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호-5] 노조와 동갑내기 32살 조합원에게 듣는다
[235호-5] 노조와 동갑내기 32살 조합원에게 듣는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6.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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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9기 두 분, 41기 한 분이네요. 저희 노조가 1988년에 만들어져서 올해로 딱 32살 됐어요. 노조가 32살 동갑내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들 하셨나요? 

 

제 32년 인생만 되돌아 생각해도 굉장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노동조합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뭉쳐서 함께 움직였을 테니 훨씬 더 많은 역사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이 돼요. 앞으로도 조합원들을 데리고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는 노조 역사가 오히려) 더 오래됐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KBS가 30~40년 된 회사가 아니잖아요. 80~90년대 현대사의 맥락에서 노조가 활동했던 얘기들을 들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특히 노조가 분리되기 전까지 단일 노조로서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갈라지고 나서는 뭔가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을 하나로 합치게 하거나 이런 부분에서는 모든 노동조합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32년이나 된 유구한 역사는 칭찬하지만, 현재 지금 우리가 노동조합으로써 KBS 노동자들을 얼마나 결속을 시켰는가에 대해서는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 보여요.

 

 

Q.입사 당시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여기가 첫 직장이었고, 제가 노동자니까 노동자의 권익을 찾으려면 당연히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KBS노조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본부노조로 옮겨왔어요. 

 

 

 

Q.노조를 옮기는 데 고민이 적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중계기술국 업무를 할 때 아무래도 야외 업무가 많으니까 기자나 PD분들의 분위기들을 많이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엔지니어 직군에는 당시엔 KBS노조가 더 많아서 조합을 옮기기가 좀 힘든 분위기는 있었거든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 위주로 새노조로 옮기자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고, 또 새노조가 당시 다른 노조보다는 목표나 신념이 좀 더 뚜렷하다고 생각을 해서 노조를 옮기게 됐어요. 한참 또 파업을 진행하던 중이기도 했고…. 그래서 고민 끝에 탈퇴와 동시에 바로 본부노조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냥 저를 위해서, 제 회사 생활에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이러니까 노조 가입은 기본 전제였고요. KBS에 노조가 나누어져 있으니까 그중에 저랑 맞는 노조를 선택한 거죠. 기자들은 거의 다 그냥 생각이 같은 분위기여서, 조합 가입서도 한 사람이 모아서 대표로 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때는 조합 가입하는 데, 그리고 노조 자체에 고민이 없었던 시기 같아요. 

 

목표와 신념이 뚜렷했던 새노조,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Q.88년 전후에 태어난 분들은 노동조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으신가요? 

우리 세대에서 그런 분위기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특히 90년대 생들 위주로 보면요. 그런데 KBS라는 특성, 언론인이라는 특성이 그런 부분을 희석하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분위기인데, 저는 생각해 보면 노조 가입할 때 정말 부담이 정말 1도 없었거든요.

 

 

저도 처음 입사할 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걸 그냥 학교에서 동아리 가입하는 것처럼 그냥 그 정도로 되게 손쉽게 가입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노동자니까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입했어요. 그런데 노조 가입할 때 좀 슬픈 생각이 들었어요. 노조가 갈라져 있었잖아요. 그래서 되게 회사가 좋아하겠다, 갈라져 있어서 이용해 먹기도 좋겠구나…. 그래서 좀 슬펐고. 

그런데 그중에 어떤 노조를 선택하느냐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더 뭔가 투쟁적이고 더 열심히 했던 새노조를 택했던 거고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어요. 

