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고, 일할 맛 나는 KBS를 만들 차기 사장을 원한다
일하고 싶고, 일할 맛 나는 KBS를 만들 차기 사장을 원한다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가 면접 끝에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의 평가에 참여할 최종 5인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로써 이사회의 차기 사장 임명제청까지는 오는 17일 열릴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의 평가와 20일 이사회의 최종 면접 과정만이 남게 됐다. 앞으로 10여 일 뒤면 차기 사장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로서는 윤석열의 술친구 낙하산 박민을 시작으로, 대놓고 권력에 아부해 사장에 오른 파우치 박장범으로 이어진 지난 3년의 역사는 지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 공영방송의 생명과도 같은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성이 처참하게 무너졌으며, 공영방송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지난 3년은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존재감과 필요성, 효용성을 외면받은 뼈아픈 시간이었다.
지난 3년 공영방송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수신료까지 정권에 성급한 결정에 따라 휘둘렸다. 가장 앞장서 수신료를 지켜내야 할 낙하산 사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무도한 분리징수 획책을 옹호하고, 오히려 KBS와 구성원을 탓했다. 국민이 든 회초리라며 말도 안되는 분리징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했다. 구성원들은 경영 위기 속에 불안에 떨어야 했으며, 수많은 동료들이 수신료 징수를 위해 제작현장을 떠나야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영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현장에서 땀을 흘려온 구성원들의 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으며, 공영방송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일터를 떠나는 동료까지 생겨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구성원들의 근무 여건은 나날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무능경영을 감추기 위해 제작비 감축 등 구성원 쥐어짜기는 일상화가 됐다. 바닥까지 떨어진 사기와 자존감, 악화일로인 근무여건과 대우는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의지마저 꺾게 만들었다.
앞으로 10여 일 뒤에 가려질 차기 사장 앞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어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 ‘KBS는 뭐를 해도 안된다’ 자조하며 기대감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식어버린 구성원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 것이냐가 돼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이 사기와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고, 구성원들이 믿고 일할 맛 나는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 차기 사장이 구성원에게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을 때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에게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아가는 첫 발을 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성원들을 대표해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낙하산 박민과 파우치 박장범은 지난 3년 동안 노사관계를 최악까지 치달았다. 구성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온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 등 단체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파괴되었으며, 제작자율성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들이 거리낌 없이 이뤄졌다. 차기 사장은 회사의 정상화와 공영방송 내부의 단결을 위해서라도 망가진 노사관계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KBS본부가 제28대 사장 선임을 맞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정책 및 아이디어에서도 이러한 구성원들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합원 개개인이 보내준 정책과 아이디어지만 그 근본적인 접근은 다르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은 조직, 구성원들이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었다.
먼저 안정적인 수입에 대한 제안들이 다수 접수됐다. 수신료를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을까부터, 향후 수신료 수입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포함됐다. 나아가 구성원들은 수신료 수입 의존성을 줄이고 공사의 재정 자립을 높이기 위한 사업 다각화 및 자산 효율화 방안들도 제안했다. 별관을 비롯해 보유자산을 단순히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각적으로 활용해, 지속가능한 재정 기반 확충해야 한다는 제안이나 KBS 고유 IP를 이용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재정 수입이 바탕이 되어야 제작환경과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나아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도 및 제작 프로그램의 전문성 강화와 디지털 환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현 시대의 화두인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팩트 체크나 정책 검증 등에 활용하고, 나아가 현재 약화된 KBS의 탐사보도를 강화하는 아이디어들이 주를 이뤘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줄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풀이 된다. 이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담당 전문인력 확대 등의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외에도 KBS의 공적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도 많았다. 국민 대상 미디어리터리시 교육을 강화하고, 단기 저널리즘 스쿨 개최하는 방법을 통해 KBS의 이미지를 제고 추후 경쟁력 있는 신입사원 채용에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또한, 공영방송이 모범 사업장으로 탈바꿈을 위해 KBS 내부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구성원 개개인이 낸 아이디어라 방법은 달랐지만, KBS가 정상화되고 더 나은 방송, 더 나은 일터로 탈바꿈하길 바라는 마음만은 같다.
공영방송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공영방송의 역할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 진실을 가려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여론의 장을 형성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필요해졌다. KBS는 그동안 해왔던 공영방송 앞에 놓인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차기 사장은 그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 나아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 KBS본부는 이번 차기 사장 선임이 KBS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염원한다. 전국언론노조KBS본부는 대한민국 최고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차기 사장이 선정 될 때 앞으로도 구성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6년 10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