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이사장으로 박근혜 후보는
정치적 이득을 볼까?
학력변조 의혹도 있고 부정채용의 당사자였던 이길영은 어떻게 KBS 이사장까지 넘볼 수 있게 된 것일까? 그의 이른바 ‘출세’는 철저히 정치적이었던 그의 인생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KBS 보도국장이었던 1987년, KBS는 노태우 정권의 탄생을 위해 그야말로 발벗고 나선다.
오죽했으면 KBS의 87년 6.10 항쟁 보도에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이 만족을 표시했겠는가? 민정당 창당 기념일에 9시 뉴스 30여분을 할애하고 선거 유세보도는 현장 소음까지 철저히 인위적으로 조작하면서 방송했던 1987년 KBS 9시 뉴스 보도는 한국 언론사상 가장 불공정했던 최악의 저널리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길영-김병호-김인규
5·6共 라인, 25년만에 부활
당시 보도국장이 이길영이었고 정치부장이 김병호, 정치부 차장이 김인규 사장이다. 25년이 지난 오늘 이길영은 KBS의 이사를 꿰찬 뒤 곧바로 이사장에 오르려고 하고 있고 김병호는 박근혜 대선 캠프의 공보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길영처럼 KBS에서 보도본부장까지 역임했던 김병호는 한나라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일찌감치 친박계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만약 이길영이 KBS이사로 확정되고, 연이어 관례상 연장자순으로 이사장까지 된다면, 25년전 가장 악랄하고 편파적인 대선 보도를 주도했던 세 인물이 KBS 내외곽을 둘러싼 형국이 된다. 이길영은 자신이 보도국 휘하에 거느리고 있던 김인규를 사장으로 두고 KBS를 수렴청정하고 동시에 자신이 보도국장일 때 정치부장이었던 김병호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할 것이다.
박근혜에게 유리한 보도, 야당후보 입장에선 편파적인 보도가 강압적으로 생산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사내외 정치적 지형이 완성되는 것이다. 간단히 이를 도식으로 정리해 보면 상황은 보다 명확하다.
박근혜-김관용-이길영은
하나의 고리
박근혜가 이길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리는 또 있다. 이길영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상의 정치인이다. 김관용 역시 대구경북 이른바 TK세력의 대표적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박근혜 대선 캠프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구미시의 시장을 지냈으며 구미시에서 열리는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 박근혜 후보가 참석하면 꼭 바로 옆에서 박 후보를 보필했던 최측근 세력이다. 그 김관용이 경북도지사 후보로 나설 때 선대 위원장, 그리고 김관용 경북 도지사 당선자의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 이길영이다.
이길영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도움될 것인가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정치인 이길영을 KBS 감사로 앉힌 것도 모자라 이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사장으로 임명해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 이거 말고는 논리적으로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길영은 김병호, 김관용 그리고 박근혜로 연결되는 이 무수한 정치적 고리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그가 KBS 이사장까지 노리고 있는 이 현실의 장막 뒤에선 박근혜와 그의 정치적 동지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길영이 모시는 박근혜 후보가 KBS를 장악하려고 자신을 내보냈다는 세간의 모든 의혹어린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살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결단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출세하고자 한다면 KBS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알아보는 게 낫다. 그게 박근혜 후보에게도 여러모로 도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