 

노조와 회사는 기본적으로 
팽팽한 긴장관계 유지해야

Q.88년생 조합원들을 모신 것은 노조와 동갑내기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젊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목적이 컸거든요. 지금 조합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파업을 열심히 했었고, 웬만한 노동자들은 겪기 어려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파업을 했었죠. 하지만 노조는 애초부터 회사와는 입장이 다른데 지금 조합이 실제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주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의심이 있는 것 같아요. 옛날 노조가 무엇을 해도 정말 신뢰가 갔던 건 힘들 때 함께 싸워주셨던 분들이기 때문인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연차촉진제 이런 거 막아주신 거는 되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뭔가 좀 다른 사안들이 있을 때는 사실 공영노조나 KBS노조가 더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정필모 부사장 논란 때는 (노조가) 왜 우리가 과거에 욕했던 대로 하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어쨌든 저는 노조와 회사는 기본적으로 팽팽하게 긴장 관계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명히 그런 긴장 관계는 허물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조합원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노조에서 움직여서 비판하고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은 목소리가 최대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나서야 뒤늦게 어쩔 수 없이 나서는 느낌들이 강하고. 사실 저는 우리 노조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최대한 공격을 자제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지금 보도본부는 지난 1년 동안 내부 갈등이 정말 극에 달한 상태잖아요. 물론 예전에는 옳고 그른 게 너무나 선명했다면, 지금은 10 대 0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은 해요. 그러니까 노조에서도 어떤 한쪽의 목소리만 내는 건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목소리를 내는 걸 아주 꺼린다는 느낌이에요. 지금 보도본부에서도 지금 여러 가지 보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계속해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을 때 노조의 모습은 아예 안 보이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먼저 의견을 물어보고 어떻게든 현재 뉴스에 대해서 문제점이라든지 혹은 나아가야 할 지점 뭐 방향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최소한 추상적이더라도 제언을 좀 했다면. 지금은 그런 역할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저희끼리는 노조가 지금 뭐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왜 파업을 했으며 노조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이제는 관성적으로 그냥 해요.

 

어쩌면 ‘새 새노조’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저는 옛날에 노동조합에 대한 얘기를 되게 많이 했거든요. KBS 노조든 새노조든, 임원이든 간부든 가리지 않고 얘기를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매우 무심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예 모이면 노조 얘기를 안 해요. 그리고 그냥 인식이 점점 그거 봐, 바뀌니까 또 똑같아지잖아, 약간 이런 느낌이죠. 

 솔직히 요즘에 노조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홍보가 잘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설명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설명이나 홍보 같은 것들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르고 무관심해져 가는 게 제일 무서운 거니까. 악플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잖아요.

 

이해 안 가는 인사 여전...
노조가 제 역할 해야

 

Q.그런 지적들에 대해서 깊이 공감합니다. 조합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태라고 보고 있고요. 그걸 회복시키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겠죠.

어려운 시기에 노조 집행부 하시는 걸 저희도 아니까 안쓰러운 마음도 있기는 해요. 사람들이 새노조 욕하고, “노조 집행부 왜 저래?” 이런 얘기 나오면 저희도 속상하죠. 그런데 아까 저는 이세중 조합원 말씀에 너무나 공감해요. 조합이 되게 ‘추수적’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옛날에는 정말 선두에서 뭔가 날카롭게 비판을 했다면 지금은 아젠다 선정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또 노조의 목표나 청사진 같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회사 적자가 1천억이라는데, 물론 노조가 사측은 아니지만, 노조가 청사진이 있으면 따라갈 텐데. 그런 것도 없으니까요. 그냥 뭐 사측이랑 친한 것 같고…. 또 코드 인사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불만이죠.

 

저는 예전에 제가 모셨던 부장들보다는 (요즘에) 훨씬 실력 있는 부장이 많다고 생각은 해요. 그리고 예전 뉴스보다도 지금 뉴스가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 이해가 안 가는 인사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파업했던 선배들이 부장이 됐죠. 그분들이 부장이 된 것 자체에 불만은 없거든요. 그분들이 일을 잘하시면 되죠. 그런데 어떤 선배가 어떤 부장으로 가면 참 적당하다 하는 대체적인 평가는 있잖아요.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정말 이해 안 가는 인사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던 분이 갑자기 임원이나 간부로 온다든지 그런 경우들이 꽤 있었죠. 

