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 27호] '추적60분'불방 외압 실체, 청와대는 사과하라!
[특보 27호] '추적60분'불방 외압 실체, 청와대는 사과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12.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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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8일 방송예정이었던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 사태의 외압 실체가 드러났다. 외압의 배후는 우려했던 대로 ‘청와대’였음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KBS 정치외교부가 지난 12월 3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 정무 1비서관은 ‘수신료 분위기가 안좋다’ ‘KBS가 추적 60분에서 천안함에 이어 경남도 소송-4대강 편-관련 방송을 하는 등 반정부적인 이슈를 다룬다’며, ‘KBS가 왜 그러냐고 부정적인 보고를 했다’고 KBS 기자에게 전했다. '홍보 쪽은 물론 언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획관리실장도 이 같은 보고를 했다'며 이런 분위기를 참고하라고 기자에게 충고까지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곧바로 정치부장을 통해 사측 간부들에게 전해졌다.

이 시점에서 사측은 곧바로 추적 60분에 대한 불방 검토에 착수했다. 사측은 보고 문건과 불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3일 방송 내용도 전혀 모르는 보도본부장이 갑작스럽게 부사장에게 ‘추적60분 4대강 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불방 사태가 시작된 것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측은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이번 사태를 호도하려 하지 말라! 당장 청와대 외압의 실체를 낱낱이 고백하고 관련 책임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라! 또한 김인규 사장은 ‘추적 60분’ 불방 사태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즉각 ‘4대강 편’을 방송하겠다고 약속하라!

사실 이 같은 사태는 대통령 특보 출신 인물이 사장으로 오면서부터 충분히 우려됐던 일이다.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KBS는 공영방송은 커녕 언론사라고 부르기 힘들만큼 친정부적인 편향 보도와 방송을 일삼아왔다. 얼마 전 예산안 날치기 사태에 대해서도 철저히 여당 편향적이고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식’ 보도를 일삼다 야당 의원들이 KBS를 찾아와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것이 김인규 사장이 1년 동안 망쳐놓은 공영방송 KBS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권에도 경고한다.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면서 *방송 보도를 막으려는 치졸한 작태를 당장 집어 치워라! 청와대 기획관리실이 언론사에 대한 ‘보도 지침’을 만드는 곳이냐!

도대체 KBS 기자가 참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당장 밝혀라! 방송 제작과 편성에 관여하면서 정권의 입맛대로 KBS를 길들이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 언론노조 KBS본부 1천여 조합원의 강고한 대오부터 넘어야 할 것임을 각오하라!

2010년 12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측은 이와 관련해,

1. 추적60분 방송 보류와 관련하여 어떠한 외압도 받지 않았으며 12월3일자 정치외교부 보고서와 방송 보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2. 비록 방송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제목과 전체적인 흐름 등이 낙동강 사업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3. 추적60분 방송 보류는 ‘일일방송편성’ 조정에 불과하며 방송 보류는 보도본부 제작책임자의 요청에 따라 아무런 문제없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4. 다만 이번 방송 보류 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할 수 있지만, 사측 책임자 누구도 문책을 당할 만큼 책임질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5. 방송 보류된 ‘추적60분 4대강 편’의 방영 일시는 재판 결과를 반영하여 제작부서에서 재논의와 작업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측은 이와 관련해,

1. 추적60분 불방은 12월3일자 정치외교부 보고서를 접한 사측 간부들이 자발적 또는 불가피하게 권력에 굴복하여 자행한 대표적인 불공정방송 사태라고 밝혔습니다.

2. 또한 방송될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사측이 방송 보류를 결정한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1조를 아전인수격으로 왜곡, 확대 해석했다고 밝혔습니다.

