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호-3] 재난 현장에서(1) 출동 명령 받고 뛰어든 강릉국 기술 조합원들
[227호-3] 재난 현장에서(1) 출동 명령 받고 뛰어든 강릉국 기술 조합원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4.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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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서(1)

출동 명령 받고 뛰어든 강릉국 기술 조합원들

가는 곳마다 처참…간신히 불길 피해 중계차 연결

중계탑 불탔지만 강풍 뚫고 올라가 하루만에 복구

글 ∙ 사진 김진영 / 강원영동지부 사무국장

 


지난 4일 고성, 속초, 강릉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화마가 휩쓸고 간 최전선에는 우리 강원영동지부 조합원들이 있었습니다. 속초에서는 중계팀이 강릉 옥계에서는 송출보수팀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공영방송인으로서 역할을 다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조합원들의 말을 바탕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합니다.


 

속초 중계팀
 

4월 4일 목요일 밤 중계차 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으로 나섰습니다. 바람이 정말 거셌습니다. 접혀져있는 SNG 안테나가 들썩일 정도로 강해 중계차는 6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현장에 도착했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새빨간 불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고 순간 두려움에 판단이 잠깐 흐려졌습니다. 중계차 진입 방향을 결정하고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한 임시대피소(속초시 교동 생활체육관)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으며 중계 준비를 하였습니다. 중계 인력이 부족한 탓에 TV주조에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뉴스광장, 930뉴스, 뉴스7 뉴스9 등 많은 뉴스에 참여했고 4월 8일 월요일에는 속초시 장사동으로 자리를 바꿔 특별생방송도 제작했습니다. 4월 4일 목요일부터 4월 10일 수요일까지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산불 현장을 돌아다니며 처참한 상황을 알렸습니다.

MNG와 같은 시스템이 강릉에 마련되어 있었다면 국민들께 더 빨리 산불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드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옥계 송출보수팀
 

속초에서 중계팀이 강풍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강릉시 옥계면에서는 송출보수팀이 새카맣게 타버린 중계소를 복구하는데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강릉시 옥계면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하였고, 익일 01시 25분경에는 옥계 간이 중계소(매체 : 1DTV, 2DTV, 교육TV, 교육FM)를 덮쳤습니다. 사고 상황을 연락받고 긴급 출동하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산불이 대규모로 확산되어 있었습니다. 시설 진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가만히 시설이 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옥계면 인근의 시청자들은 대다수 농촌 어르신들이라, KBS 재난방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영방송인의 사명감을 가지고, 강릉방송국 송출부서원들은 본사 네트워크운영부 긴급철탑복구팀 선배들과 함께 신속한 방송 복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산불의 여파로 곳곳의 잔불과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초속 20m/s에 달하는 강풍에도 높은 철탑에 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4월 5일 금요일 1차적으로 1DTV와 교육FM을 복구하였고 그다음날 동이 트자마자 작업을 시작해 2DTV, 교육TV까지 4매체 모두 정상 방송 송출이 가능한 상태로 복구 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재난의 최전선에서 고생한 것이 힘들었지만, 피해 주민(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조속한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앞뒤 가리지 않고 복구에 매진 하는 모습에 자긍심도 느꼈습니다.

2000년 4월 여의도 면적의 27배가 불에 탄 대형화재, 2002년 8월 31일 기상관측 사상 최대의 강우량을 보인 태풍 루사, 그 다음해인 2003년에는 300mm가 넘는 비를 뿌린 태풍 매미, 2005년 양양군 산불로 인해 주요 건물을 소실한 낙산사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자연재해가 강원영동지역을 괴롭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강릉펜션 유독가스 질식 사고, KTX 탈선 등 인재도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강릉국의 현실은 지난 2000년과 달라진 것이 별반 없습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사측은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2019년 현재에도 강릉국 조합원들은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에서 공영방송인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재난은 또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일입니다. 강릉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강릉방송국에 재난재해 시범서비스사업 도입을 강력히 건의드립니다. 이를 통해 강릉 뿐 아니라 전 지역을 상대로 제대로된 재난대응체계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하루 빨리 피해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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