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집단, "KBS 대선보도 불공정했고 공론장 기능도 수행 못했다"
전문가 집단, "KBS 대선보도 불공정했고 공론장 기능도 수행 못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2.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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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선보도 불공정했고 공론장 기능도 수행 못했다

- 대선보도 분석한 전문가 집단 사실상 '불공정' 결론

- 당시 관련자 책임 물어야... 책임의 시작은 길환영 사장 자신부터

KBS뉴스의 지난 18대 대선 보도가 심각할 정도로 불공정했으며 공영방송으로서 공론장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최종 분석 결과 드러났다. 대선공정방송위원회가 노사 공동으로 현재 KBS뉴스 옴부즈맨으로 활동하는 교수 등 4명의 전문가 집단에게 KBS뉴스의 지난 대선 보도에 대한 공정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KBS뉴스가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전문가 분석은 처음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교수들에게 분석을 의뢰해서 나온 결과로 지난 대선 보도가 "역사상 가장 공정했다"는 길환영 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이로서 길환영 사장은 대선 불공정 보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당자사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직전 백 일 동안의 KBS 9시뉴스에서 선거와 직접 관련이 있었던 364건의 뉴스 꼭지를 형식, 내용, 프레임 그리고 영상요소로 나눠 공정성을 분석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방송뉴스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영상 요소의 공정성 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영상 요소는 그 중요성에 비해 소홀히 다뤄진 영역으로 KBS본부는 지난 대선 보도에서 영상 처리의 편파가 도를 넘어 왜곡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터였다.

분석 결과는 심각했다. 다음은 연구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발췌 및 요약한 것이다

첫째, 형식적 공정성은 공정성 논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보도 유형, 제목의 위치, 후보자 구성 방식, 인터뷰 형식, 인터뷰 빈도, 리포트 구성 방식, 보도 분량 등 뉴스의 형식 측면에서는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그러나 칭찬은 그것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역대 대선 보도에 비해 보도량이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 큰 문제였다. 결국 기계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일률적인 균형보도를 취함으로써 후보자간의 정책적 차별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의 쟁점 사안은 무엇이며 어떤 국가적 의제가 필요한지, 어떤 후보자가 보다 경쟁력 있는지에 대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의 내용을 다루는 방식과 관련된 내용적 공정성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보고서는 "보도 내용상의 전체 항목에 걸쳐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 요소가 적지 않게 발견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앵커와 리포팅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인 요소가 높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선거의제 개발, 후보자 평가, 정책검증 등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규범을 수행하는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공영방송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서는 곤란하겠지만 후보자의 정책적 수행능력과 검증의 필요성까지 방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방송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꼬집었다.

셋째, 보도 프레임은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을 어떤 시각으로 구성했는가를 말한다. 보고서는 KBS뉴스에 대해 혹독히 평가했다. "대선보도를 함에 있어서 각 후보자나 정당이 구축한 프레임을 단순히 전달하는 경향성이 매우 높은 반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후보자나 후보자 캠프가 구축한 프레임을 중계방송 하듯이 사실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프레임 구성은 보도가 여론공학자(spin doctor)로 대변되는 언론홍보 전문가들의 전략과 전술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기계적 공정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선거 의제를 제시하고 토론과 점검 과정을 거치는 공론장 기능을 수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넷째, 후보자별 영상배경, 후보자별 영상유형, 후보자 개인별 영상태도 등을 분석한 영상요소의 공정성 부분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보고서는 "후보자에 적용된 영상 요소와 기법의 일부에 후보자 간에 차이를 보였다. 장면을 가까이 비추는 클로즈 샷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 비해 박근혜 후보에게 많이 사용된 데 비해, 미디엄 샷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많이 사용됐다. 영상에 나타난 후보자 표정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웃는 모습이 가장 많은 가운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경직된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집단의 이 같은 분석 결과는 KBS본부가 지난 대선 보도를 모니터 하면서 지적했던 문제점들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감소시키는 소극적 보도, 정당이나 후보의 의제에 끌려 다니는 경마식 보도, 박근혜 후보에게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편집되고 있는 화면 구성 등 불공정 요소는 수도 없이 많았다.

노사가 공식적으로 의뢰한 보고서에서 조차도 KBS뉴스의 대선 보도가 불공정한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은 여전히 공정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것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김인규 전사장과 길환영 현사장(당시 부사장), 이화섭 보도본부장, 이선재 보도국장 등을 불공정 보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향후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불공정 보도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에게 줄을 서 그 대가로 영전한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에서 내려 올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이 같은 불공정 보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2013. 02. 19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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