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동의’ 없는 직무 재설계는 폭력일 뿐
‘구성원 동의’ 없는 직무 재설계는 폭력일 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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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동의’ 없는 직무 재설계는 폭력일 뿐

  

   혁신추진부 발(發) ‘직무 재설계 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혁신추진부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각 지역별, 부서별 면담 과정을 복기해 보면, 현장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KBS인 누구라도 연달아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부서는 꼭 필요한가” 등의 질문들을 받게 된다면 혼란스러운 심경에 빠질 것이다. 곧 사장 보고를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번 ‘직무 재설계 안’의 구체적인 내용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안이 단순한 갈등 촉발제가 아니라 바람직한 KBS 미래상의 씨앗으로 역할하기 위해 몇 가지의 전제 조건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원칙은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의 총체적 이해그리고 동의 절차다. 누차 강조해 왔듯,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체화해내지 못한 혁신은 정의롭지도 않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직무 재설계 안에는 일부 부서의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부서간 업무 조정, 1,000명 인력 감축안의 구체적인 내용 등 폭발력을 가진 이슈들이 대거 포함돼 있을 것이다. 조직의 효율성을 따진 조치라지만, 이 과정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뒤따를 것이고, 구성원들의 실제 노동량도 증가할 것이다. 특히 신규 인력 수혈 없는 업무 재배치는 구성원 불만을 폭발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사측에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다. 안이 공개되는 대로 구역별 구성원들이 직접 사측의 설명을 듣고, 현장의 우려와 궁금증을 함께 전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자리를 통해 이번 개혁안이 얼마나 깊은 고민을 갖고 정교하게 설계됐는지 역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안이 제대로 된 비전조차 없이,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만들어진 주먹구구식 개혁안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어떠한 동의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구성원 동의 절차는 최초 안 설계 단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중요한 절차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두 번째 잣대는 공영방송인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의 급변 등에 따른 조직 변화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 과정에 공영방송이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 잊혀지거나, 공적 책무들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단기적인 수지 개선을 위해 무분별한 칼질, 인건비 줄이기에만 천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존립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성숙한 철학 없이 사람과 일을 줄여나가는 데만 집중했다면 임기응변에만 집중했던 경영진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신규 인력 채용 논의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사측이 꺼내든 수신료 현실화 카드는 현장 인력난 등 수많은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사측은 이번 직무 재설계를 통해 인건비를 조정하고, 단기적 수지 개선 효과를 거둬 외부에 현 경영진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채용 중단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회사를 죽이는 악수가 될 것이다. KBS가 수신료 현실화 핑계를 대며 신규 채용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MBC와 SBS 등 다른 언론사들은 적게나마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실천하고 있다. 

  

   직무 재설계와 인력의 지속 채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직무 재설계 안의 실천 과정에서 직면할 구성원들의 불안과 혼돈을 감안하면, 신규 인력 채용의 시급성은 차고 넘친다. 당장 눈 앞의 이사회, 방통위, 국회 설득에만 눈이 멀어 조직 전체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 언론노조 KBS본부는 향후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인력 채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신규 인력채용의 원칙과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다.


 

2020년 11월 16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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