3. 추적60분 불방 결정은 또한 방송의 취소 또는 연기와 관련해 제작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토록 한 KBS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심대한 제작자율성 침해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4. 이처럼 방송심의 규정을 왜곡해 적용하고 불방 결정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은 물론 이미 시청자에게 예고된 방송 프로그램과 내용을 제 시간에 방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단체협약 제27조에 따라 사측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5. 또한 ‘추적60분 4대강 편’은 조속한 시일 안에 방송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주 수요일(15일)에 방송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추적 60분 제작팀의 막내 격인 김범수 PD. KBS에 들어오기 전에는 나름 잘 나가던 논술강사였다고 합니다. 오늘도 취재현장을 누비며 참 언론인의 길을 찾고 있는 입사 3년차의 김범수 PD가 지난 10일 코비스에 올린 글은 KBS 밥을 그보다 더 먹은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추적 60분 불방을 그저 우리가 힘이 없어서, 혹은 저들의 힘이 너무 세서라며 자위하던 선후배들에게는 일종의 죽비였습니다. “과연 지금 KBS는 공영방송사인가?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공영방송의 언론인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그의 글은 회사 측의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사라졌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편집국은 김범수 PD의 글을 KBS 역사의 일부로 기록하는 의미에서 전문을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편집자 주>

“4대강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던 날, 선배님은 추적 60분을 불방시켰습니다”


김인규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추적60분>에 있는 34기 김범수피디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배님을 선배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선배님께 공개 편지를 쓰는 것은 어제 있었던 <추적60분> 불방 때문입니다.

 

어제 <추적60분> ‘4대강’편은 결국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혀 예고되지 않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나갔습니다. 입사 이래 저는 KBS에서 반상식적인 일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불방은 일련의 반상식적인 일들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어떤 것이었습니다. 선배님에게는 그냥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불방이었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참으로 아프고 참담한 불방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처음 방송보류니 연기니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월요일입니다. 방송 불가가 아니라 연기였습니다. 방송을 낼 것이라면 굳이 한 주를 연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대비해 야당 의원들이 국회 중앙홀을 점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당일. 국회에서는 날치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4대강 예산안과 ‘친수법(친수구역 특별 법안)’입니다. 친수법은 4대강 사업의 설거지를 위한 법안입니다. 자본금이 2조에 불과한 수자원공사에 8조짜리 4대강 공사 사업을 억지로 떠넘기면서 정부가 수공에 약속한 수변 구역 개발법안입니다. 수공은 이 법안을 바탕으로 수변에 리조트도 짓고, 카지노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손해난 8조 중 다만 얼마라도 건질 수 있다는 것이 수공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식수오염과 환경 문제 때문에 이 친수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에서는 4대강 사업을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했다는 이번 국회 날치기도 결국 4대강 예산과 친수법 통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은 저보다 선배님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대강 예산안과 친수법이 날치기로 통과되던 바로 그날, 선배님은 <추적60분> ‘4대강’ 편을 불방시켰습니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합니다. 재판에 관한 사항이 얼마나 많이 보도되는 지는 저도 알고 기자였던 선배님도 압니다. 선배님이 걱정했던 것은 아마도 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이었을 겁니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친수법을, 그것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는 사실. 그 역풍을 걱정했을 겁니다. <추적60분>의 4대강 방송이 혹시 여당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까 그게 걱정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선배님, 선배님은 아직도 헛갈리는 듯합니다. 선배님은 공영방송 사장입니다. 누구의 특보도 아니고 어느 당의 당원도 아닙니다. 비판여론에 대한 걱정은 여당의 몫입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선배님은 불방 결정을 내렸습니다. 너무나 정치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제작진과 시청자의 약속은 미처 예고할 틈도 없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추적60분> 제작진은 영문도 모른 채 여당 날치기 통과의 공범이 되었습니다. 참담합니다.

 

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화섭 국장을 통해 불방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월요일입니다. 그런데 월요일까지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날치기를 우려해 국회 로텐더홀을 점령한 것도 화요일 밤입니다. 그 어떤 언론도 몰랐고, 심지어 민주당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일을 선배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여당과 일정을 논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선배님은 정말 결백하십니까?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김인규 선배님, 그만 KBS에서 나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 선배님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습니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습니다. 그만 물러나 주십시오.

