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호-14] 본부장 편지 | 우리 조합 최고의 목표는 함께 하기
[238호-14] 본부장 편지 | 우리 조합 최고의 목표는 함께 하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2.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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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장 편지 

우리 조합 최고의 목표는 함께 하기

 

  “어떻게 지내나요. 노조 힘들죠?” 1년이 넘도록 많은 분들이 물어봐 줍니다. 

  “힘들다”는 우는 소리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합니다.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대신 가장 많이 말하는 답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PD로서 14년 동안 해온 제작과 다른 일을, 노조에서 많이 겪는다는 뜻입니다. 방송일을 받으면 어떻게든 방송은 나가지만, 노조의 미션은 시간 내에 완수되지 않고 쌓이기 일쑤입니다. 오히려 노조는 일을 유리한 국면을 가늠해서 미루기도 하고, 관계없던 일을 묶어서 처리하기도 합니다. 현업에서의 목표는 뛰어난 성과이며, 선택하는 수단도 목적에 따라 결정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성과는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다를 때가 있습니다. 

  당면한 직무재설계에 대해 노조의 목표는 복잡합니다. 노동 조건의 악화 방지, 직업 안정성 확보는 의심할 바 없는 목표입니다. 동시에 생존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 노조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은 우리 노조의 공감대였습니다. 이는 작년 7월 회사의 경영혁신안에 나왔을 때부터 조합설문결과와 성명서로 공감대를 이뤄왔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대응 목표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누구나 직무재설계안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있으나 적어도 노조의 본분은 회사를 견제하고 사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요구는 강력합니다. 집행부에게 단호한 스탠스를 묻는 지부장과 중앙위원 역시, 조합원들에게 큰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허술한 직무재설계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맞는가, 정원표 감축을 막는 것과 채용을 확보하는 것 사이에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고민이 깊습니다.

  새로운 ‘노조 연수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고 같이 움직이기’ 경험입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힘을 합쳐 직무재설계를 정면으로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발목잡기라고 불릴 만한, 무조건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측의 직무재설계안과 유사한 분량의 의견서를 현장을 토대로 작성했고 혁신추진부를 상대로 재설계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구역별로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현장에 밀착된 조합원의 비판에 비해, 사측은 “수정보완할 점은 있지만, 뭔가 변화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조곤조곤 따지는 노조와 당위론을 내세우는 사측은 뒤엉켜서 끝장 토론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측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다행입니다. 처음부터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인력 기틀을 세우는 것은 사측의 실험이나 단순한 제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완성도와 공감대가 핵심입니다.

  동료를 믿고 같이 움직이니 자신이 생깁니다. 전사적인 토론을 거치고 있는 직무재설계안의 수정의 폭은 유동적으로 보입니다. 조합에는 서로를 믿고 같이 한다면 직무재설계의 불합리한 지점을 막을 수 있다는 용기가 있습니다. 

  요즘 노조 생활 어떠냐고 묻는다면, “사람들과 함께 하니, 할 만하다.”고 답 드리겠습니다. 

 

본부장 유 재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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