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한 사장 조회사에 답한다
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한 사장 조회사에 답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4.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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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한 사장 조회사에 답한다

 

 

 

 

  어제 영상 조회가 예고될 때, 조합원들이 예상했던 바와 오늘 양승동 사장 조회사는 전혀 다르다. 충격적이다.

  우리 직원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가족의 건강 위험을 무릅쓰고, 혹시라도 직원 스스로가 감염전파원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취재했다. 업무공간이 봉쇄되면 빈 회의실을 찾아 메뚜기 회의를 거듭했다. 방청객 없는 녹화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궁리했다. 출연자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조치를 보여주며 간절히 설득했다. 개학이 연기된 자녀들을 맡아줄 곳을 찾아 이리저리 발을 구르면서도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주조 및 핵심시설에서는 동료들의 불편 감수를 설득하며 방송을 끊김없이 내보낸다.

  2020KBS는 그렇게 버티어 나가고 있다.

 

  사장과 경영진이 조회사를 통해 우리 동료들의 이런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격려할 줄 알았다. 그런데 조회사의 방점은 직원 희생에 찍혀 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사기진작은커녕 희생을 요구한다. 우선 사측의 공감, 소통능력에 절망감을 느낀다.

 

 

 

  경영진은 올해 광고 수입 목표치 미달, 코로나 19가 초래할 국가적인 경제 위기 상황 등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의 주머니를 얇게 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답이라고 내놓았다.

 

  1년 중 3개월이 겨우 지난 시점에서, 남은 9개월 동안 경영진이 찾을 수 있는 위기 타개책이 그렇게 없는가?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도쿄 올림픽 연기, 코로나로 인한 재방송 편성 등 재무상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균형 있게 제시하면서 남은 9개월 사이 공사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단 몇 개라도 찾았을 것이다. 배포 있는 리더십이라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온몸으로 헤쳐가는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시하며 사기를 진작시킬 것이다.

노동자들은 할 일을 하고 있다. 사장과 경영진도 제대로 도리를 다하라.

 

  오늘 사장은 특단의 대책’, ‘정교한 설계도’, ‘수입구조에 맞는 비용구조’, ‘효율적인 조직 및 인력 운용방안을 언급했다. 조회사에서 밝혔듯 KBS의 재정 악화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무려 2년 동안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 코로나 19가 없었다면 위 대책들은 고민 밖의 일이었는지 개탄스럽다. 조회사 제목이 우리는 새로운 길 앞에 서 있습니다.”이다. 길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경영진만 가지 않았을 뿐이다.

 

 

 

  ‘종합적인 플랜2/4분기 내 마련하겠다니 준비조차 안 되어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못 하던 정교한 설계와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1개월 안에 마련된다니 그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능한 리더십이라면 2년 전 취임하자마자 종합적인 플랜을 세워 구성원의 동의를 받고 지금쯤은 그 성과를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코로나 19가 초래한 위기를 언급하며 사측이 예고한 정교하고 종합적인 플랜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코로나 19가 초래한 위기를 직원의 희생으로 손쉽게 넘기려는 단기적인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로 전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희생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 것인가? 직원의 일방적 희생 말고 경영진이 온 힘을 다해 답을 찾은 흔적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조회사에 동의할 수 없다.

 

 

  오늘 사장이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도 당당하지 못했다. 재정안정화 전략회의에서 나온 말을 나열했다. 평직원도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 직원 희생 말고는 알맹이 없는 대안을 늘어놓았다. 여기서 임원들은 문제 해결에 대한 상상력 빈곤과 수동성이 읽힌다. 사장은 절실하고 실효성 있는 안이 나올 때까지 논의를 거쳐 고르고 골라 사원들에게 제시했어야 옳다. 회의에서 어지럽게 오간 말을 사장이 타자(他者)의 말을 옮기는 식으로 분위기 몰아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사장이 비전과 계획을 결정하고 자신의 언어로 체화해서 말해야 한다. 그것이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임원과 보직자들이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입에서 일방적 희생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합원은 임직원이 제대로 일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기대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칼국수로 검소함을 과시하는 시간에, IMF금융위기를 막았다면 더욱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다. 존중받아야 할 노동과 그에 부합하는 가치를 메시지의 수단으로 남용하지 말라.

 

  리더는 구성원의 노고를 공감하고 대안을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가슴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워야 우두머리다. 직원들을 격려해야 할 시점에 대안없이 고통을 요구한 오늘 조회사를 보니, 경영진의 가슴은 차갑고 머리는 어지럽기 그지없다. 직원 주머니 말고 다른 곳도 볼 능력을 갖추도록 경영진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라.

 

 

 

202041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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