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걷어차놓고 뒷북치지 말라
테이블 걷어차놓고 뒷북치지 말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8.3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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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걷어차놓고 뒷북치지 말라

  

 

  임금협상은 전체적인 값어치와 득실을 따져 평가해야 한다. 

  2020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두고 사내에서 이런저런 해석과 평가가 돌고 있다. 특히 KBS노동조합은 2020 임금동결을 실패한 협상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과반노조인 KBS본부가 시간 끌기만 해도 협상은 ‘동결’의 결과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맞다. 중앙노동위까지 끌고 간다면 임금동결보다 후퇴한 결과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걸 모르는바 아니다.

 

  회사는 당초 예고한대로 연차를 80%까지 촉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근속연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가 연차를 촉진했다면 KBS노동조합도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강조해 왔듯 1인당 최대 천만 원 넘는 실질적인 임금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연차가 촉진된 이후 중앙노동위까지 협상을 끌고 가 동결이 된 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도 못한 협상의 결과임은 자명하다.

 

  연차촉진은 사측의 온전한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조는 치열하게 싸워 연차촉진을 저지했다. 그래서 회사가 올해 연차촉진을 강행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 7월 초까지가 임금협상을 하는 노조입장에서는 1차적인 방어선이었다. 결과적으로 KBS본부는 2020년 의무연차 6일 외에 추가적인 연차촉진을 저지했다.

  법적으로 사측이 연차촉진을 강행할 근거는 이미 사라졌다. 현재 연차촉진을 사측이 강행할 수 있었던 분기점 7월 초를 훌쩍 넘겼다. 지금까지도 회사가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연차촉진을 강행할 수 있다는 KBS노조의 주장은 억측이고 KBS노동자들에 대한 기망이다. KBS노조가 교섭 주체가 아니었음은 다행이다. 5월부터 사측의 연차촉진 계획도 감지하지 못한 노조가 무슨 수로 연차촉진을 막았을까? 실력없는 노조는 다 뚫리고 나서 하릴 없이 분노에 찬 구호를 외쳐댔을 것이다. 

 

  KBS본부는 연차촉진이 가지는 딜레마를 잘 안다. ‘휴가권의 보장과 실질임금의 하락’이라는 충돌 때문에 연차촉진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 기준보다 높게 책정된 연차휴가 하루 당 단가를 낮춰 일정액은 임금에 녹여내고 연차 활성화를 통해 KBS노동자들에 대한 휴가권을 보장할 것을 논의할 것이다. 미래발전노사공동위 소위를 통해 연차제도 개선을 협의해 나갈 것이다.

 

  고용보장은 협상의 핵심적 성과이다. 임금교섭이 진행되던 7월 초에 회사는 1000명 감원을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일부 MBC 지역계열사와 언론사는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고용불안은 언론계 전반에 팽배해갔다. KBS노동조합 역시 ‘천 명 감원 구조조정 결사반대’를 외치며 아직도 신관 로비에서 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KBS본부 역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사측의 어떠한 행위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밑도 끝도 없이 신관 로비에서의 투쟁을 선택했지만 교섭대표노조인 KBS본부는 협상의 주체로서 보다 확실한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을 쟁취했다. 지난 7월 말 ‘KBS미래발전 노사공동위원회’ 합의문에 고용안정 보장에 대한 문구를 담았다. 

 

  KBS노동조합은 분기별 퇴직제를 월별 퇴직제로 전환하고 그린라이프 제도를 폐지하면서 시간외 실비를 찔끔 인상했다고 비난한다. KBS본부는 사측과 안식년 기간에도 본인이 원한다면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논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안식년 중 보전 받는 임금수준(49%)을 최대한 높여 일한 만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장에 대한 보상’인 시간외 실비 인상은 출범부터 약속한 중요 목표이고 우리 노조는 쟁취했다. KBS본부는 현행 5단계로 최저 5600원에서 최대 7700원까지 차등 지급되던 시간외 실비를 평균 24% 인상했다. 최저 기준으로 보면 인상률이 50%에 육박한다. KBS노조는 시간외실비 인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자문하라. 

  KBS노동조합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시간외 실비 인상을 졸속합의로 싸잡아 폄훼하기 이전에 시간외 실비 소송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KBS노동조합은 고등학교 학자금 폐지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중차대한 실책이라고 비난한다. 고등학교 학자금은 아시다시피 현재 2,3학년은 무상교육이며 내년쯤 전면 무상교육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본부는 세상일이 어떻게 될 줄 모르니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실시 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시키며 보완책을 내세울 것이다. KBS노조가 조합원들을 기망을 하면 KBS본부는 실태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전략 노출의 부담을 지게 된다. KBS노동조합에 최전선에서 사측에 맞서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뒤에서 총질만 말라. 

 

  KBS본부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KBS노동조합의 훈수와 평가를 듣고 있자니 역전의 용사들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 KBS노동조합은 임금협상에 나오는 것을 포기했다. 이런 임금협상에서 KBS노조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앞으로도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조합원의 권익과 관련한 교섭의 장이 줄곧 이어진다. 정중히 거듭 제안한다. 부디 후방에서 비방은 접고 협상의 전선에 나오시라. 이미 5월부터 그대들을 위한 자리는 마련돼 있었다.

 

 

2020년 8월 31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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