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호] 공추위보고서_우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87호] 공추위보고서_우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7.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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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87호 : PDF파일[1]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주간보고서 제 27호> 2012.7.26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인천공항 매각논란, 4년간 침묵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씨가 반대입장 밝히니 그때서야 보도

 

2012. 7. 17 ‘뉴스&이슈 - 인천공항 지분 매각 논란’

 

지난 7월 17일. KBS 9시 뉴스에선 바보 같은 앵커멘트에 이어 꽤 잘 만들어진 리포트 두 편이 연이어 나갔다. '바보 같다'고 표현한 KBS 9시 뉴스의 앵커멘트는 다음과 같다.

 

<인천 공항이 7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되면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습니다.특히 최근 5년 동안 누적 순이익이 1조 5천억 원을 넘을 정도로 경영도 성공적입니다.그런데 정부가 각종 반대를 무릅쓰고 또 다시 인천 공항의 지분매각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굳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먼저 000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매우 정상적인 이 앵커멘트가 왜 바보 같은 앵커 멘트인가?

이유는 시점에 있다. 메인 뉴스의 앵커를 통해 '정부가 각종 반대를 무릎 쓰고 인천 공항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지만 7월 17일 이날은 찬반 논란이 불거진 날이 아니라 새누리당, 청와대, 박근혜의원이 한 목소리로 인천공방 지분 매각을 다음 정부로 넘기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씨는 이미 7월 초 인천공항 지분매각 논란이 돼온 공기업 민영화방안은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7월 17일 청와대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씨의 요구를 공식 받아들여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잠정 중단키로 합의했다. 논란과 갈등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있어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7월 17일 신문·방송 편집인 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 날 KBS 뉴스는 인천공항 매각논란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깨고 ‘제대로’ 보도했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인천공항 매각 논란, 4년 동안 침묵하더니

 

그럼에도 KBS 메인 뉴스의 앵커는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 찬반 논란이 마치 새롭게 다시 일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왜?

이유는 이제까지 인천공항 지분 매각 찬반 논란에 대해 KBS 9시 뉴스가 단 한번도 7월 17일 리포트처럼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지분매각 논란은 이명박 정부 취임 초기부터 불거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으로 각종 매체들의 뉴스를 검색해보니 2008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인천공항 지분 매각 문제'란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 기사들이 무려 1900여개가 나온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중점 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공기업 민영화' 사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매체들이 이명박 정부의 인천공항 지분 매각 주장은 경제성도, 합리성도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2008년 8월 12일 경향신문의 보도를 보자.

경향신문은 "2천억 순익 인천공항公 민영화 왜?"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졸속, 혼선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특히 알짜배기 인천공항은 "3년 연속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위에 오른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만 2000억 원이 넘어 이를 민영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는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의 주장을 실었다.

강용규 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거둔 이익으로 법인세 700억 원을 내고, 주주 배당금으로 350억 원을 정부에 돌려줬다”며 “외국 자본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국부유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주식시장 전문 뉴스채널인 이토마토라는 중소 미디어에서도 2012년 2월 17일 "MB정부 민영화, 느는 것은 사회갈등과 부채뿐"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이후 공기업 민영화가 문제시되는 것은 졸속 절차에 있다"며 "경영 효율성을 내세워 추진한 무리한 지침들은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KTX 민영화 추진과 이에 따른 노사관계 파탄이 리포트의 주요한 내용이었다.

 

파블로프의 학설도 적용 안 되는 KBS 뉴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졸속 추진 논란은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비합리성과 비현실성이 노정돼 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논란과 사회적 갈등에 귀를 닫고 있던 KBS가 4년이 흐른 2012년 7월 17일 KBS 9시 뉴스는 심층 기획 리포트를 통해 인천공항 매각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의 당-정-청 협의를 통해 인천공항 등 공기업의 매각을 잠정 중지시키기로 결정한 바로 그 날 말이다.

 

4년이 걸린 심층 기획 리포트다. 왜?

새로운 팩트가 발견되었기 때문인가? 엄청난 사회 갈등이 다시 촉발되기라도 한 것인가?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라. 보도국의 수뇌부 간부들아!

오로지 청와대, 집권여당, 현재 권력의 목소리, 숨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이 강아지만도 못한 행태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뉴스에는 시의성이 있다. 그 시의성은 대중의, 시청자의 시의성이다. 뉴스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시의성이다. 대중이, 시청자가 어떤 뉴스에 목말라할 때 그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 대중매체의 시의성이라는 말이다. 이 파블로프의 개만도 못한 인간들아. 꼭 권력이 신호를 줘야 제대로 된 리포트를 할 수 있는 것이냐? 당신들은 그동안 귀도 없고 눈도 없었나? 4년을 기다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매체가 공기업 민영화 논란에 관해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생산할 때 KBS는 왜, 무엇을 위해 기다렸는가? 왜 논란의 핵심을,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짚어주지 못했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부끄러운 줄 알라. 언제나 그 정도의 리포트는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할 수 있는 기자들이 KBS에 항상 대기하고 있다. 그들의 재능을 썩히지 말라. 당신들이 섬겨야 할 사람들은 시청자다. 이명박도 아니고 박근혜도 아니다. 보도본부 수뇌부의 뼈저린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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