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아리랑 TV 합병은 공영방송 말살의 시발점이다!
[97호] 아리랑 TV 합병은 공영방송 말살의 시발점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1.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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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TV 합병은 공영방송 말살의

시발점이다!

 

어제 언론노조 KBS본부는 아리랑 TV 합병에 대한 성명서를 게시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단순히 한 작은 방송사를 KBS가 합병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MB정부 때부터 시종 진행되고 있는 방송재편-종편 등 상업 미디어 자본의 확대와 공영방송의 말살-의 일환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이런 방송재편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아리랑 TV의 합병에 담긴 무시무시한 함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KBS 2TV, MBC 민영화 등 공영방송 말살 재편 전초작업

 

2007년 말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대선 직후 신속하게 언론장악과 미디어 체제 재편 작업에 나선다.

당시는 대선의 압도적 승리에 이어4월 총선도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예상돼 있어 MB정부는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재편 작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종편을 출범시키는 것이고, 하나는 공영방송 체제를 재편하는 것이었다. 앞서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2004년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국가기간방송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는 KBS와 EBS, 아리랑 TV를 공영방송으로 엮고 MBC는 제외하도록 돼 있어 MBC 민영화를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법안은 회기를 넘겨 폐기됐다.

그런데 2007년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면서 이 법안이 다시 추진되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전경련, 뉴라이트 단체에서 KBS 2TV와 MBC 민영화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다. 그 때 다시 등장한 것이 바로 KBS 1TV와 EBS, 아리랑 TV의 합병이다. 세 채널을 공영방송으로 묶고, KBS 2TV와 MBC는 따로 떼 민영화해 ‘1공영 다민영’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KBS 출신인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2008년 1월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TV는 중앙일보에, KBS 라디오 일부는 동아일보에 돌려줘야 한다면서 "(KBS 1과) 아리랑 TV나 EBS가 합쳐 공영적 성격을 가진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탄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주장했다.

이후 종편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강행통과 후 출범을 했지만 5월부터 전국적인 촛불시위가 일어나면서 MBC와 KBS 2TV 민영화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재집권으로 이는 언제든지 다시 재기가 될 수 있고, 최필립-이진숙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MBC 민영화는 이미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상태다.

 

 

이제는 공영방송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

 

아리랑 TV의 합병은 공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공영방송을 축소, 말살하는 미디어 재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게시한 성명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MB정권의 종편 출범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상업 미디어 자본에 대한 특혜와 공영방송의 축소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만 이제는 공영방송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을 우리는 맞고 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성명서]

 

 

무엇을 위한 아리랑TV 합병인가?

- 종편의 먹잇감 제공을 위한 합병을 반대한다

최근 사측이 ‘아리랑TV의 KBS 합병을 포함한 국제방송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길환영 사장은 취임사에서 2013년을 KBS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취임사와 올 신년사에서 모두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정 안정을 강조했다.

길환영사장에게 묻는다.

아리랑TV의 KBS합병이 KBS 재도약의 동력인가? 재정 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한 지금 아리랑TV의 합병이 KBS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KBS에는 KBS월드라는 해외 채널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리 확보와 최대한의 전략적 토대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아리랑은 KBS월드와 정확히 그 역할이 겹치고 있다. 이 말은 아리랑이라는 별도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우리가 거둘 성과는 미미하고 비용만 추가될 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리랑의 물적 자산과 수백에 달하는 인적자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KBS의 해외사업이 확장되거나 질적으로 강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산의 운용비용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무료 해외 커버리지의 증가로 콘텐츠의 해외 시장 판매를 악화시키는 상황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재정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사측이 아리랑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KBS의 공영성 강화 명목으로 대내외에 홍보하면서 수신료 인상의 명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2TV의 광고 폐지 또는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2TV에서 떨어져나간 광고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종편에게 달콤한 먹잇감으로 제공될 것이다. 결국 KBS의 공영성 강화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고 아리랑TV의 KBS합병이 노리는 실질적 목적은 종편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토대 제공인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 정권이 한나라당 시절부터 주장해온 1공영 다민영체제라는 큰 그림과 맥을 같이한다. 아리랑을 비롯한 몇몇 채널은 KBS에 합병해 광고 없는 공영 채널로 운영하고 동시에 MBC는 지분 정리를 통해 민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종편과 민영 MBC라는 영구적 보수 매체를 강화하고 KBS는 영향력 없는 공영채널로 입지를 좁혀버릴 것이다. 다시 한번 무엇을 위한 아리랑TV의 KBS합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언에 따르면 아리랑TV의 합병계획은 사측이 박근혜 정권 인수위에 보고할 KBS의 핵심 사업 중 하나라고 한다. 우려를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KBS의 공영성 강화는 프로그램과 보도의 공정성을 통해 가능한 것이지 아리랑TV의 합병 같은 꼼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득보다 실이 많은 이러한 합병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면 사측은 KBS 전 구성원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2013. 1. 8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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