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요구 전에 비전 제시 우선되어야’
‘희생 요구 전에 비전 제시 우선되어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7.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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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요구 전에 비전 제시 우선되어야’

 

 

  사측의 <KBS 비상경영계획 2019>가 공개됐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비상경영계획의 세부 항목도 충격적이지만 그보다는 비상경영계획서 안에 담겨있는 공사의 미래가 더욱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은 2019년 사업 손익을 –1,019억 원으로 추정했다, 2023년까지 5년간 추정 금액을 보면 황망할 지경이다. 매년 1천 3백억 이상 손실이 발생해 4년 뒤인 2023년에는 누적 사업 손익이 – 6,569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만약 KBS가 사기업이라면 2023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청산을 논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사측이 예상한 추정치가 비상경영계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내놓은 엄포가 아니라는데 있다. 오히려 이 수치도 최대한 낙관적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사측은 급격한 광고 수입의 하락이 위기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2015년 공사의 광고수입은 5,025억 원이었지만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올해는 2,500억 원을 밑돌 것이라고 한다. 수신료 인상을 언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입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제작비 증가 등으로 인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번 비상경영계획 보고서를 통해 갑자기 알게 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상황은 과연 누구 책임인가? 급변하는 방송환경인가?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수주 감소인가? 구성원들의 무능인가? 아니면 정치권의 탓인가?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의 능력부족이다.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라고, 원인을 해소해 위기를 돌파하라고 경영진이 된 것 아닌가? 그저 2-3년 안락한 자리에 안주하다 퇴직하거나 또는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하려는 기회의 자리가 결코 아니다. 

  자! 그럼 묻는다. 지금 이 위기상황에서 KBS 경영진의 역할이 무엇인지? 비상경영계획이라는 이름으로 KBS의 심각한 위기상황을 공표하고 60여개나 되는 항목을 나열하며 어떻게 자르고 줄이고 없앨지를 공표하는 것이 우선될 역할이란 말인가?  KBS 위기를 말하려거든 누구나 다 아는 내·외부의 엄중한 상황을 재차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 스스로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라. 위기를 돌파할 의지도 능력도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경영진이 임기를 채우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점이 진정한 KBS의 위기라는 점을 인정하라.

  무엇을 줄여서 하는 경영이라면 누구나 경영진이 될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개혁을 이룰 것인지를 제시하라. 바꾸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바꾸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설득하라. 그것이 진정한 비상경영계획이다. 그것만이 조직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물론 총국장, 국·부장들도 마찬가지다. 비상경영계획의 출발은 보직사퇴서를 써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비상경영계획안이 나오자마자, 그저 내 조직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차마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운 황당한 대책까지 나왔다고 한다. 안일함과 보신주의고 이것이야말로 KBS의 진정한 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지만 KBS본부의 원칙은 분명하다. 2천4백 조합원을 넘어 5천여 모든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더불어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켜야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도 KBS인데’ 하는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먼저 그것부터 쳐내야 한다. 생존의 걸림돌이 진부한 프로그램이라면 프로그램을 혁파해야하고, 생존의 걸림돌이 사내에 만연한 보신주의라면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걸림돌이 방만한 조직이라면 잘라내야 한다는 점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조했듯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돌파해 나가겠다는 경영진의 과감한 비전 제시고 이를 실행에 옮길 추진력과 솔선수범이다. 
  
  간부들에게도 엄중하게 경고한다. KBS의 위기를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 위기의 중심에 간부들의 무능과 나태함, 개혁의지 부족이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당신들 먼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성원들의 희생과 양보를 구하라.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개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의 임기는 보장된 것이 아니다. 이 위기를 돌파할 능력이 없다면 언제든 그 자리는 다른 적임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불어 사내 반개혁세력에게 분명하게 경고한다.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돌파할 지혜를 모으기 보다는, 위기를 외부 정치권 등에 퍼 나르고 사내 개혁세력과 대다수 구성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려 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 부당하게 누렸던 권력과 이권을 다시 찾자는 것임을 결코 모르지 않는다. 자중하기 바란다. 당신들에게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019년 7월 18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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