 

 

 

 

Q.최근 인사가 나고 나서, 불만을 노동조합에 호소하시는 조합원들이 있었어요. 조합원들은 사측 견제 역할이 소홀했다고 인식하는 듯합니다. 

최소 그전에 했던 수준의 그 날카로움으로 양승동 체제를 비판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힘들어도 행동할 때 
‘노조 가입 잘했다’ 느껴

 

Q.입사하고 나서 조합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순간이셨어요? ‘아, 내가 조합에 들어오기를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때요.

제가 제일 늦게 가입한 조합원이니 먼저 말씀드릴게요. 저는 조합 옮길 때 했던 활동들이 인상 깊거든요.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광화문 릴레이 발언이라든지. 그 당시 같이 새노조로 옮겼던 젊은 조합원들이 추운 겨울에 같이 행동하면서 전우애가 생기잖아요. 그런 경험들이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 힘들고 불이익 많이 받았을 때가 ‘노조 들어오기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선배들이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핍박받으면서도 행동했을 때, 오히려 새노조의 존재감이 컸던 것 같아요. 진정성도 의심받지 않고 그때는.

 

 

 

 

날카로운 발언이네. 진정성.

 

 

 

저는 입사와 동시에 세월호 때문에 파업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는데, 그때는 특히 양대 노조가 같이 파업을 하다 보니까 정말 회사에 아무도 없었거든요. 정말 그때 ‘노조가 파업해서 국가 기간방송을 이렇게 멈출 수 있다’라는 노조의 힘에 가시적으로 놀랐던 것 같아요. 

또 고대영 체제 때 5개월 넘게 파업을 해서 이겼을 때 정말 기뻤고, 이후 인사가 났을 때 나랑 지난 5, 6년 동안 술자리에서 같이 고민을 나눴던, 일은 잘하지만, 취재부서 발령 못 받았던 선배들이 취재부서에서 뛰는 모습 보면서 앞으로의 기대감과 희열도 분명히 처음에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순간들이 ‘노조가 이렇게 바꿨다’라는 큰 역할을 보여주는 순간이었겠죠.

 

Q.그런데 지금 평가해보면 만족감이 그렇게 크지는 않잖아요. 왜 그렇게 느껴질까요?

사람이 바뀌었지 뭔가 시스템이나 상황 같은 게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솔직히. 또 예전에 적폐들이 물러나고 나면 새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별로 그렇지 않았잖아요. 또 뭔가 채널 경쟁력도 약화하는 상태이기도 하고요. 우리 과제가 여전히 있는 거죠. 씁쓸해요.

망해가는 과자 공장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과자의 양을 줄이는 거잖아요. 요즘 제작비 줄이고 긴축하는 것 보면서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요. 뭔가 시청자에게 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계속 긴축만 하는 것 같아서 진짜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어요. 좀 도와주세요. 

 

노조 존재의 이유
조합원 ‘공감’에서부터 찾아야

 

Q.나중에 노조 위원장이 되거나 집행부의 일원이 된다고 상상하면, 노조가 어떤 걸 해야 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프로그램 할 때 이런 생각을 해요. 옛날에는 ‘작품성 있는 걸 만들어야겠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최소한 공감이라도 할 수 있는 걸 만들자’라고요. 노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조합원들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들, 공감의 포인트만 잘 짚어줘도 저는 노조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회사 경영진들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양승동 사장 체제도 벌써 2년이나 됐고. 사실 뭐 웬만한 정책들과 본인들의 비전에 대해서 평가를 받을 필요는 있죠. 수익적인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만약 좋은 평가가 나오든, 나쁜 평가가 나오든 그것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니 노조가 그런 부분을 분석해줄 수도 있겠고요.

 

 

 

Q.조합에 피와 살이 되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갑내기인 조합에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노조가 영영 안 늙었으면 좋겠네요.”

“다시 파이팅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퇴직할 때까지 같이 잘 나아가자. 
 나이가 똑같으니까.”

 

왜 너만 좋은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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