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한나라당 선거운동본부 소속이 아니다
KBS는 한나라당 선거운동본부 소속이 아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5.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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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한나라당 선거운동본부 소속이 아니다

-스스로 만든 선거방송준칙만이라도 지켜라-

오는 11일부터 KBS가 열 예정이었던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TV토론이 무산됐다. 무산 책임을 놓고 야당에서는 KBS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고, KBS와 한나라당은 야당 탓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편향논란으로 인해 향후 TV토론에 있어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의심을 받게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불러온 사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스스로 만든 ‘TV토론방송 준칙’마저 위반한 토론 방식

먼저 토론 진행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소속인 현역 단체장에게 더 많은 발언 시간을 주며 토론을 현역 단체장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그 어떤 야당도 납득할 수 없는 형식이었다. 아니 여야를 떠나 이런 토론 진행 방식은 선거토론방송의 ABC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시정 평가’를 핑계로 한다지만 현역 단체장인 한나라당 후보에게 업적 홍보 발언 시간 1분과 야당 후보들에 대한 반대 토론 시간 1분30초를 주는 것도 모자라 보충 답변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또 1분 동안 추가로 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후보가 3분 30초 발언할 동안 야당 후보들은 각각 1분 30초만 토론하라니, 야당 후보들이 KBS를 두고 ‘한나라당 편들기’를 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KBS 제작진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채택하고 있는 지정토론 방식을 채택했고, 처음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시장이 나온 만큼 시정에 대한 종합평가는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채택하고 있는 토론 형식은 이 같은 방식이 아니라 후보자들에게 각각 1명을 직접 지명하여 토론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설령 모든 후보가 현역 단체장을 지명한다 해도 주최 측이 처음부터 이를 강제하는 것은 월권이자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런 토론방식은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KBS가 스스로 마련한 ‘토론방송 준칙’에도 맞지 않다. KBS는 ‘토론방송 준칙’에서 ‘토론방송 진행 규칙’을 12개 항목으로 세세하게 구분해 ‘토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엄격한 시간 규제를 한다’, ‘사회자는 후보자의 발언 순서·발언 횟수·발언 시간 등을 균형있게 운영해야 하며 특정정당이나 후보자가 유리 또는 불리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정했다. 토론 진행 과정에서 엄격히 지켜야 할 규칙인데 KBS는 처음 룰을 정할 때부터 이를 어긴 것이다.

4대강 등 핵심의제 토론 봉쇄...편파적인 토론주제 선정

토론 주제 선정의 편향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와 4대강, 무상급식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음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경기?인천 토론에서 각 한 가지만 다룬다니 야당 후보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서울지역 토론의 경우 서울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세종시 문제만을 다루고, 무상급식에 있어 여?야 후보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인천에 무상급식 토론을 배분한 것은 한나라당에 편파적인 불공정한 주제 선정이 아닐 수 없다.

제작진은 세종시와 4대강, 무상급식 등 세가지 주요이슈에 대해 각 후보의 입장을 VCR로 보여줄 예정이며 시간 관계상 토론은 이 가운데 하나만 골라 진행키로 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눈 감고 아웅’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VCR로 후보들의 입장을 보여준다지만 이는 ‘토론’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미 세가지 주제를 주요이슈로 선정해놓고 굳이 토론에서 두가지를 배제할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야당 후보들의 항의에 제작진은 주말 내내 문제 있는 부분을 수정해서 모든 후보를 접촉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보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결국 마지막에는 애초 만들어놓은 토론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모든 것이 선거방송준칙에 따라 위촉한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협의와 결정을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KBS의 수도권 단체장 TV토론은 스스로 만든 선거방송준칙을 어겼다.

지금은 후보들을 탓할 때가 아니다. KBS는 지금이라도 토론방송의 기본원칙으로 정했던 ‘공정성’, ‘형평성’, ‘객관성’, ‘정치적 중립’에 맞게 다시 공정한 토론 방식과 규칙, 주제를 선정해 각 후보 진영을 설득하고 시청자에게 각 후보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음 명심해야 한다.

<끝>

2010년 5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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