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은 KBS의 ‘황제’가 되고자 하는가?
김인규 사장은 KBS의 ‘황제’가 되고자 하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5.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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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은 KBS의 ‘황제’가 되고자 하는가?

- BCG컨설팅 빙자한 ‘밀실 조직개악안’ 전면 폐기하라! -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른바 조직개편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인규 사장이 취임 6개월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사측은 오는 28일 이사회 간담회를 연 뒤, 다음달 초 정기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김인규 사장의 조직개편안은 26억원의 거액을 들인 작품 치고는 형편없는 ‘졸작’일 뿐 아니라, KBS의 미래를 송두리째 망칠 수 있는 ‘개악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KBS 구성원들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한 채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위험한 도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머리만 키우고 손발 다 자르는 ‘기형적 조직개편안’

지금까지 드러난 조직개편안 내용을 보면 편성본부와 TV제작본부, 라디오제작본부 등 3개본부를 콘텐츠본부로 통합하고, TV제작본부에서 제작하던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내로 편입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촬영기자와 카메라맨, 영상그래픽 등 소수직종을 폐지하고 영상취재국과 영상제작국, TV기술국, 라디오기술국, 중계제작국 등을 합쳐 제작지원센터를 신설한다고 한다. 반면, 정책기획센터와 경영본부 일부부서를 모아서 전략기획본부라는 ‘사장직속본부’를 만들고 시청자센터를 시청자본부로 승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기술본부와 뉴미디어센터를 합쳐 미래미디어본부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한마디로 손발은 자르고 머리만 키운, 전형적인 가분수형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전략기획본부 : 정책기획센터 + 경영본부(재원관리국, 광고국 제외)

▲ 사장직속 : 편성실, 심의실, 인력관리실

▲ 보도본부 : 영상취재국 제외, 추적60분 등 시사프로그램 편입

▲ 콘텐츠본부 : 편성본부(편성기획, 운행, 기술 부문 제외) + TV제작본부(기술부문 제외) + 라디오제작본부(기술부문 제외) + 광고국

▲ 미래미디어본부 : 기술본부 + 뉴미디어센터

▲ 시청자본부 : 시청자센터 + 재원관리국

▲ 제작지원센터 : 영상제작국 + 영상취재국 + 기술본부 제외한 제작기술부문(중계기술국 등)

게이트키핑·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과거회귀형 조직개악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번 조직개편안을 KBS의 경쟁력을 스스로 말살하고, 그동안 KBS의 뿌리깊은 병폐로 지적되어온 관료적 통제를 부활시키는 과거회귀형 ‘조직개악안’으로 규정한다.

경영과 편성, 그리고 제작을 분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살리도록 한 현 직제에서 편성본부를 폐지하고 이른바 ‘전략기획본부’라는 직할본부를 신설함으로써 김인규사장을 정점으로 한 1인지하 만인지상의 KBS를 만드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또 방송제작을 위한 TV,라디오본부는 축소통합하고 반면 각종 기술기획 및 지원부서는 비대해진다. 그동안 한나라당 정권이 그토록 적대시해왔던 ‘시사프로그램’들을 게이트키핑이 용이한 보도본부 내로 편제하고, KBS 경쟁력의 저수지 역할을 했던 예능, 드라마부문에 대해서는 15% 편성축소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내놓았다. 여기에 KBS 공영성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던 라디오본부는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조직개편이 불러올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KBS 경쟁력의 원천이던 제작현장의 창의력과 활력은 사라지고, 대신 관료주의, 무책임과 복지부동이 다시 KBS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전문성 무시한 소수직종 폐지, 제작지원센터 반대한다!

이번 조직개편과정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직종폐지’ 또한, 과연 무엇을 위한 폐지인지 조직구성원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직종폐지의 대상은 KBS내에서 가장 숫자가 적은 촬영기자, 카메라맨, IT, 방송콘텐츠, 영상그래픽 등 소수직종들이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제작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왔던 동료들이다.

과연 김인규 사장은 이들 직종을 폐지함으로써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직종폐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직종을 이른바 제작지원센터라는 울타리에 몰아넣음으로써 말로는 현업중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제작현장 홀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컨설팅 중간보고서에서 아웃소싱을 들먹이며 한껏 불안감을 높였던 사측은 이른바 제작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그 불씨를 끝내 살려놓고 말았다. 김인규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이 특정직종 죽이기, 소수직종 희생양 만들기라는 KBS 구성원들의 지적에 대해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밀실에서 이뤄진 ‘기획개편안’, 원천무효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조직개악안의 출발점은 바로 손병두 이사장이 기획하고 김인규 사장이 발주한 BCG컨설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무엇보다 국민이 낸 수신료를 26억원이나 들인 끝에 내놓은 컨설팅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른바 BCG컨설팅 보고서는 중간보고 이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고 조직개편에 관한 논의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채 한달 이상 시간만 끌더니 어느 순간 ‘조직개편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철저하게 사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안을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 이번 조직개편이 MB정권과 김인규 사장이 추진하려고하는 ‘2TV 광고전면 폐지 / 수신료 6500원으로 대폭인상’ 추진을 위한 ‘기획개편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KBS를 망치는 ‘조직개악안’, 전면 거부한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인규 사장은 ‘아직도 2년 반의 임기가 남아있다’며 사내 구성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조직개악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마치 이사회의 도장만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 양 두 눈과 두 귀를 닫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노로 들끓고 있으나 이 목소리를 전해야할 사측 간부들, 그리고 단체협약을 근거로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독주를 막아야할 KBS 노조,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사회마저 KBS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거수기 노릇을 한다면 KBS의 미래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사회에 호소한다. 김인규 사장이 벌이고 있는 위험한 도박을 당장 중단시킬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 밀실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주먹구구식 ‘조직개악안’을 전면폐기하고, 확실한 미래비전과 충실한 현실진단, 그리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제대로 된 ‘조직개편안’을 다시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사회마저 우리의 충정어린 마지막 호소를 묵살한다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역사는, 한 때 아시아에서 가장 콘텐츠 경쟁력 있는 공영방송 KBS를 한 순간에 망쳐버린 장본인으로, KBS 이사회와 김인규 사장을 나란히 기록할 것이다.

<끝>

2010년 5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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