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석찬이 망친 라디오
변석찬이 망친 라디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7.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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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엔 배후가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정권홍보와 편파방송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1라디오를 모니터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60여 차례에 가까운 회의를 진행해왔다.

1라디오에서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와 타채널의 PD들이 매주 함께 모여 한주간의 방송을 돌아보면서 주요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을 1라디오가 어떻게 다루는지 또 타방송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비교검토함으로써 1라디오의 공정성, 불편부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대통령 주례연설로부터 시작해 G20 찬양방송으로 이어진, KTV에 버금가는 국정홍보방송 사례는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어 생략하겠지만 1라디오에선 다양한 기법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해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그 기법들을 소개한다.

 

 

1)딴.짓.하.기

 

조중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핫이슈를 아예 언급조차 안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언론을 접하는 소비자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1) 4.27 재보선때 김해을 야권단일후보가 된 김봉수 후보자 인터뷰는 경쟁자인 여당의 김태호후보가 인터뷰를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법에 위반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당일 타방송사는 모두 김봉수후보자를 인터뷰했다.

2) 북한이 대한민국정부 관계자와의 중국에서의 비밀접촉을 폭로한 사건 (2011.6.2.)1라디오에서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3) 6.10항쟁과 반값등록금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날, 아침 시사프로그램은 국가정보원 창설 50주년행사를 아이템으로 다뤘다.

 

 

2)해.바.라.기

 

1) 김정일 방중과 5.24조치(대북교역중단조치) 1년이 되는 시점에서 1라디오는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국정원산하)를 연결해 방송을 하는 동안 타방송사는 대북경협의 재개 요구하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2) ·EU FTA 발효일 (2011.7.1.) 1라디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초대해 FTA의 기대효과, 대책, ·FTA 전망 등을 물어본다. 교섭당사자에게 무슨 얘기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그러다 보니 내곡동 사저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사업, 천안함, 최시중 등 측근 비리 같은 권력형 비리나 불법행위들은 1라디오에선 기자들의 간단한 브리핑으로 끝나거나 자취를 감춰버렸다.

 

 

3)외.면.하.기

 

언론의 권력감시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권력에 의한 피해자들, 즉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용산철거민들의 참사쌍용차 해고자그리고 한진중공업노동자들의 목소리는 1라디오에선 들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대변인을 자칭하는 교수들이 가끔출연해 상황을 정리하는 멘트만 날릴 뿐이다.

 

4)아이템 알.박.기

 

·차관과 고위급 관료들을 미리 섭외해 프로그램 메인 아이템이 나가야할 시간에 알을 박아 놓는다. 긴급한 이슈나 hot한 아이템은 미리 섭외된 사람이 있기 때문에다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사프로그램이 밋밋한 인물 인터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기계적인 섭외방식이다.

더 심한 것은 각종 ‘00주녀’ ‘00주기특별기획이다. 아이템의 소구력이 떨어지고 시사현안을 외면하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몇 년은 깨알같이 챙긴다. 이건 이슈를 외면하는 또다른 알박기 기법인 동시에 미리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좋은 보고서용 아이템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이쯤되면 1라디오 시사프로의 주인은 청취자가 아니라 라디오 간부인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변석찬 라디오 센터장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어쩌다 한번 일어난 희귀한 일들이 아니다. 매일 매일 프로그램별로 선정되는 아이템들은 부장이 주재하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조율되고 윗선에 보고되기 때문에 공정방송의 심각한 훼손 그 뒤엔 1라디오 부장과 국장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석찬 센터장의 숨은(?) 노력이 있는 것이다.

그 노력중의 하나는 변석찬센터장 취임후 간단해진 1라디오의 인적구성이다.

말 잘듣는 중견PD 몇 명을 거점프로그램에 배치한 이후 그나마 시끄럽게굴던 PD들은 모두 한민족방송과 3라디오 등으로 쫒아버렸다(우연하게도 모두 KBS본부 노조원이다). 연차가 낮은 PD 한 두명을 시사프로그램에 배치했지만 프로그램의 아이템 선정과정은 회의나 토론없이 선임PD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마무리되며 이 과정을 모를리 없는 센터장은 뒤에서 조용히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많은 PD들이 1라디오로의 전출 희망원을 여러차례 제출했지만 거부당했으며 이번 7월 부분조정과 지역에서 올라온 PD들 역시 모두 1라디오를 제외한 채널에 배치되었다.

이러다보니 여러차례 열린 라디오위원회에서의 변석찬센터장 (당시 1국장)과 이 경우 1라디오부장은 아이템이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에는 제작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내가 그런걸 지시하느냐? 그건 제작자율성의 침해다라는 말을 하고 G20 올인방송이 언론의 비판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엔 자신들의 지시였음을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간부의 게이트 키핑을 권리장전처럼 읇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결국 그들 스스로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 제작과정를 통해서 걸러지지 못했다면 무능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고 만일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큐시트에 싸인을 했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사악함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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