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방송모니터[12월19일] 선거 직전까지 새누리당의 일방적 공세 전달
대선방송모니터[12월19일] 선거 직전까지 새누리당의 일방적 공세 전달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12.1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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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방송 일일모니터 - 최종호(2012. 12. 19)

 

 

1. 선거 직전까지 새누리당의 일방적 공세 전달.

각종 ‘보도준칙’에도 위배.

 

 

KBS가 제정해 10월 4일부터 시행된 ‘대선후보진실검증단 보도준칙’ 중 제 4-2항 ‘보도세칙’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 취재결과 후보 검증과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근거가 부족하 고 선정적인 공세, 주장은 보도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 선거가 임박해 검증대상자에게 반론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을 경우 보도에 신중을 기한다.

 

 

대선후보 진영 간의 공방이라도 근거가 부족하거나 선정적인 공세, 주장은 보도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선거가 임박해 상대방의 반론이 힘들 경우 보도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거 전날에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공세는 가급적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어제 9시 뉴스에도 양 진영 간의 공방을 주제로 다룬 리포트는 없었다. 그런데 ‘심층취재-돌아본 열전 22일’의 내용을 보자. 22일간의 선거운동을 정리한다면서 갑자기 NLL에 대한 새누리당의 주장이 기자멘트와 녹취로 소개가 된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도 양 지지층 의 표심을 더욱 굳게 했습니다.

 

<녹취> 정문헌(새누리당 의원/12.14) :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실체가 확인된 만큼 국정원장은 지체 없이 대화록을 공개해야 합니다."

 

 

NLL건은 최근 새누리당이 ‘NLL 대화록’을 제출하라고 국정원에 압박을 가하며 다시 공격의 불을 지핀 사안이다. 국정원은 대선 이틀 전인 17일 결국 NLL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 자료에 대화록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달 전 정문헌 의원이 비밀대화록 존재 등의 의혹을 제기한 이후 새누리당은 한동안 문재인 후보에게 집요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현재까지도 새누리당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의혹제기만 있었지 실체도 없는 이 해묵은 사안을 22일간의 일정을 정리한다면서 비중 있게, 그것도 상대방의 반론도 없이 소개를 한 것이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KBS의 준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층취재] ‘돌아본 열전 22일’ (2012. 12. 18)

 

 

 

NLL 관련 내용에는 국정원 댓글 공작, 새누리당 오피스텔 불법선거운동에 대해서 언급한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과 '불법SNS 사무실 운영 의혹' 은 선거 막판까

지 이슈가 됐습니다.

 

<녹취> 박근혜(12/16 TV) : "고의로 성폭행범들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

를 받아 가지고..."

<녹취> 문재인(12/16 TV) : "불법 선거사무실에서 온라인 SNS 여론 조

작한 거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앞의 NLL관련 내용과는 달리 양 진영의 주장을 ‘공평하게’ 반영하며 이를 ‘공방’으로 다루고 있다.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은 이렇게 공방으로 다루는 KBS 뉴스의 고질적인 관행이 선거 전날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이 리포트의 제목은 ‘돌아본 열전 22일’이지만 실제 내용은 새누리당의 공세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해 전달해준 셈이 된다.

 

 

선거 이틀 전인 17일 9시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4번째 꼭지로 나간 ‘NLL·색깔론 난타전’ 리포트를 보자.

우선 앵커 리드멘트에서 막판 선거양상을 ‘진흙탕 난타전’으로 규정한다.

 

 

<앵커 멘트>

국정원 여직원 선거 개입 공방에 이어 여야는 NLL 진실 공방에 색깔론까지 들먹 이며 선거 막판 진흙탕 난타전을 이어갔습니다.

 

 

여야, ‘NLL·색깔론’ 등 선거 막판 난타전 (2012. 12. 17)

 

 

미디어가 선거전의 혼탁상을 부추기면 부추길수록 정치허무주의가 커지고 자연히 투표율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미디어는 이런 표현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KBS의 ‘제 18대 대통령선거보도준칙’의 제 11조 ‘불합리한 정서 자극 금지’에서는

 

 

-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거나 정치적 냉소주의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은 보도하

지 아니한다.

- 선거보도를 할 경우 감정이나 편견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아니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리포트와 앵커멘트는 몇몇 공방을 예로 들며 선거 막판 국면을 ‘진흙탕 난타전’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정치혐오’와 ‘정치적 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키고 ‘감정이나 편견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KBS가 스스로 마련한 대선보도준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본 리포트에서 ‘진흙탕 난타전’의 예로 든 것은 무엇일까?

