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호]'도청 의혹'설문조사 사측 입장 불신 진상조사위 필요 96%
[45호]'도청 의혹'설문조사 사측 입장 불신 진상조사위 필요 96%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7.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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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내 구성원의 대부분이 최근 ‘도청 의혹’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이 내 놓은 ‘입장’을 불신하고 있으며,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KBS본부 조합원 가운데 코비스(사내 게시망) 커뮤니티에 가입된 1063명을 대상으로 (신규 노조 가입자 등은 커뮤니티에 아직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제외) ‘도청 의혹’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휴일을 제외하고 나흘이 채 되지 않는 설문기간임에도 불구하고 1063명 대상자 가운데 567명이 응답해 (응답률 53%) ‘도청 의혹’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사측 ‘입장’에 대한 강한 불신...사장 입장 필요 97%

먼저 라는 질문에 96% (545명)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의견은 4%(22명)이었다. 실제로 사측이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24일까지 4차례에 걸쳐 내 놓은 ‘공식입장’에는 ‘도청을 했다’ 혹은 ‘도청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명확한 대답이 없었다. 사측의 입장들에는 ‘해석의 여지’와 이른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듯한 모호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다. 이 때문에 홍보실 명의로 두 차례, 보도본부와 정치부 명의로 각각 한 차례 입장이 나올 때마다 ‘도청 의혹’은 오히려 증폭됐고, 오해와 불신은 되레 깊어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김인규 사장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7%(550명, 필요없다 3%, 17명)에 달했던 것에는 사측의 입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수사 불신 95%... 전사적 진상조사위원회 설치해야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KBS 내부에 경영진과 이사회, 노조를 망라한 전사적인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96%(542명)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없다 4%, 25명) 도청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나면서 KBS는 “수신료를 올리기 위해 도청을 해서 집권 여당에게 제공한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그러나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면서 ‘KBS의 운명’을 경찰에 내 맡기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경찰 수사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95%에 달했다. 결국 KBS경영진은 경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핑계로 ‘언론사 KBS’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KBS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진실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2면으로)

●● “명예 훼손 주장과 행위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난 6월 30일 사측의 첫입장은 단호했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찰 수사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도청 의혹으로부터 자유롭고 문제가 없다면,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사측 입장대로 즉각 법적 대응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았고, 그래서 불신을 자초했다.

●● “경찰 압수 수색은...KBS에 대한 모독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강력하게 항의한다” 지난 8일 사측의 두 번째 입장이다. 진정 근거 없는 모독이고 언론 자유의 위협이라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아야 한다. ‘PD 수첩’ 검찰 수사에 대해 MBC 제작진이 수사에 저항하고도 결과적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고, 법원에서 승소한 것처럼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경찰에 협조하는 이중성을 보여 불신을 키웠다.

●● “제3자의 도움이 있었다...그러나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밝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일 사측의 세 번째 입장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번 사안을 언론 자유, 취재원 보호라는 차원으로 보지 않는다. 국회 출입 기자 85%가 그렇게 보고 있다는 조사가 있고, 심지어 이번 사내 설문에서도 74%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제3자를 밝히지 않아서 KBS가 얻을 이익은 미미하고, 반대로 당장 입고 있는 피해는 막대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사측은 스스로 KBS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율 해법이 KBS의 살길’- 진상조사위원회를 촉구한다!

●● 공영방송 KBS의 생명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다. 언론에 대한 규제, 통제보다는 언론의 자유가 사회적으로 더 큰 이익과 발전, 성숙을 가져온다는 서구 유럽 역사의 오래된 경험에 비롯된 것이고, 우리 사회도 인정하고 있는 가치이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도덕적, 윤리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것이고 지금 ‘도청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도청 의혹 결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책임있는 태도이다. 경찰 수사만 바라보는 것은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포기하는 행위여서 위험하다. 사측이 밝힌대로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전사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결백을 입증하자.

●● 사내 진상 조사가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사측은 우려한다고 한다. 진상조사를 했는데도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예단하지 말자. 어떤 결과가 나오건 전사적인 노력을 하면 좀 더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KBS가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자정 능력이 있는 집단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길이 다시 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전사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도 결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경찰 수사에 맡기면 될 일이다. 언론의 자유를 말한다면, 수신료를 받는 국민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다면 이 길이 바로 최소한이다.

어제 저녁 19시30분경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 사무실에 남부지방법원 직원이 서류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KBS 본부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조합원 긴급설문조사 <도청의혹 그리고 KBS>에 대해 사측이 ‘결과공표금지가처분’을 법원에 낸 것이다.
사측의 공표금지 가처분 신청의 요지는 첫째, 도청의혹 사건은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과 일부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으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공사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설문조사 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 제6조 업무상 비밀엄수의 규정에 위배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권력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진행중인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데 설문결과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요지에 대해 법정에 앞서 분명히 답한다. ‘가처분’ 신청 자체에 명분이 없기도 하지만, 관련 법원 심리와 무관하게 KBS 본부는 오늘 오전 노보를 통해 설문 결과를 공표한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우선 명예훼손의 당사자는 사측이다. 지난 6월 28일 도청의혹의 당사자가 ‘이해관계자’에서 ‘KBS’로 의혹이 집중될 때 수수방관했던 주체는 바로 사측이다. 지금 취재·제작 일선 수백명의 KBS인들이 사측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촉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사측이 우리 조합을 상대로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다. 지금 누가 KBS의 명예를 갉아먹고 있나?
또한 본부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8조(조합활동 보장)에는 ‘공사는 본부의 ... 중략 ... 조합활동 및 운영의 자주성, 독립성을 보장하며..’라고 적시되어 있다. 사측이 눈이 있으면 ‘2000년 이후 입사 기자들이 외칩니다!’, ‘사장님 힘내세요-29기 이하 PD성명서’를 똑바로 보라! 사회 감시의 눈이 되어야 하는 언론사 사측이 취하는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취재현장에서 우리 취재제작진들이 당하는 치욕과 수모는 근로조건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 대한 노동조합의 의견조사는 향후 조합이 어떻게 이 의혹을 풀어 낼 것인가를 점검하기 위한 정당한 조합활동의 일환이다. 사측은 노동조합과 직원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 때나 취업규칙 위반을 들이대는 구태의연한 노사관계 인식부터 뜯어 고쳐라.

마지막으로 사측은 공권력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 사측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공권력을 존중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본부노조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한 의견조사와 그 결과를 이유로 수사기관이 그 결과를 뒤집을 만큼 대한민국 공권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믿는다. 이것이 진정한 존중의 의미다.

김인규 사장에게 고한다.
언론사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도청의혹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못한 채 수신료를 운운하는 것은 수신료의 납부자인 시청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공영방송 수장으로써 제발 좀 사안에 대한 대응 기준과 원칙부터 명확히 하여 지켜주길 빈다. 본부노조의 자주적인 설문조사와 그 발표를 법원의 결정으로 막아보고 싶다면, 우선 도청의혹 당사자로 KBS를 지목한 전 언론에 대해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하라!

2011년 7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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