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호] '그때 그 순간' 외주제작 의혹의 전말
[102호] '그때 그 순간' 외주제작 의혹의 전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3.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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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개편 때 강행하고 있는 <그때 그 순간> 제작 외주사에 대한 의혹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그때 그 순간>은 두 개의 외주 제작사가 담당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A 업체의 사장은 2005년 사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요기획> 방송 사태 때의 담당 외주 제작사 사장의 친동생으로, <수요기획>에서 방송이 되었던 전기자동차 업체의 사장이었다.

이 사건으로 감사가 진행돼 당시의 문제 외주업체는 퇴출이 되었는데, 8년후 사건의 주역이 다시 나타나 이번 개편 논란의 핵심인 <그때 그 순간>의 외주제작을 맡게 됐다. 친동생의 회사를, 그것도 상당부분 과장, 왜곡된 내용을 방송해 퇴출까지 됐던 부도덕한 사건의 관련자들이 현대사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는 명백히 재감사가 실시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 전모를 밝힌다.

 

 

A 외주사의 실질적인 대표는 과거 문제를 일으켜 퇴출당한 J

 

충격적인 사실은 A사의 경우 실질적인 대표가 2005년도에 문제를 일으켜 퇴출당한 J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A사의 대표는 J씨의 동생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불과 1년전 기사만 보더라도 J씨가 대표, 동생은 본부장으로 소개되어있다.

 

 

 

 

2005J씨가 퇴출된 과정은 당시 KBS노보에 수차례에 걸쳐 자세히 기사화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B사의 대표였던 J씨는 같은 해 6월에 방송된 수요기획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한 벤처회사가 100일 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얘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해당 전기차는 건설교통부의 주행테스트를 통과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차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방송에 소개된 벤처회사 대표가 J씨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다. 형이 동생 회사를 허위로 홍보해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한 것이다. 결국 J씨의 B 외주사는 KBS의 수요기획에서 3년간 퇴출 조치를 당한다. 또 제작비 유용 혐의를 받은 사랑의 가족이라는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영구 퇴출되었다.

당시 벤처회사 대표였던 J씨 동생은 그 이전에는 세녹스라는 유사 휘발유를 제조, 유통하다가 물의를 빚고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바로 그 동생이 현재의 A 외주사 대표로 있는 것이다. 방송계에서 이렇다 할 경력을 쌓은 적이 없는 J씨 동생이 외주사의 실질적 대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J씨가 실제 대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작년까지는 J씨가 대표인 것으로 유력 일간지의 부고기사에 소개되어 있다.

설혹 J씨 동생이 외주사 진짜 대표라 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문제가 된다. J씨 동생은 허위 사실을 방송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이익을 도모한 장본인이다. 또 그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에 현대사처럼 중요한 프로그램을 맡긴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당시 이 사태로 감사를 받은 내부 관계자는 4명이었는데 1명만이 관리 소홀로 주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외주제작 결정을 하였으나 둘이 형제관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3명 중 1명이 당시 외주제작 팀장(지금의 국장급)이었던 길환영 사장이다. 외주제작 총괄 책임자였던 것이다.

J씨는 공채9기로 입사한 PD 출신이다. 길환영 사장은 공채 8기다. 혹시 길사장과 J씨의 은밀한 사적 관계가 자격 없는 외주사에게 논란의 가능성이 큰 현대사 프로를 맡긴 배경이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A 외주사 기획안, 10월 유신은 경제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합은 현대사 프로를 담당할 외주사에서 제출한 기획안을 살펴보던 중 논란의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을 다수 확인하였다.

 

특히 ‘10월 유신과 관련해 정리한 A 외주사의 기획안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중 일부만 옮겨보면 “196913.8%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19725.8%로 급락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강압적인 자원분배가 필요했고 철권이 요구되었다. .....”