먼저 리포트의 절반을 할애해 'NLL 공방’을 자세히 설명한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한동안 잠잠했던 NLL 진실 공방이 국정원이 관련서류를 검찰 에 제출함으로써 다시 터졌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고, 문재인 후보는 불리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염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맞받았습니다.

 

<녹취>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 :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를 확인해보려면 현 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NLL 발언을 확인하면 됩니다."

<녹취> 문재인(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포기한다거나 다시 NLL 주장을 하지 않 는다거나, 그런 언급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진작에 제가 공언했죠?"

 

 

NLL건에 대한 언급이 이어진 후 또 다른 ‘진흙탕 난타전’의 증거로 든 것은 다음과 같다.

 

 

색깔론도 다시 터져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사퇴한 이정희 후보와의 종북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다시 촉구 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민주당은 공산당 같다는 발언 을 지적하며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라고 맞받았습니다.

 

<녹취> 안형환(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 : "막말과 무례한 행동으로 유명한 이정 희 후보 사퇴로 인한 이득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녹취> 박용진(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 "색깔론 공세는 표를 더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불신을 야기해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정말 나쁜 반민주 행위입니 다."

 

 

놀랍게도 이정희 후보의 사퇴에 대해 새누리당이 ‘종북연대’라고 표현한 것을 기자 멘트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표현 역시 대선보도준칙 제 11조 ‘불합리한 정서자극 금지’ 조항 (제 3항;선거보도를 할 경우 감정이나 편견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아니한다)에 위배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위의 보도는 막판 선거가 ‘진흙탕 난타전’이라고 규정한 뒤 그 예로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공세-NLL논란, 이정희 후보와의 ‘종북연대’ 등-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십알단’의 부정선거의혹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리포트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가?

아무리 봐도 선거의 혼탁상을 고발하는 척 하며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보도준칙까지 위반해가며 말이다.

 

 

 

2. 문용린 교육감 후보의 사교육업체 연관을 ‘비방’으로 물타기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그동안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대선이 가장 큰 사안이긴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그 중요성이 무척 큼에도 불구하고 KBS 역시 이를 외면해왔다. 유권자들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하는지,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하겠다.

오늘 9시 뉴스에서는 이에 대한 리포트를 스포츠 뉴스가 시작되기 전 끝에서 세 번째, 앞에서 22번째 꼭지로 내보냈다. 그런데 제목은 ‘서울시교육감 선거, 막바지까지 비방·폭로 난무’였다. 모처럼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소식을 다루면서 ‘비방·폭로’를 주제로 잡은 것이다. 리포트 중 진보진영의 이수호 후보와 보수진영의 문용린 후보간의 공방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상대편 후보에 대한 비방과 공세도 커지고 있 습니다.

문 후보는 전교조 위원장 출신 교육감은 안 된다며 색깔론으로 이 후보를 공격했 고 이 후보는 문 후보가 사교육업체와 일했다는 의혹에 대해 비난했습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 교육감은 안 된다’는 문용린 후보의 ‘색깔론’은 위 문장에 있는 ‘비방과 공세’가 맞다. 하지만 ‘문(용린) 후보가 사교육업체와 일했다’는 것은 의혹도 아니고 비방과 공세도 아니다. 사실이다. 이수호 후보는 문용린 후보가 학습지업체인 ‘대교’와 밀접한 관계라고 공격을 해왔다. 반면 문용린 후보는 이 업체의 일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연구비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업체와의 관련 자체는 확인된 사실인데 여기서는 이를 의혹, 비방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해왔지만 특정 진영에 불리한 내용은 ‘공방’이나 ‘논란’, ‘의혹’으로 표현하며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도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된 사실에 대해 이런 식의 표현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방송 일일모니터 연재를 마치며

 

 

지난 11월 26일부터 연재한 ‘대선방송 일일모니터’는 오늘로 마감한다.

대선국면이 시작되면서 불공정·편파 사례를 노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으나, 매일매일의 사안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하에 처음으로 일일모니터를 하게 됐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것이 더 많았지만 사내에서는 일일모니터가 매일 공개되면서 일부 지적사항들이 반영이 돼 시정이 되고, 어느 정도는 견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일일 모니터를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아쉬움도 있다.

우리는 이번 대선 방송을 군사정권 이후 최악의 대선방송으로 규정한 바 있다. 기계적 중립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대선관련 보도나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적어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조장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KBS 주관 대선토론 프로그램 불방, 대선검증 프로그램 방송연기와 이사회의 간섭 사태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도 연이어 발생했다. 공방위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콘텐츠 본부에서는 에서 한 편을 방송한 것 외에는 대선 관련 방송을 전혀 다루지 않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선 이후 다시 종합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이런 최악의 대선방송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고, 앞으로도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방송 감시 활동을 더욱 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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