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호-7] 진실과미래위원회 성과와 한계
[228호-7] 진실과미래위원회 성과와 한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6.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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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미래위원회 1년 성과와 한계


간부 책임뿐 아니라 ‘일선의 무기력’도 통렬하게 지적
20여건 진상 규명…법적 시비로 책임자 처벌 지연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출범한지 1년이 됐다. 부끄러운 과거가 공개되고 감춰졌던 진실의 조각들이 드러났다. 잘못을 덮어두고는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 통렬한 반성에서 시작된 고육지책이었다. 적잖은 성과가 있었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이제 조사활동은 사실상 끝났고,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백서를 만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성과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조사는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 침해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것이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통한 기자 줄세우기, 편성 규약 위반 등에 대한 것이다. KBS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언론사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가장 저질스럽고 졸렬한 수단으로 기자들을 통제하고 비판 의식을 거세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이자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든 부조리였다. 조사를 통해 보도본부가 ‘정상화모임’ 가입 자와 비가입자를 구분한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했음이 드러났다.

  사드 관련 강압적 취재 지시, 영화 인천 상륙작전 부당 취재 지시, 시사기획 창 ‘친일과 훈장’ 불방 사건 등 숱한 제작 자율성 침해 사건들의 진상을 규명했다.

  하지만 저널리즘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보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짚어낸 것이다. 진실과미래위원회는 관련 기사 1,400여 건을 기사 이력시스템을 통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최순실 낙종과 부실 보도 사태가 KBS의 신뢰도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우병우 세월호 수사 외압 단독 기사를 고의적으로 낙종시키는 등 보도본부 간부들의 문제를 확인하고, 1차적 원인을 보도국 수뇌부의 무책임과 무능, 편향성에 있다고 결론 냈다.

  위원회는 더 나아가 기자들의 취재역량과 의지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취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선 기자의 ‘의욕 상실’과 ‘학습된 무기력’을 꼬집었다. 위원회는 “일선 기자들의 취재, 발제 등 자발적 움직임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면서 기자 개개인의 자성을 촉구했다. 간부들에 대한 비판보다 훨씬 뼈아프고 통렬한 지적이다.

  이밖에도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윤도현, 정관용, 김구라 등 이른바 ‘블랙리스트’ MC 하차사건, 윤창중 사건 덮기,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과 특집과 세월호 모금방송 시도, KBS이사회의 방송 개입 등을 추적하고 진상을 규명했다.

  2008년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사장 선임,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방송 편성에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개입했음을 청와대 문건을 통해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위원회는 1년 동안 20여 개의 사건을 조사해 진상을 밝혔고, 편성규약 개정과 교육 등 제도개선을 권고해 실행토록 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한계

  진상을 밝혀놓고도 제작 자율성을 짓밟고 프로그램을 망가뜨린 책임자를 징계하지 못했다. 위원회가 출범하고 첫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9년 5월14일 고등법원에서 1심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법적 시비는 해소됐다.

  하지만 조사회피와 조사 방해 등으로 책임자 규명에 실패한 부분도 있다. 강력한 조사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대상자들의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보수야당의 집요한 공격과 소수 이사들의 방해도 걸림돌이었다.

  제도개선과 내부 혁신에 있어서도 가시적 효과는 미적지근하다. 편성규약을 개정하기 위한 노사 협의가 시작됐고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편성규약 교육 등이 제도화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자발적 개혁의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사장이 직접 보도본부에 경고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또 보도본부 내에서 자발적인 개혁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KBS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과거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충분했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남은 과제는 1년 동안 축적한 조사결과를 KBS 미래의 자양분으로 녹여 내는 것이다. 썩은 것은 확실하게 도려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넘어 근본적인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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