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정치인들의 홍보매체가 아니다!
KBS는 정치인들의 홍보매체가 아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2.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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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정치인들의 홍보매체가 아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몇 개월간 KBS의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한 데 이어 여권 인사들의 대거 출연한 <명사스페셜> 방송 후 KBS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제작현장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들어봤다.

■ 좌절(?)된 정두언 의원의 ‘KBS 출연 6관왕’




지난 2월 15일 설연휴에 방송된 <설 특집 명사 2010 스페셜>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주호영 특임장관,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 여권 인사 4명이 무더기로 출연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야권 인사로 출연하기는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편향적인 출연자 선정과 ‘행동하는 도지사’ 운운하는 찬사는 사내외의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다. 방송후 시청자 일일상담 보고서에 올라온 의견에서 한 시청자는 ‘명사들의 스페셜이란 미명하에 사전 선거운동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김문수 지사의 경우는 지자체장에 재출마를 하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에 출연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명사스페셜>에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출연할 예정이었다가 취소가 됐다. 만약 출연이 이뤄졌다면 정치인이 교양·오락프로그램에 4개월 여 동안 6번이나 출연하는 기록을 세울 뻔 했다. 정의원은 녹화일(2월 6일) 직전까지 출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2월 4일 편성제작회의에서 ‘타프로그램 출연빈도 등 검토하여 출연자 변경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사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자 출연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떤 경로로 출연을 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사랑의 리퀘스트>, <열린음악회> 등에서는 데스크로부터 정두언 의원을 출연시키라는 지시가 직접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정치인이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교양·오락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출연한 것은 아마도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이는 예능국장을 비롯한 간부진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사안이다. 개별 제작진들과는 달리 간부진들은 사전에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고도 출연을 강행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측은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정두언 의원 출연 2주 후.. 이번엔 윤상현 의원



<사랑의 리퀘스트>에 정두언 의원이 출연한 것은 지난 11월 21일. 그런데 2주 후인 12월 5일에는 이 프로그램에 같은 한나라당의 윤상현 의원이 출연을 했다.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이 2주 간격으로 연달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방송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황영조, 장윤창, 임오경 씨 등 과거의 스포츠스타들과 함께 인천 남구 숭의동 재개발 지역에서 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해주고 자장면을 대접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그런데 인천의 숭의동은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인 남구 을에 속해 있는 곳이다. 결국 자신의 지역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방송으로 소개가 된 것. 본인으로서는 1석 2조의 홍보 효과를 봤겠지만 과연 이것을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공영방송 KBS가 이를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부당한 지시, 간섭은 단호히 거부해야

정치인들에게 대체로 정치와 관련 없는 교양·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민들과 어울려 일을 하고, 소탈하게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백마디의 연설보다 유권자들에게 훨씬 더 친숙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으면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들에게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출연이 프로그램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 형평성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을 출연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금도의 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능 PD들은 이에 대해 분명히 전보다 아이템이나 출연자 선정에 위로부터의 ‘오더’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뻔뻔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아이템이나 출연자 선정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일선 제작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08년 8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제작에 대한 불합리한 간섭이 많아지고, 사측과의 계속된 싸움으로 피로감이 누적돼 패배주의적 정서가 확산돼 있는 것도 이러한 일이 발생한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실무 PD들 사이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제작 과정에서부터 느낀 경우가 많았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예능제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선 제작진들이 공통으로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제작현장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이 어디선가 떨어진 ‘오더’가 전에 없이 난무를 하고 있다. 경영진과 간부들이 후배들과 시청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느낀다면 제작자율성을 무시하는 이러한 행위들은 즉각 중단을 해야 한다.

아울러 제작진들 역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지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를 해야 한다. KBS 방송강령에는 ‘방송편성권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보도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함에 있어 외부의 압력은 물론 내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한다.’라고 되어 있다. 부당한 간섭을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제작자 자신에게도 있다는 의미이다.


☞ 공방위 보고서 3호 전체 내용은 아래 첨부된 PDF 파일을 다운받으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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