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는 혁신의 주체가 될 것이다
KBS본부는 혁신의 주체가 될 것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7.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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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는 혁신의 주체가 될 것이다

 

 

2020년 혁신안은 KBS 미래의 시금석이다.

 

  모든 KBS인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만성화되고 있는 경영난, 코로나 19가 부른 국가적 경제위기와 KBS가 오랫동안 변화를 이루지 못했던 사실과 맞물려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위기감이 회사를 덮고 있다. 지역방송국과 신문사를 비롯해 파격적인 임금 삭감, 휴업 등 충격적인 교섭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경영혁신안 이사회 보고 이후, KBS의 혁신을 소개한 뉴스와 그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KBS가 얼마나 변화를 무겁게 직시해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최근 임금협상 중 노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인건비를 단기적 수지 개선의 수단으로 삼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제 인건비 요소를 제외하고 KBS가 1년간 어떤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노사의 실력과 진심이 가감 없이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발표한 혁신안은 KBS가 맞닥뜨릴 도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시금석으로서 의미가 크다. 

 

경영혁신의 궁극적 방향이 무엇인가 

 

  공영미디어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혁신안에서 찾기 힘들었다. 혁신안 앞에 ‘경영’이 붙었으니 경영난 타개와 지속 가능한 KBS에 초점을 맞춘 혁신안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경영혁신안은 KBS의 현실을 담았을 뿐, 일반적인 기업의 그것과 수준과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KBS는 공영미디어다. 공영방송으로서 지향해야할 가치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경영 전략과의 연계가 약하다.

  혁신안에서 직무 가치 판단 잣대로서 “공영방송에 꼭 필요한 일인가”를 적용했다. 무슨 일이 왜, 어떤 규모로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공영미디어로서의 철학이 생략되어 있다. 판단을 뒷받침할 단단한 철학이 없다면 KBS는 언제든지 또 다시 일관성 없이 일을 늘이고 줄이다가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수익과 공익성 사이 무엇을 선택할지 원칙이 없다면, 다른 매체와의 차별성을 잃은 채 공적 재원을 주장할 근거를 잃는다. 공영미디어의 경영혁신안에는 공영미디어로서의 철학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고 치열한 고민을 요구한다.

 

‘일’과 ‘미래’가 감원(減員)보다 먼저다

  직무와 성과 중심 조직을 구현하기 위해 직무를 분석, 가치판단, 재설계한다고 한다. 직무 분석, 가치판단, 재설계가 감원보다 먼저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을 정리하고 그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데 덥석 1 천명 감축안부터 내놓으면 대책이 없다. 나중에 일할 사람 없으면 꼭 필요한 일도 포기할 것인가? 

  전면 채용중단 또한 장기적인 전략 부재의 증거이다. 살을 빼야겠다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해야지, 밥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 또한 신입사원은 미래의 짐이 아니라 KBS가 유지되게 만드는 힘이며 성장동력이다. 양승동 사장이 오늘 조회사에서 KBS본부의 요구를 반영하여 신입사원 충원을 전향적으로 약속한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근본적으로 경영진이 그리는 KBS사원의 상(像)을 묻고 싶다. 위기감이 결여된 사원,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비용으로 보지 말라. 개인의 무사안일 못지않게 그렇게 조직을 방치한 경영진의 무사안일도 심각한 문제이다. 혁신안을 추진하며 경영진이 그리는 사원의 상은 거울처럼 경영진을 비춘다. 용맹한 장수 곁에 비겁한 병사가 없는 법이다.

 

성과에 기반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자리잡으려면

  “일을 하나 안 하나 똑같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한 대가가 미흡하다”는 인식은 KBS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이번에 KBS본부가 주도하고 있는 시간외 실비 인상도 일만 만큼 보상받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성과에 기반해서 평가 및 보상하겠다는 변화 방향은 옳다. 그런데 전제 조건은 공정한 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양승동 사장이 오늘 조회사에서 공정한 운용을 약속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내용은 달라도 성과에 기반한 평가제도 마련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현재 같은 취지의 제도도 있다. 반면 보상과 인사에 대한 사원들의 신뢰도는 낮다. 신뢰가 약한 환경에서 평가자들은 관행이나 욕을 먹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성과 평가를 한다. 더욱이 실력과 매치 되지 않는다는, 인사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열심히 일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공정함의 실천이다. 기발하고 엄격한 새 성과 보상 시스템보다 현 제도의 공정함을 높이는 게 나을 수 있다. KBS본부는 직무능력급제와 새 성과시스템에 동의하기 전에 현재 운용되는 보상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겠다. 경영진은 KBS본부에게 새로운 시스템이 어떤 근거에서 공정함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저성과자 재교육과 삼진아웃 같은 엄포로 과도한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KBS본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연코 막을 것이다. 부실하고 불공정한 성과보상 시스템으로부터 우리 조합원을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혁신이 절실한 KBS에서 공포감과 갈등, 압박은 무사안일에 빠지게 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성과 인센티브처럼 긍정적인 보상을 겸비해서 활기가 회사를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

