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는 개그맨의 지위를 넘보지 마라!
방통심의위는 개그맨의 지위를 넘보지 마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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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는 개그맨의 지위를 넘보지 마라!

대한민국 시사코미디의 역사는 아직도 퇴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6일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용감한 녀석들’에 대해 심의를 벌여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된 지난 12월23일 방송에서 개그맨 정태호는 “박근혜, 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한가지는 절대 하지마라.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쓰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의위 관계자는 “당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성 발언을 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곧 있을 박근혜 정권의 개막이 또 다른 터널로 들어가는 시발점임을 일깨워준 조치다. 그저 어이없다.

MB정권 출범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는 제대로 된 시사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시사투나잇은 폐지되었고 탐사보도팀은 해체되었으며 MBC PD수첩은 김재철이라는 희대의 저격수를 보내 사살시켰다.

정권홍보방송, 관제부역방송이라는 조롱 속에서 시사비판 정신이 살아있던 KBS의 유일한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였다. 코미디 같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용감한 녀석들] 코너는 비판과 풍자 코미디의 정점에 있던 개그 코너다.

코미디의 영역에는 제한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현직대통령도 방송에서 조롱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중세시대 왕실 전속 개그맨이라 할 광대의 주요 유머 소재는 자기가 모시는 왕의 정치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었다. 그러나 광대의 개그를 문제 삼아 목을 친 왕은 매우 드물다.

하물며 현대사회에서 코미디를 통한 정치 비판과 민의의 전달은 민주주의의 한 방식인 것이다. 근데 달(내용)은 보지 않고 손가락(형식)만 보는 방통심의위의 태도는 국민의 시각에서나 방송인의 시각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PD와 개그맨들의 사기는 북돋우지 못할망정 싹조차 꺾어버리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 정말 ‘용감한 녀석들(!)’만 개그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언론노조 KBS본부는 방통심의위가 하루 빨리 잘못된 결정을 거둬들이기 바란다. 방송은 문화다. 문화는 자유로운 창조의 대상이지 행정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현대문화의 핵심인 방송을 오직 길들이려고만 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내내 주장하던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언론민주화 없이 경제민주화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문제가 된 [용감한 녀석들]의 대사를 진지하게 음미하기 바란다.

“한가지는 절대 하지마라.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쓰기 바랍니다”

2013. 2. 1.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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