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
'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5.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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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5월 11일(토)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막말을 쏟아냈다. ‘문빠’와 ‘달창’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보수텃밭에서 세를 과시하고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쓴 정치적 언어라고 하더라도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다. 특히 ‘달창’이라는 단어는 극우보수 사이트 ‘일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성매매 여성에 빗댄 혐오 표현이라고 한다. 즉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비난하기 위한 단어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일베’ 의 언어를 대중 연설에 사용한 셈이다.

  

  발언이 알려지면서 나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이 쏟아지자 나 대표는 발언 3시간 만에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 고 변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이 주요소식으로 나 대표의 발언내용을 전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보도했다. SBS는 발언 당일인 11일(토)은 물론 다음날인 12일(일)에도 메인뉴스로 보도했으며 MBC, JTBC, YTN, MBN, 채널A 등 다른 방송사들도 12일(일) 야당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KBS는 외면했다. KBS는 발언 당일인 11일은 물론 논란이 커진 그 다음날(12일)에도 관련 내용을 9시 뉴스에 다루지 않았다. 9시 뉴스는 물론 13일(월) 아침광장에서도 리포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KBS뉴스를 통해 정치권 소식을 듣는 시청자에게 나경원 대표의 ‘달창’ 발언은 있지도 않았고 논란거리도 되지 않은 셈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인터넷, SNS에서 논란이 된 사안이 KBS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셈이다.

   

  KBS의 주요 보도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정치인 막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비판하거나 두 가지 보도방식이 있는데, 해당 건은 무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중연설에서 쏟아낸 막말이 무시할 일이라는 말인가?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도 공식 논평을 통해 비판했고, 인터넷과 SNS에서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온 국민이 다 알게 된 ‘주요 뉴스’를 애써 무시한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던 말인가? 혹시 막말의 정도가 지나쳐 무시한 것이라면, 그것이 KBS뉴스의 보도방침이라면, KBS뉴스에서는 어떤 정치인이든 막말도 보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정치인은 당연히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 세월호 5주기에 발언을 한 일부 정치인이 비난을 받았고 5.18을 폄훼한 정치인들이 비난을 받았다. 물론 KBS 역시 발언의 당사자를 냉혹하게 비판했다. 이는 언론사 보도책임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 의무를 포기한 근거가 듣기 거북한 ‘막말’이었기 때문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느 정치인이든 막말 수위가 높을수록 KBS뉴스에서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가 발생한다. 일부에서는 KBS 9시뉴스의 외면을 두고 KBS가 진행한 특별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특별대담에서 불거진 문제를 더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최근 올해 1분기 KBS신뢰도 조사를 발표했다. KBS뉴스의 신뢰도는 여전히 JTBC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1위에 비해 한 참 뒤쳐져 있고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을 바꾼 민주시민들은 묻고 있다. 

  

   “도대체 KBS가 무엇이 달라졌냐고...”,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고....”

  

   답하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떠나갈 것이다. 아니 이미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019년 5월 13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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