출 수 없었다.”, “오락 프로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이나 색깔 갖고 제작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프로그램이 정치적 홍보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프로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명사들의 노래실력이나 인생관을 듣고자 한 것으로 특정인 미화 의도는 없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사람들이 너무 뻔뻔해졌다. 이러고도 KBS인으로서 고개를 들 수 있단 말인가? KBS가 무너져도 너무 무너져 가고 있다. 하지만 사내에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제어하는 힘은 전혀 없고 밀어붙이기식 일방주의만이 판을 치고 있다.

김인규 특보사장에게 촉구한다. 친정부적인 홍보 방송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당장 문책하라. 그리고 KBS의 주인인 국민에게 사과하라.

<끝>

2010년 2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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