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14] 2년 전 겨울 우리가 외쳤던 구호를 기억하십니까?
[230호-14] 2년 전 겨울 우리가 외쳤던 구호를 기억하십니까?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11.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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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
우리가 외쳤던 구호를 기억하십니까?

 

  2017년 겨울을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지만 KBS는 여전히 겨울이었습니다. 계절이 겨울이 아닌 KBS가 겨울이었던 시절, KBS본부 2천여 조합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구호는 짧았지만 명확했습니다.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KBS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KBS가 정권의 방송이었고 기득권자의 방송이었다는 국민들의 질책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우리의 일터를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우리는 그 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파업의 깃발을 들었고 승리했습니다.2년이지났습니다.다시묻습니다.지금우리는그때시청 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나요? 그렇다고 답하자니 부끄러 울 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나요? 여전히 시청자보다 많이 알고, 시청자보다 현명하며 시청자보다 냉철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은 시청자들이 준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물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혹시 잘못이 있더라고 그것은 우리들보다 우리 외부의 잘못이 더 큰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내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시청자보다, KBS전체보다는 내 조직, 내 부서, 그리고 내 사람을 챙기는데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는 것은 아닌가요?

  과거 KBS가 망가져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의 책임 아니냐고 울분 토하면서 그들을 질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혹시 그때 당시 우리가 질타하던 그들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요?

  곧 겨울입니다. 결실로 창고를 가득 채워야 혹독한 겨울의 터널을 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창고는 텅 빈채 그 자리는 걱정만 한 가득 있는 것은 아닌가요? 2년 전 파업의 겨울은 춥지 않았습니다. 같이 옷깃 나눠 온기를 공유하던 동료가 있었고 선후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끝날 투쟁이었고 그 투쟁의 승리가 멀지 않았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시청자들이 묻고 있습니다. 당신들 말대로 당신들의 주인은 시청자가 아니냐고?

  그래서 2년 전 파업 당시 그토록 많이 외쳤던 그 구호를 다시 외쳐봅니다.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언론노조KBS본부 본부장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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