 

<여기에서 단호하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KBS를 장악하러 왔다고 주장합니다. 아닙니다. 결단코 아닙니다. 저는 양심을 걸고 말합니다. 저는 KBS를 지키려고 왔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본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제가 대선캠프에 있었다고 해서 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부 입맛에 맞게 방송을 마음대로 만들고 방송을 좌지우지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저와 함께 현장에서 뛰었던 후배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일이 지금 가능하기나 합니까? 공영방송을 위해 투쟁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KBS후배들의 눈동자가 이렇게 저를 지켜보고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선배님의 취임사입니다. 물러나 주십시오.

 

<<11월>>

◎ 11월 10일(수) : <추적 60분> 제작팀, ‘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 관련 아이템 추진 결정(12월 8일 방송예정),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에게 보고

◎ 11월 12일(금) : 촬영 시작

◎ 11월 26일(금) : 가구성안 보고

◎ 11월 28일(일) : 김현 시사제작1부장이 VCR1에 정부의 4대강 추진 목표, VCR4에 예상되는 갈등 해법 등 내용 추가 지시. 제작진 일부 수용.이후 아무런 지시나 내용에 대한 의견 없었음.

<<12월>>

◎ 12월 3일(금) : <추적 60분> 관련 청와대 정보보고. 이정봉 보도본부장이 부사장에게 <추적 60분 - 4대강> 편 방송 보류 검토 건의. 서울 행정법원, 4대강(한강) 소송 관련 선고

◎ 12월 6일(월) : 오후, 시사제작국장이 제작팀에 방송 연기하면 어떻겠냐는 제의함. (금요일 낙동강 관련 재판에 영향 미칠 수 있다는 이유)

이에 대해 제작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절.

“지금 연기하면 이번 주 결방되어 추적60분 신뢰도에 안 좋은 영향 미친다. 지난주부터 방송 예고 방영됐다.

금요일 재판에 영향 미칠만한 내용 없으며 실제 재판은 낙동강 사업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방송은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어난 정부-지자체 간의 갈등과 그 실제 이유,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상에서의 문제들을 과학적 분석/측정으로 실증해 보고 해법을 찾아보는 내용이다. 즉,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 없다.”

 

◎ 12월 7일(화) : 오전 조대현 부사장, 강희중 <추적60분> 팀장 호출해 방송 연기 제의함. <추적60분> 제작팀 전체 회의 후 연기 불가하다고 입장 전달.

◎ 12월 7일(화) : 오후 편집구성안 시사제작국장에게 보고

국장이 ▲민주당의 불법 폐기물 조사결과(VCR2) 삭제 요구, 거절 ▲VCR2~3 선/악이 너무 뚜렷이 느껴짐. 일방적인 내용이라는 지적, 이에 대해 국토부의 답변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답변함 ▲VCR4 독일 전문가는 비주류 아니냐는 지적에 해당 독일 전문가는 33년 동안(1976~2008) 하천정책/조사 관련 부서에서 일해 온 공무원이라고 답변(실무와 이론 겸비한 전문가) ▲ VCR4에 4대강 찬성 쪽 전문가/국토부 의견 부족하다는 지적

국토부는 답변을 거절했고 찬성 쪽 전문가들은 해당 홍수 현장에 밝지못해 적절한 답변을 찾기 어렵다고 답변.

◎ 12월 7일(화) : 오후 5시 경, 보도본부 국장급 회의(보도본부장 주관, 보도국장, 시사제국장 등 참석)에서 방송 보류 결정.

오후 6시 경, <추적 60분> 제작팀에게 방송 보류 결정 통보

◎ 12월 8일(수) : 제작진에게 어떠한 지시나 통보 없이 <추적 60분> 불방(BBC 다큐멘터리로 긴급 대체편성). 사측, <추적 60분> 방송 보류 관련 보도자료 배포

