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조직 ‘MC선정위원회’의 실체를 밝혀라!
괴조직 ‘MC선정위원회’의 실체를 밝혀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5.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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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조직 ‘MC선정위원회’의 실체를 밝혀라!

프로그램 MC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른바 ‘MC선정위원회’의 괴상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여 일 동안 3차례나 회의가 열렸고 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다음주 개편에 맞춰 프로그램 MC들이 대거 교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성에서부터 회의 과정, 그리고 결정에 이르기까지 MC선정위의 모든 것은 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MC선정위의 논의에 따라 <한국 한국인>의 진행자로 이병혜씨가 거론되는 등 공영방송 진행자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없는 인물들이 MC선정위원회라는 정체불명의 기구를 거쳐 MC를 맡게 된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MC선정위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기구인지 더더욱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병혜씨는 지난해 미디어법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추천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 위원을 맡았던 인물로, ‘조중동방송?재벌방송’을 만들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앞장 서 대변했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KBS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뿐만 아니라 이병혜씨는 미발위 위원을 맡으면서 당시 진행중이던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방송 하루 전에야 이 사실을 통보해 다른 진행자로 대체하지 못하고 자신이 계속 방송을 진행하는 등 이미 공정성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전력까지 있다. 정상적이라면 앞으로는 결코 KBS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지 못할 인물이 MC선정위라는 듣도 보도 못한 기구를 통해 KBS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MC선정위가 부적격자들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뿐 아니라 MC 교체의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MC선정위는 <한국 한국인>의 MC를 맡았던 김동건씨를 <가요무대>로 복귀시켰는데, 이 과정이 정작 일선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제작진과는 철저히 유리된 채 진행됐다. 오래 전 KBS를 떠나 이제 ‘공영성’과는 거리가 먼 김병찬씨가 갑자기 <사랑의 리퀘스트>의 진행자를 맡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다.

통상 MC를 교체할 때에는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일선 제작자들이 치열한 숙고를 거쳐 간부진·관련부서와 협의를 해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개편 때 MC가 교체된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MC선정위의 결정이다’라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하달 받고서야 어떤 진행자가 올지 알게 되었다. 월요일이 녹화인데 금요일 오후에야 PD에게 교체가 통보된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없었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이며 제작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는가?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음에도 사측이 ‘MC선정위’를 강행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일선 제작자들의 자율성과 권한을 최대한 약화시키고 MC선정에 있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내세우고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위원회의 적법한 결정’이라는 외피를 씌워 배제하려는 것이다. 실제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이 1차 배제 대상이라는 얘기가 사내에 파다하다.

이대로라면 MC선정위는 MB정권과 김인규 특보사장의 코드에 맞는 인물을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그 반대의 사람들을 철저히 솎아내기 위한 살생부 작성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사측은 지금이라도 MC선정위원회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 위원들과 그 구성방식, 선정기준과 근거 등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이 두려워 개편이 코앞인데도 3차례나 밀실 회의를 하면서 아직도 기밀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단 말인가? 떳떳하다면 당장 공개하라. 경쟁사에 사전 정보를 줄 수 없어 공개할 수 없다는 식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논리는 통할 수 없다.

그리고 MC선정위원회를 진정 MC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기구로 만드려면 밀실에서 진행되어온 지금까지의 작업은 모두 거두고 처음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다시 시작해야 한다.

<끝>

2010년 5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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