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는 새노조와도 최선을 다해 협의를 했고 단협 초기부터 전체 안을 가지고 절차에 따라서 공문을 주고받았으며 노사국장끼리 만나서 구두협의도 거쳤다고 주장한다. 김종우 KBS노조 사무처장은 “마지막 단협 실무소위에 새노조가 참여했고 단협 과정에서도 다섯 차례 만났다”며 “타임오프 부속 합의안도 사측과 미리 서명 해 놓고 협의한 것이 아니라 최종 서명은 17일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감한 타임오프 사안에는 새노조와 입장 차가 커서 마지막까지 합의를 못해 통보만 했다고 시인했다.

반면 새노조는 두 차례 정도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지 협의 자체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새노조에 따르면 KBS노조와 타임오프 단협 일정에 대한 통보도 전혀 받지 못했고 단협이 끝난 10일 후 사측으로부터 합의안에 대한 공문만 하달받았다. KBS노조로부터는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는 말이다.

김우진 새노조 노사국장은 “KBS노조가 주장하는 5번의 미팅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협의를 했다면 문서로 협의 결과를 남겨야 하는데 문서 상 아무런 협의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또 노동부 타임오프 관련 질의 안을 근거로 “노조 간 타임오프에 관한 합의를 하지 못했을 때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인원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2년 전 타임오프 합의서에도 조합원 수에 따라 인원을 배정하기로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고, 지난해 새노조의 조합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타임오프 수를 조정하기로 KBS노조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서 발간한 자료집에는 노조 간 타임오프 배분 방법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면제 한도 배분 방법에 대해 ‘노조 간 합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용자가 합의 시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될 면제 한도를 각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재 KBS 내 두 노조 조합원 수를 합하면 4086명으로 법적으로 총 14명의 타임오프 인원을 배정할 수 있다. 이를 조합원 수 기준으로 나누면 KBS노조는 10명, 새노조는 4명을 배정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김종우 처장은 “단협이 맺어지기 전에는 사용자 측에서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해 12월 단협이 최종 타결됐기 때문에 조합원수와 업무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타임오프를 배정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한편 KBS 사측은 이 같은 조정안에 대해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KBS 정책기획본부 관계자는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과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라며 “회사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지배개입이 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새노조는 그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의가 안 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교섭대표노조는 조합원 수만이 기준이 아니라 늘어난 업무량에 따라 인원을 한 명 더 요구하고 있어 예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두 노조 간 협의를 했는지 여부를 KBS노조로부터만 구두상으로 들었을 뿐 새노조 측에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두 노조 간 협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을 알고도 교섭대표의 일방적 말만 듣고 서둘러 단협을 합의 처리한 셈이다.

새노조는 사측과 다수노조의 이 같은 타임오프 ‘합작’에 대해 법원에 단체협약효력금지 가처분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도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사측은 법원의 최종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KBS노조와 손잡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김민아 전국언론노조 노무사는 “KBS노조와 사측의 이번 합의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통한 단체협약이 노조 간의 성실한 협의를 통한 민주적인 절차이기는커녕 이미 단협 체결 후 교섭대표노조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도 소수노조의 운영을 무력화할 수 있는 악법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