◎ 12월 8일(수) : 언론노조 KBS본부, <추적 60분 - 4대강>편 방송보류 긴급규탄대회 개최

◎ 12월 9일(목) : <추적 60분> 불방 규탄 출근 피케팅

◎ 12월 10일(금) : 부산행정법원, 4대강(낙동강) 소송 선고

◎ 12월 13일(월) : 노사, 임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추적 60분 불방 관련), 9시간 회의 끝에 결렬.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프로그램 개편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측이 졸속으로 강행해 논란을 예고했던 <역사스페셜> 폐지안은 다행히 무산됐지만 우리는 이번 개편안을 보고 우려를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편안은 한마디로 말해 예능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고 2TV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편안에서는 2TV에서 <감성다큐 미지수>(다큐멘터리국), <라이브 음악창고>, <천하무적 토요일>, <밤샘버라이어티 야행성>(이상 예능국) 등의 프로그램들이 무더기로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신설 프로그램 중에서 본격 예능프로그램은 병역의무를 마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명 받았습니다> 정도 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월요일에서 목요일 밤에 띠로 편성된 이다. 지금도 강연이나 토론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선정 시 기계적 중립조차 잘 지켜지지 않은 채 친정부 인사들이 빈번히 출연을 하는 상황에서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우려가 클 뿐더러 80년대식 국민 계도성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 상반기 조직개편과정에서 예능·드라마를 15% 줄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내부의 반발을 사자 사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사측은 수신료 국면에서 2TV의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과연 2TV에 예능이나 드라마가 많아서 수신료가 현실화되지 않는 것인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KBS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정부정책 홍보를 자제하고 이번 <추적 60분> 4대강 불방사태 같은 일에 대해 김인규 사장 이하 책임자들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이지,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오락을 제공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우려가 되는 것은 이러한 문제투성이 개편안을 강행하려 하는 사측의 의도이다. 이 안대로 개편이 되면 내년 광고수입이 500억원 가량 줄어들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음을 사측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개편안을 내놓는 것은 조중동 종편채널에 2TV의 광고를 갖다 바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수신료 현실화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광고부터 무조건 버려서 KBS의 경영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면 김인규 사장은 과연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종편채널은 KBS의 광고를 최대한 축소해 자신들이 가져가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2TV에 예능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고 80년대식 복고풍의 프로그램들을 편성한다면 가장 좋아할 쪽은 종편진출을 노리고 있는 족벌신문들일 것이다. 이런 우려는 오해일 뿐이라고 반박하려면 사측은 당장 이번 졸속 개편안을 전면 취소하고 2TV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기 위해 기울이는 그 노력의 반의 반 만이라도 기울여 말이다.

2010년 12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무려 430억원을 확보했고...’ ‘가장 많이 확보한 의원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으로.. 천억 넘게 배정받았습니다’ 지난 9일 우리 9시뉴스 리포트 ‘치고 받는 와중에 챙길 건 다 챙겨’의 일부분이다. ‘무려 430억원’은 사례 가운데 첫 번째고 ‘가장 많이 확보한 이상득 의원 천억’은 30초 이상 지난뒤 나오는 사례의 마지막 부분이다.

‘무려 430억!’이면 ‘천억’에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남들은 다 1,600억이라고 하는 걸 ‘무려’ 600억이나 깎아 ‘천억’으로 했지만 그래도 ‘무려 1,000억’으로 첫 사례가 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대입 논술시험이었으면 분명 낙제점일 이런 사태가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뉴스’라는 KBS 9시뉴스에서 가능한 것일까?

날치기를 날치기라 하지는 못할지언정..

방송뉴스에서 ‘날치기’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이번의 경우도 3사 모두 ‘단독 처리’로 표현했다. 그러나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KBS는 그냥 ‘단독 처리’였지만 타사들은 모두 ‘단독 강행 처리.’였다. ‘강행’이란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는 최소한의 ‘하자’도 없는 정당한 권한 행사가 된 것이다.

이런 단어선택의 ‘자기 검열’은 남들은 다쓰는 ‘형님 예산’,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라는 보편화되고 핵심을 찌르는 단어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어 결국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봐주기’, ‘권력 눈치보기’로 이어진다.

권력 눈치보기의 절정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의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한 폭력 동영상’ 누락 건이다. 상대사가 이미 1시간 전에 소개한 ‘충격적인 동영상’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최근 KBS를 좀먹고 있는 ‘권력에 누가 되는 것은 욕먹더라도 눈감겠다’는 자폐아적인 몰염치에 다름 아니다.

