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 5호] 김인규 100일 새노조 100일
[특보 5호] 김인규 100일 새노조 100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3.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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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신문에 묘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홍보도 못했는데 베스트셀러? 누구냐, 넌>. 자극적인 제목의 책 기사였는데, 정작 책 기사 어디에서도 책의 제목을 말하지 않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신문에서, 포털에서, 지하철에서 광고를 거부당하고도 출간 5주 만에 7만 5천부가 팔린 책, 책 제목을 말할 수 없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책입니다.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광고도 못한 <삼성을 생각한다>가 왜 잘 팔린다고 생각하세요? 한국 언론이 삼성을 말하지 않으니까, 이런 책이 잘 팔리는 거 아닐까요? 언론이 삼성을 자유롭게 말하면, 이런 책이 팔릴까요? <삼성을 생각한다>가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반대로 한국 언론이 위기라는 거죠. 그걸 말하고 있는 겁니다.”

 

KBS는 이제 ‘삼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본 권력의 감춰진 사실을 분석하고 파헤쳐서 길어낸 ‘불편한 진실’로 그들을 감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삼성’을 말합니다. ‘기업 열전 K-1’, ‘일류로 가는 길’, ‘명가’, ‘만덕’, ‘부자의 탄생’... ‘불편한 진실’이 아닌 ‘편안한 사실’로 ‘삼성’을 말합니다. KBS는 이제 정치 권력도 말하지 않습니다. 정치 권력의 이면을 파헤치는 탐사보도는 사라지고, 기계적 중립의 틀에 갇혀 현실을 인정하는 방식으로만 말합니다. 가끔은 정치 권력이 KBS에 직접 등장해 20년 전 방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정치 권력의 핵심에 있는 정두언, 김문수, 윤상현 등이 KBS 화면과 마이크를 빌려, 자신들의 말을 자신 있게 하고 있습니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두 눈 부릅뜨고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입사할 때 배웠는데, KBS의 현실은 이제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 언론의 사명은 어디에 있는지 따지고 다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절정이 MBC 의 광우병 보도였습니다. 무죄 판결문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항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정책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은 언론 보도의 사명”이라고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했습니다. 그만큼 현실이 척박해서입니다.

 

지난 3월 2일 공사창립 37주년 기념식장, “공정성 확보는 공영방송의 생명입니다. 공정성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무엇보다 사실성과 불편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김인규 사장의 말입니다. ‘사실성과 불편부당성’을 말하면서도 ‘감시와 비판’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김인규 사장의 ‘확실한 공영방송론’의 실체이자 한계입니다. 김인규 사장은 그날 공사창립 기념식장에서 취임 100일이 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습니다. 김인규 사장과 함께 시작한 새노조의 각오도 남다릅니다. ‘김인규 사장 100일’은 새노조가 왜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낀 100일이기도 합니다.

 

-엄경철 드림

 

 

 

 

 


 

 

새봄에,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립니다.

눈 감기고 귀 막히고 목소리 짓눌린, 가위 눌린 언론을 일으켜 세울 희망입니다.

세상은 이를‘KBS 새 노조’라 부릅니다.

수난의 한국 언론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입니다.

‘빼앗긴 국민의 방송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린 장정(長征).’

 

그러나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전경버스가 사슬처럼 휘감고, 더러운 군홧발이 짓밟던 이곳은...

길의 끝입니다. 길은 여기서 멈추었고 앞은 사나운 가시덤불입니다.

두려움을 자르고 한 줄 저항의 노래를 떠올립니다.

‘지금 길의 끝에 서 있다면, 그건 우리가 제대로 걸어온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폭압적인 정권 아래에서 우리가 걸을 길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거짓의 길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새 길을 만들어 나갑시다.

오늘 이 희망을 가슴 깊이 품고, 빼앗기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 길은 더 큰 길로 이어질 것입니다.

손발이 터지고 찢겨 피눈물로 닦여질 이 길을, 우리가 편히 걸을 기회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쉬울 것도, 억울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택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뒤를 이어 이 길을 밟을 언론노동자들이우리를 기억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 <법원, "김인규는 새노조와 단체교섭에 응하라"-새노조 교섭권 인정>, 각계 인사들의 새노조 출범에 대한 '힘주는 글' 등 KBS본부 '특보5호'의 모든 기사는 첨부한 PDF 파일을 다운받아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조합원 810명의 코비스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노조의 주인이고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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