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호] 유신찬양 의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06호] 유신찬양 의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5.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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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찬양 의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다큐극장>

- 승자들의 무용담으로 채워진 역사 왜곡 프로그램

- 제작비 4,200만원에 영상자료 대거 유출, 특혜 덩어리

 

 

“과거는 둥급니다. 역사는 어느 한 측면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 우리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대와 진영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필요한데요, 다큐극장. 바로 그 무대를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다큐극장> 1회(4/27 방송)의 오프닝 멘트다.

출발 전부터 편향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만큼 이를 의식한 나름의 각오를, 공정하게 다룰 테니 걱정마라는 투로 프로그램 초입에 배치했다. 그러나 잠시나마 ‘설마’했던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일방의 관점을 투영한 ‘88서울올림픽, 신이 내린 한 수’였기 때문이다.

이후 60분 동안 ‘신이 내린 한 수’는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한 것인지, 그리고 왜 ‘신이 내린 한 수’인지는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저 주장으로서의 ‘신이 내린 한 수’일 뿐이었다. 보통 시사나 역사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갈등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단정적 주장을 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다큐극장> 1편은 그런 드문 경우를 ‘용감하게도’ 감행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에서 추진을 결정했다든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아주 잠깐 구색 맞추기 식으로만 언급할 뿐 심도 있게 내면을 들추지는 않았다.

 

 

 

 

당대를 주도했던 파워엘리트들의 ‘승자 무용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승자들의 역사를 화려하게 조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세히 들추고 불편한 내용은 슬쩍 엿보이는 식의 구성, 이른바 선수들끼리 보면 아는 뻔한 구성 방식이 여지없이 차용되었다. 오프닝 멘트처럼 ‘다양한 각도’는 보여주되 비중은 편향되게 가져갔다. ‘세대와 진영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은 시작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형태의 문제는 지난 토요일(5/4) 방송된 <다큐극장> 2회에서도 똑같이 노출되었다.

2회에서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1963년 처음 시작된 광부와 간호사들의 파독은 대한민국 경제 근대화의 소중한 토대가 되었다고 평가 받는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을 위한 종자돈으로서 외화 획득이 절실했다. 외국으로의 노동자 파견은 외화 획득은 물론 당시의 높은 실업률 해소에도 일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다큐극장> 2편은 이러한 희생과 헌신의 역사를 비교적 담담하게 조망해갔다. 최소한 중반까지는.

 

프로그램 시작 27분경 최근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파독 광부와 간호사 임금을 담보로 독일로부터 차관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오래전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진 내용인데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의 인터뷰와 이에 대해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영조 경희대 교수의 인터뷰가 앞뒤로 배치되어 이러한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즉 광부와 간호사 파독을 결정한 박정희 정부가 자국민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대가로 제공받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 주장에 대해 관련 학계에서는 아직은 이렇다 할 반론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파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조망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주장의 소개는 프로그램 구성상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큐극장>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경제 역군들’ (5/4)

 

 

39분경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에 독일을 방문, 광부들을 만난 일화가 소개된다. 방송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고국의 대통령을 만나던 날. 낯선 이국땅에서 함께 부른 애국가는 그립고 그리운 고향이었고 가족이었다. 광부와 간호사들은 그들의 고통을 눈물로 쏟아냈다.

 

<백영훈>(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가서, 가지고 간 연설문 읽으려고 몇 번 읽다가 놓고 울어버려요. 박정희의 눈물 아닙니까?”

대통령은 가난 극복을 위해 더 열심히 달려보자며 그들의 수고와 눈물을 위로했다.

<백영훈>

“여러분, 이게 무슨 꼴이에요. 여러분, 새까만 얼굴을 보니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와요. 여러분, 나는 어떻게 하라고요. 우리 합시다”

 

여기서 주인공은 갑자기 박정희 대통령으로 바뀐다. 조국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영웅적 지도자의 모습이 이름 없는 광부와 간호사의 희생을 압도한 것이다. 대통령의 눈물을 얘기하는데 감동하지 않을 시청자가 누가 있겠나?

또 하나 살펴볼 점은 대통령의 눈물을 보았다는 이는 광부나 간호사가 아닌 백영훈씨다. 최근 파독 광부들을 취재하고 돌아온 한 PD도 육여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은 보았어도 박대통령이 울먹이는 모습을 기억하는 광부들의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백영훈 원장은 당시 통역관이었다. 유신 정권에서 유정회 의원을 지낸 인물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백영훈씨의 증언이 사실을 과장한 것은 아닐까? 뜬금없는 의혹은 아니다.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전력을 백영훈씨는 갖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던 ‘임금담보 차관제공설’의 주인공이 바로 백영훈씨다. 백영훈씨가 1997년 쓴 ‘아우토반에 뿌린 눈물’에서 임금담보설을 주장하였고,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해 사실인 양 인용되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백영훈씨는 프로그램 앞부분에서 임금담보설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인터뷰이로 활용되었다. 그가 사실을 과장해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뛰어난 ‘재능’과 전력이 있음은 숨기고 말이다.

 

두 편의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사내의 공통적인 반응은 “도대체 제작비 4,250만원을 어디에 쓴 걸까?” 하는 것이었다. 인터뷰와 자료화면으로 채워진 이 조악한 프로그램의 제작비가 4,250만원이라는 사실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다. 거기다 자료화면은 아무런 저작권 보호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채 외주제작사에 넘겨졌다. 현재 종편사들은 외주제작사를 선정할 때 영상자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한 판단기준이라고 한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현대사 영상자료가 무더기로 유출되고 있는데 사측에서는 수수방관하고만 있다. ‘국민의 자산’이라는 영상자료를 유출하고 특혜에 가까운 제작비를 써가며 역사 왜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KBS에 대한 배임이자 시청자들에 대한 배임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다큐극장>이 자행하고 있는 ‘배임의 역사’, ‘역사 왜곡의 역사’를 끊임없이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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