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으로 '국풍81' 재현
동계올림픽으로 '국풍81' 재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3.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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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풍 2010’

 

지난 2월 26일, 뱅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당일 9시 뉴스에서는 김연아 선수에 관한 리포트만 무려 12꼭지가 블록 편집됐다. 그 다음날 <국민의 희망 김연아 스페셜>이 앙코르 방송됐고, 이후 동계올림픽 관련 특집 방송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선수단이 귀국하던 3월 2일에는 이례적으로 뉴스특보에서 이를 생중계했고, 그날 저녁에는 3건의 올림픽 특집방송이 편성이 됐다.

 

‘올림픽 올인 방송’은 지난 7일 최고점에 달했다. 방송3사가 공동으로 <밴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음악회>를 생중계했다. 공동 중계하라는 올림픽은 하지 못하더니 음악회 공동 중계에는 잘도 합의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세 방송사가 똑같은 음악회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보며 과거 5공 군사 독재시절 초기 열린 ‘국풍81’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다. ‘국풍 81’은 전두환 독재정권이 방송과 언론을 동원해 ‘5.18 민주화운동’의 여진을 희석시키고, 언론통폐합으로 여론 장악을 끝낸 것을 기념해 연 자축 파티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갑작스런 제작 지시...품질은?...정권 홍보 의도 숨어 있어

 

‘로우 키’로 시작했던 KBS의 올림픽 방송 태도는 설을 전후로 급변했다. 갑자기 차출된 일선 PD와 기자들은 온몸을 던져 허겁지겁 방송시간을 메워야 했다. 하지만 올림픽 영상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떨어진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부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였다.

 

지난 2월 28일(일요일) 방송된 <김연아 스페셜-연아의 마법,세계를 홀리다>는 그 대표적인 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2월 26일 금요일. 그런데 일요일 방송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4,5 명의 PD들이 달라붙어 밤을 새워 불과 사흘 만에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방송은 1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시청자들의 비난은 거셌다. ‘과거의 화면을 재탕한데 지나지 않았다’, ‘왜 아사다 마오가 그렇게 많이 나오냐, KBS에 실망했다’ 등과 같은 내용들로 시청자 게시판은 도배가 됐다.

 

<김연아 스페셜> 건을 비롯해 이번 올림픽 관련 특집 방송을 문제 삼는 것은 이런 막무가내 식 특집 제작 지시가 그동안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일선 제작진은 시간적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떨어지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에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급조된 프로그램들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정부. 여당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올림픽 특집방송도 많은 제작진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도가 별로 순수하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장 눈앞에 떨어진 방송을 막느라 이런 문제의식은 묻힐 수밖에 없었다.

 

특보 사장 취임 이후 연탄 나르기를 시작으로 연말특집, 정부협찬 특집, 헌혈 특집, 창사 특집에서 올림픽 특집까지.. 현재의 ‘특집’러시는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특집 프로그램을 통한 노골적인 정권 홍보로 KBS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 이미 한 두 번이 아니지 않는가? 사측은 더 이상 부작용이 커지기 전에 정체불명의 특집 프로그램 제작 지시를 멈춰야 한다.

 

☞ <'공'만 있고 '과'는 없는 'MB 2년' 보도>, <오락가락 올림픽 보도>, <일선 기자의 동계올림픽 보도기> 등 공방위보고서 전체 내용은 아래 '특보5호'를 다운받으면 모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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