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특보 10호]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청과 정치공작
[파업특보 10호]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청과 정치공작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5.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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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사>

2면 : 누가 녹취록을 건넸나?

3면 : KBS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측, 집행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4면 : '외부인'이 기사 작성...사상 초유의 시청자 우롱행위

후배 해고에 고자질 행태...보도본부의 한 팀장

 

누가 녹취록을 건넸나?

누가 녹취록을 건넸나? 이른바 ‘민주당 당대표실 불법 도청사건’의 핵심은

도청이 아니라 녹취록의 ‘정치적 유출’이다. KBS새노조는 녹취록의 정치적 유

출이 KBS내부 소행임을 확인했다. 도청사건의 핵심당사자를 통해서다.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기자는 총선 전 노동조합 핵심수뇌부를 만나 “나는 도

청도 하지 않고 건네주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나도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

형식적 논리로만 따지면 이 조합원이 도청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설득력

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종합하면 해당조합원의 핸드폰이 당대표

실에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 핸드폰을 해당조합원이 직접 당대표실

에 갖다 놓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다른 공모자가 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오고 있

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조합원이 말한 그 다음 부분이다.

 

“나는 건네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졌다.”

 

이 말은 KBS 내부에 이 녹취록을 건넨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

고 이 조합원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말이다. 핸드폰으로 녹음하

거나 녹취록을 만든 사람들은 해당조합원처럼 모두 말단 기자였을 것이다. 문

제는 이 녹취록을 보고 검토한 뒤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

실에 전달한 사람이 KBS내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핵심요직에 여전

히 건재함을 이 조합원은 암시했다. 당혹스럽다.

녹취록을 건넨 자, 녹취록을 건네라고 시킨 자, 그리고 이를 최종 승인한 자

는 누구인가? MB특보 김인규 사장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혹 녹취록을

유출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김 사장 본인이 아닌가? 공영방송의 언론인이 자신

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 정당의 의원실과 협잡했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스스로 언론인임을 포기한 행위이며 현재

의 KBS 핵심 수뇌부가 사실은 집권여당의 정치적 술수를 위해 봉사하는 사익

추구집단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도청의 당사자로 지목된 기자는 도청의혹이 불거지

자 갑자기 핸드폰과 컴퓨터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보도본부

장은 이에 책임을 묻지 않고 친히 핸드폰을 선물하는 관용을 베풀었다. 김인규

사장은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애매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증거가

인멸되고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입을 닫고 담합한 상황에서 경찰 역시 적극적

수사를 펴지 못했다. 1년 후,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기자는 물론 당시 KBS정치

부의 핵심멤버들은 여전히 정치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정치

부장은 곧 워싱턴 지국장으로 영전한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철면피들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그동안 도청의 당사자로 지목된 우리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

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면서 그의 양심에 호소했다. 자기 고백을 한다면 조

합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보호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해당 조합원은

정치부와 노동조합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로 일관해왔다. 3월 6일 조합의 파

업이후 집회에 나오지도 않았으며 파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해당 조합원은

동료와 선배기자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진정성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총

선이후에는 전화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의혹의 당사자들, 이 문제에 가장 핵심인 녹취록 유출에 관여했거나

알고 있을법한 KBS 정치부의 실무책임자들에게도 호소했지만 그들 역시 조

합의 호소를 묵살했다. 오히려 화를 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KBS의 이

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은 자신들의 이익에, 자신들의 자리 지키

기기에, 자신들의 출세와 영달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겠지만...

그러나 이 사건이 영원한 미제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BS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법적,윤리적 측면에서 그냥 어물

쩍 넘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이 여전히

KBS정치부와 사장을 포함한 핵심수뇌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너희들이 했지. 그렇지 않다면 과연 누가 했겠어?”

시청자가 공영방송사를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공신력 있

는 언론사로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김인규 사장이 임기기간

내내 외쳐온 수신료 인상 문제도 ‘도청’이란 말 한마디면 비아냥의 대상이 될

뿐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기 힘들다. 이 문제는 KBS 스스로 풀어야 한다.

스스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리셋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는 구호로 지난 60여일의

기나긴 파업투쟁을 이끌어왔다. KBS가 거듭나지 않으면 영원히 시청자인 국

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부끄러움에서 출발한 싸움이다. 우

리는 거듭나야 한다.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살을 깎는 쇄신이 필요하

다. 쇄신은 자기 고백과 사회적 용서에서 시작한다. 그래야 거듭날 수 있다.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당하고 나서야 만천하에 우리의 속살이 드러난다면

그 멍에는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결국은 출세해서 챙겨먹은 그들이

아닌 남겨진 우리의 몫이다. 제발 지금이라도 스스로 밝혀라. 당신들이 진정

으로 공영방송 KBS를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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