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나요? 화장실 옆 쪽방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나요? 화장실 옆 쪽방에 누가 있는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9.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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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나요? 

화장실 옆 쪽방에 누가 있는지... 

 

 

 신관 입구를 통과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 벽에 작은 철문이 보입니다. 매일 지나다녔지만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철문엔 ‘환경관리원실’이라고 씌어있습니다. KBS를 늘 청결하게 관리해주는 청소노동자인 환경관리원들의 쉼터입니다. 문을 열고 살펴보니 한 평 남짓한 쪽방이 나옵니다. 바닥엔 장판이 깔려있지만, 천장은 휑합니다. 꽉 틀어막힌 쪽방엔 환풍구도 없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방송국의 출입구라 맘대로 문을 열어둘 수 없습니다. 철문에 숨구멍이 막힌 쪽방 공기는 텁텁합니다.

 

 

  계단을 올라 신관 3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위성중계실 옆 복도에도 마치 비밀공간 같은 쪽방이 있습니다. 역시 환경관리원들의 쉼터입니다. 창문이 없고 바람이 안 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벽면엔 각종 배관들이 지나갑니다. 커다란 오수관에선 수시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 소음도 공간을 울립니다. 작은 쪽방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옷장이 있고, 텔레비전이 있고, 휴지 등 청소용품들도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밥통이 있고, 냉장고가 있고, 반찬통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쪽방은 탈의실이자 창고이고, 휴게소이자 식당이기도 합니다. 점심값을 아끼려 각자 집에서 반찬을 싸오고, 밥은 전기밥솥으로 짓습니다. 냄새가 새어나갈까 한 여름에도 문을 열지 않습니다. 선풍기 1대에 의지하는 여름은 늘 힘겹습니다. 

 

 

  신관 3층 영상편집실을 지나 복도 끝에 다다르면, 오디오맨실 맞은편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 화장실 입구에도 쪽방이 있습니다. KBS에 있는 환경관리원실 가운데 가장 작은 곳입니다. 다리를 펴고 눕지 못할 정도로 좁습니다. 더 큰 불편함은 따로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는 꺼림칙한 소음과 악취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겐 말 못할 고통입니다. 이 쪽방에서 3명의 환경관리원들이 짬짬이 고단한 다리를 쉬고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눕니다.  

 

  지난달 대한민국 최고 학부라는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지하1층 계단 아래 비좁은 휴게소에서 말이죠. 대한민국 최대 방송사이자 공영방송인 KBS의 사정은 어떠한가요. KBS 청소노동자들의 쉼터도 비극이 벌어졌던 서울대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열악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KBS에는 11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이 본관, 신관, 별관의 각 층에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런 쪽방 휴게소가 28개 있습니다. 대부분 창고를 개조하거나 자투리 공간에 장판을 깐 수준입니다.

 

 

  KBS 청소노동자들은 KBS 자회사인 KBS비즈니스 소속 비정규직입니다. 1년단위로 계약하지만 오랫동안 KBS와 함께 해왔습니다. 회사에서 정한 근무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입니다. 하지만 새벽 4시반에서 5시 정도면 출근 합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방해하지 않고 청소를 마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찍 나온다고 합니다. 

 

  늘 곁에 있었지만 잘 몰랐습니다. 이렇게 일찍 새벽을 밝히는지도 몰랐고, 꽉 막힌 철문 안 쪽방의 존재도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애써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럽습니다. 공영방송의 책무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외치면서 정작 우리 내부의 동료들에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KBS 청소노동자들이 최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에 가입하며 스스로 권리찾기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KBS본사와 KBS비즈니스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KBS가 나아갈 길입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2천400여 본부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합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5대 집행부 노조위원장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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