박정희 독재를 영구화하기 위해 획책한 유신을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던 유신이다. 그것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던 것처럼 포장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게 <그때 그 순간>은 선정이 되어서는 안 될 업체가 과거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맡은 중대한 절차적 의혹이 있고, 내용상으로도 독재정권을 찬양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명백한 만큼 즉각 중단이 되어야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에 대한 추가 의혹을 계속 밝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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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최악의 관제·졸속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길환영 사장의 이번 첫 개편은 2008년 이병순 사장이 강행한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폐지, 탐사보도팀 해체, MB 주례연설 신설의 개편 이후 최악의 관제·졸속 개편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찬양하려는 외주 프로그램의 신설을 강행하고 있고,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를 대거 축소, 폐지한다. 일각에는 향후 있을 조직개편의 사전 작업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1. 1라디오 <열린토론> 폐지 - ‘뉴스채널’의 포기

 

1라디오의 대표적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열린토론>이 폐지된다. <열린토론> 외에도 <라디오정보센터 오광균입니다>, <생방송 오늘 유애리입니다> 등 시사프로그램이 대거 없어진다. 전 날 이사회 보고에 이어 14일 열린 노조 개편 설명회에서 이경우 라디오 편성부장은 “1라디오는 2003년 뉴스채널이 됐다가 2008년 종합편성 채널로 바뀌었다. 이번 개편에서는 1라디오의 종합편성 기능을 강화한다”고 답했다. 1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을 대폭 없애 ‘뉴스채널’의 성격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다.

<열린토론>은 2008년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정관용 MC가 도중하차해 이른바 ‘블랙리스트’ 파문의 시발이 됐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 술 더 떠 ‘대한민국의 뉴스채널’을 아예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 끊임없이 KBS의 시사 기능을 약화시켜온 지난 5년간 꼼수의 결정판이다.

 

2. <뉴스라인> 폐지 ? 사상 최악의 뉴스 편성

 

오피니언 리더 층을 대상으로 하는 밤 10시 50분부터 1시 경까지의 편성은 엉망이 돼 버렸다. 편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편성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뉴스라인>을 10분 축소해 밤 11시 30분으로 편성한 것. 세상에 30분에 시작하는 뉴스도 있나? 이렇게 되면 <뉴스라인>은 단순한 스팟뉴스로 전락하게 된다. 실질적인 폐지다. 개편 설명회에서 홍혜경 편성국장은 “원래는 밤 12시로 편성을 하려고 했다가 월드뉴스가 신설되면서 (불가피하게) 11시 30분에 편성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최악의 뉴스 편성이 돼 버렸다. 거기다 <월드뉴스>와 <스포츠 하이라이트>, 1시 뉴스까지 4개의 뉴스가 연달아 편성이 됐다.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될뿐더러, 보도기술국 등의 인력과 리소스를 고려하지 않은 편성이다.

 

 

3. <그때 그 순간> - 시사기능의 외주화를 통한 관제홍보 작업

 

외주로 제작되는 짝퉁 역사 프로그램 <그때 그 순간>에 대해서는 편성국과 다큐국간에 진실 공방까지 진행되고 있다. 편성국의 주장은 현대사 프로그램을 외주로 제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다큐국에 제작 의향을 물었고 기획안까지 전달했으나 다큐국이 거절을 했다는 것. 하지만 김규효 다큐국장은 정식 요청이 없었고, 기획안도 본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태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외주를 동원한 관제 프로그램 제작’의 연장선이다. 그동안 언론노조 KBS본부가 수없이 지적했듯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G20, 구제역 파문, 연평도 사건, <아침마당> 등에서 외주사를 동원해 MB정부의 업적을 홍보하고 친여 인사를 무더기 출연시켰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사람이 당시 콘텐츠본부장이었던 길환영 현재 사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그때 그 순간>의 방송이 강행되고 있고, 이런 맥락 속에서 앞서 언급한 문제 외주제작사 선정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면 안내>

3면 :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4면 : 정부조직개편안 후폭풍은

5면 : 지역지부탐방3 - 강원지부

6면 : 그대 노동 조합을 아는가2 - 전영일 선배

7면 : 조합원 통신 - 이태현PD

8면 : 시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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