‘난장판 국회’로 덮는 집권당의 의회 폭력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민주당이 피해자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폭력 동영상’을 소개하지도 않으면서 국회 폭력사태를 소개하고, 그것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것을 앞세워 마치 ‘한나라당이 피해자인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원들에 둘러싸여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하던 최영희 의원의 ‘몸부림’을 ‘발길질 폭력’으로 ‘클로즈업’한 것은 KBS의 ‘렌즈’가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이러한 인식의 경향성은 ‘물리적 충돌은 야당이 중앙홀을 점거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는 멘트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거대 집권당이 폭력의 피해자로 인식되는 순간 ‘난장판’ ‘육탄전’ ‘전쟁터’ ‘전운’을 조성한 것은 야당의 폭력이 되고, ‘파행 악순환 언제까지’ ‘폭력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듯 해도 결국 폭력의 책임은 야당에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니 파문이 커지자 본인 스스로 잘못을 공개 사과하기까지 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의 폭력 동영상’은 알고도 소개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더구나 “‘너나 없이’ 지역구 예산은 대폭 늘었”으니 ‘그놈이 그놈이지!’. 차분하고 분석적인 기사는 없이 이처럼 국회를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얻으려는게 무엇인가?

권력 눈치 보기에 무너지는 KBS의 취재 역량

안타까운 것은 이런 ‘자기 검열’ 과정을 거치며 KBS 정치부의 취재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형님 예산 1,600억’ 증가 물타기 기사와 ‘폭력 동영상 누락’은 함량미달 리포트와 기사누락으로, ‘권력 눈치보기’가 아니면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국회 폭력’ 리포트 기사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입 안쪽을 여덟바늘 꿰맸다’고 밝히면서도, 당일 다른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모두 알았을 그 원인은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사의 기본 개념’을 상실한 것이었다.

이번 예산안 처리 시기 KBS 9시뉴스만 보면 도대체, 왜 여.야가 극한 충돌을 했는지 알길이 없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단 이 한마디로 9시뉴스가 전한대로 ‘난장판’, ‘전쟁터’가 된 국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한나라당이 결사적이었다’든지, ‘이재오 특임장관이 나서면서 여.야 대화가 실종돼 상황이 악화됐다’든지 아니면 ‘여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에 야당은 투쟁에 집착할 뿐 대화와 타협은 사실상 없었다’든지 하는 분석은 기대하기 어려운가? 중점 추진 예산안의 누락으로 여당이 내홍에 휩싸일 정도로 이번 처리과정은 어느 매체의 지적처럼 ‘3년 연속 부실 처리된’ 것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KBS 뉴스는 타사뉴스나 인터넷 뉴스를 참고해야만 이해가능하다는 품평을 들어야 하는가?

4대강 공사로 수자원공사에 특혜를 주는 ‘친수구역 특별법’과 원전 수출 댓가로 준비된 것이라고 비판 받았던 ‘UAE 파병안’이 통과된 사실을 KBS 9시뉴스는 전혀 전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중요하고, 논쟁적인 기본 사실조차 전하지 않고 사흘 지난 리포트에선 ‘UAE 파병’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기술적인 설명만 하고 지나갈 수 있는가?

우리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스스로’ 만든 리포트라고 믿고 싶지 않다. 그 뛰어난 기자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을 반복한다고 믿을 수 없다.

‘한나라당 당보라고 해도 좋은 KBS 9시뉴스’라는 비아냥을 마냥 비아냥이라고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가? 우리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파, 지향점을 가진 뉴스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최소한 헌법과 상식에 기반한 국회의 기본 기능, 민주주의적 절차에 천착하는 기사작성과 비평을 바랄 뿐이다. 그것이 ‘공영방송 KBS’ 정치부 기자의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KBS 정치부 기자들이여 눈을 떠라! 그대들의 굴종과 침묵이 KBS뉴스를 좀먹고 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드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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