 

 

수입 확대의 전략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최근 경영진이 생산한 모든 보고서가 콘텐츠를 통한 수익확대를 강조한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광고와 협찬 강화 말고 방송사로서 생명선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혁신안이 소개한 큐레이션 콘텐츠, 유튜브 사업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강력한 콘텐츠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기대할 수 있다. 개별 프로그램과 몇 건의 투자 제휴를 제시하기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문화와 물적 토대 구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 더 신뢰가 가겠다.

  예를 들어 올 상반기에만 제작비를 300억을 절감했다는데 무슨 실탄으로 ‘초대형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현장은 원칙 없는 제작비 삭감을 인건비 삭감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 어디에서 난 돈으로 어디에 집중해서 투자할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돈이 없는 KBS, 그나마 시간이라는 리소스를 활용해야 한다. 혁신안은 초대형 콘텐츠가 하반기의 단기 대책 카테고리에 포함했다. 성공적인 초대형 콘텐츠가 수개월 만에 나오지 않는다. 2021년, 2022년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준비와 그를 뒷받침하는 틀이 지금부터 절실하다. 사람은 기다리면 줄겠지만 콘텐츠는 기다린다고 나오지 않는다.

  

공적 재원 안정화는 언론개혁과 함께

  공적재원 마련은 절실하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국민들이 유례없이 공적 서비스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공적재원 마련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혁신안에는 공적 재원 마련에 대해 통합 전략이 보강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적 서비스 경험이 공적 재원 마련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뉴스, 콘텐츠 제작, 시청자 서비스 각 분야에서 몇 가지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출입처 제도를 벗어나 전문가와 협업을 하는 것, 피디들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과 국민이 주머니를 여는 것은 무관하다.

  공적 재원은 방송법 개혁과 함께 가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공영미디어 KBS가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적책무 항목을 방송법으로 정립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뉴스와 프로그램, 사업을 제시하면서 그에 걸맞은 재원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각각의 공적책무에 해당되는 서비스를 매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급하면서 소요 재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시민단체, 국회와 상시적으로 소통하며 방송법 개정을 비롯 공영방송 개혁에 주체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영진과 노조는 공적재원, 지배구조 개선을 언론개혁의 틀에서 이룰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양승동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구성 계획을 밝혔다. 이 조직이 전사적 통합전략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제도 변화 방향을 이야기할 알맹이와 그것을 전파할 유기적인 시스템이 절실하다.

  공영미디어로서의 깊은 철학을 법안으로 녹여낸 다음, 이를 공유하면서 경영진과 노조가 설득하고 소통해야 할 대상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KBS본부는 언론개혁의 콘텐츠, 대외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강화하는 협의 시스템 정착을 제안 한다.

 

 

  2019년 비상경영 계획안은 63개의 안건을 담고 있었다. KBS본부가 평가하자면, 그 중에서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 것은 27개뿐이다. 심지어 양승동 사장이 조회사에서 직접 언급했던 법인카드 종이 전표 폐지부터 비상경영 계획의 주무부서였던 전략기획부의 소관이었던 업무 변화도 대부분 실천되지 않았다. 이번 혁신안과 핵심과 연결되는 부서업무 중복 조정 부문에서 작년 비상경영 계획안은 4가지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단 1개만 부분적으로 이행되었다.

  현실 가능성,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 강력한 실천 의지, 조직원과의 소통, 멀티태스킹이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제는 경영진으로부터 이런 덕목과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 양승동 사장과 경영진이 계획의 바다에서 표류할 시간이 없다.

 

KBS본부는 혁신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

 

  노조는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시금석으로 국민의 지지와 비판을 받아왔던 과거와 다른 현실에 맞닥뜨렸다. KBS본부는 조직 혁신이 국민의 지지를 좌우하는 낯선 현실을 직시한다. 어떻게 조합원의 생존과 변화를 조화시킬 수 있는지 성찰과 결단을 피하지 않겠다. KBS본부는 혁신의 대상이나 걸림돌이길 거부한다. 우리 KBS본부는 혁신의 주체이다.

 

  

 

2020년 7월 1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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