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호-2] ‘악전고투’만으로는…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237호-2] ‘악전고투’만으로는…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9.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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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기고문 | 현장의 목소리 

‘악전고투’만으로는…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부산울산지부 / 황현규 조합원 

 

  입사 14년차. 줄곧 사건기자로 재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지금은 3년째 사건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재난에 익숙할 법 하지만, 여전히 긴장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어떤 피해가 생길지 모릅니다. 지난 7월 23일 밤 부산에 갑자기 쏟아진 집중호우가 그랬습니다. 9월 들어 부산을 근접해 지나간 2개의 태풍(마이삭, 하이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난방송도 달라졌습니다. 현장 중계 연결에만 그치지 않고 10분 정도의 자체 특보를 전국에 내보냅니다. 이번 태풍 때부산총국의 경우 현장 중계를 위해 2개팀을 운용했습니다. 여기에 재난 CCTV와 시청자 제보 영상을 활용한 스튜디오 참여, 전문가 출연, 현지 통신원 연결 등으로 특보 방송을 했습니다. 예전보다 특보 시간이 길어지고 내용도 다양해져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밤새 재난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다시 피해 현장을 취재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NHK 지역 방송국… 완성된 재난방송 시스템 갖춰

 

  4년 전 기억을 떠올립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 현지에서 NHK의 재난방송 체계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NHK 오사카 등지를 찾았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재난방송 시스템이었습니다. 본사가 아닌데도 재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사화돼 언제든 자막을 송출하고 속보 체제로 바로 전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CCTV와 헬기 촬영 영상을 바로 전송받아 실시간 방송도 가능했습니다. 방송국 관계자는 장시간 재난 현장 취재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보관해 둔 창고까지 보여줬습니다. 재난 방송 훈련도 일상화 돼 있었습니다. “몸이 알아서 반응하도록 훈련한다”는 게 재난방송 책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NHK와 비교하면 KBS 지역방송국의 재난방송 체계는 매우 열악합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의 책임감을 가지고 ‘악전고투’하는 기자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재난방송센터를 운용하는 본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에도 ‘잘 갖춰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 방송국의 존재 이유는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NHK 관계자의 말을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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