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특보 6호] KBS 사찰 문건을 해부한다
[파업특보 6호] KBS 사찰 문건을 해부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4.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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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찰 문건을 해부한다!

김인규 취임 저지 총파업 부결과 KBS 노동조합

2페이지의 KBS 사찰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9년 말 김인규 사장 취임 반대 총파업 투표 부결의 원인 중 하나로 당시 단일 노조였던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입장을 언급한 부분이다. 문건에서는 부결의 원인으로 수요회 등 친 김인규 세력의 활동, 공채출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총파업에 부담을 느낀 노조집행부의 조직표 동원’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당시 노조 집행부는 강동구 위원장이 단식까지 하며 총파업투표의 가결을 호소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찬성율이 재적 대비 48.15%에 그쳐 결국 부결됐다. 그럼에도 사찰 문건에서 당시 노조 집행부가 부담감 때문에 조직적으로 파업을 부결시켰다고 언급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강동구 당시 위원장의 적극적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파업이 부결된 후 언론노조 KBS가 출범하는 와중에 1월 4일 시무식에서 강동구 위원장과 김인규 사장이 떡케이크를 커팅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노조 집행부는 김인규 사장을 인정하는 수순에 들어간다.

BCG 컨설팅과 조직개편 ?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KBS를 장악하라”

김인규 사장은 취임 후 2010년 상반기에 BCG에 24억원을 주고 경영 컨설팅을 실시했고, 이에 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제작진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반발을 함에도 불구하고 <추적 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되는 등, 조직개편은 결국 강행됐다. 그런데 사찰문건에 따르면 이 조직개편은 김인규의 KBS 장악을 위한 말 그대로의 사기극이었다. 문건은 KBS에서 ‘구조조정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경영진단 결과에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조직개편은 그의 말처럼 KBS를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해 ‘장악’하기 위한 음험한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가기관이 공식 인정한 수요회

김인규를 지지하는 사조직으로 알려진 ‘수요회’에 대해서 관련자들은 이의 존재를 극구 부인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정연주 전 KBS사장이 수요회에 대해 언급한 ‘오마이뉴스’ 기고를 이정봉, 고대영 등 9명이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며칠 후 보도국 정치외교부 전종철씨는 코비스에 글을 게시, 수요회의 존재에 대한 논란은 ‘근거 없는 의혹제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찰보고서에는 수요회가 ‘2008년 사장 선임시 김인규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됐으며 회장이 이정봉, 수요회를 이끌고 있는 이는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총리실이 수요회와 그 핵심 멤버들의 존재에 대해 인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인규 사장에 대한 사찰팀의 평가

 

이번에 공개된 사찰 문건 중에는 YTN의 상황과 배석규 현재 사장에 대한 평가도 있다. 배석규씨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이다.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이고,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는 것.

반면 김인규씨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봤으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정적이다.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면서 취임 직후 봉사활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KBS가 친정부 방송해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한다고 질책한다.

한편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장 등 그의 측근들에 대한 평가도 재미있다.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는 것. 대단히 정확한 분석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김인규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지도방향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것. 김인규는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해야 하고 ‘KBS 통합을 위해 측근들의 언행 조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병순 전 사장과 강동순 전 감사의 지지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니 이들의 협조가 조직 안정 및 통솔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인규는 단순한 사찰 대상이 아니라 KBS를 장악하기 정권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낙하산이었음을 이번 사찰 문건은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재훈 KBS노조 위원장에게 공식 제안합니다

 

MB 정부의 쓰나미급 전방위적 사찰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가 특종 보도한 국무총리실 문건 중 2009년에 작성된 건과 관련해 공영방송 노조와 종사자로서 유감을 표합니다. 기본적으로 정권이 공영방송사의 동향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문건과 관련해 KBS노조 최재훈 위원장에 아래와 같이 공식 제안합니다.

 

2009년 12월 2일 당시 단일 노조였던 KBS노조(위원장 강동구, 부위원장 최재훈)는 김인규 사장 취임 반대의 기치를 내 걸고 총파업 투표를 했으나 부결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파업에 부담을 느낀 노조 집행부의 조직표 동원 등으로 투표가 부결되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는 공영방송 KBS 노조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건에 적시된 ‘조직표 동원’이 사실이 아니라면 중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반드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법적 조치를 취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 집행부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병순 전 사장을 지지하였으나 김인규가 사장에 취임하자 친 김인규로 선회’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KBS노조를 마치 기회주의적 집단처럼 보고해 공영방송 노조에 대해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시 KBS노조는 김인규 사장을 반대해 단식 투쟁을 하다가 입장을 바꿔 2010년 신년 하례회 때는 노사가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입장 변경의 이유를 대외적으로 공표해 명예 회복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김영해 부사장은 기술본부장 출신으로 노조(위원장 강동구, 기술직)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병순 전 사장 세력의 협조를 이끌어냄’ 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선거에 부당 개입하고 건강한 노사관계를 망쳤던 인물로 평가되는 김영해 전 부사장이 당시 노조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병순 전 사장 세력의 협조를 받았다는 것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법적 조치를 취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세 가지 제안을 받아들여 반듯한 공영방송 KBS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태주십시오. 더불어 문건에서도 밝혀졌듯이 정권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에 KBS노조가 반드시 함께 하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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