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운명을 갈랐던 것 누가 원칙과 대안으로 주도권을 잡았는가
노조의 운명을 갈랐던 것 누가 원칙과 대안으로 주도권을 잡았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1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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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운명을 갈랐던 것

누가 원칙과 대안으로 주도권을 잡았는가

 

 

노조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대안이다

 

  2020년은 KBS의 노동조합 역사의 분기점이다. KBS본부 새노조는 2008년 태동 이후 3천 조합원 시대를 열었고 KBS노조는 조합의 명맥을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위태로운 경영 실적 때문에 성과보다는 고통을 나누어야 하는 시기이다. 교섭대표노조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그런데 다수노조와 소수노조의 양극화 명암(明暗)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협상 주체 모두 하나도 내주지 않고 얻고 싶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는 불가능하다. 결국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주도권은 대안을 제시해야 얻을 수 있다.

 

KBS본부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5월부터 사측이 일방적으로 연차강제촉진을 시행하려 할 때, 우리 본부는 일단 강력히 저지했다. 휴가가 경영난 타개책으로 이용되는 비정상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연차 제도 정상화를 논의하는 장을 열었다. 임금과 휴식권을 동시에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여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법정 기준보다 높은 KBS의 연차수당을 정상화해야하고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갈등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연차수당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임금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우리 본부는 협상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년에도 강제적인 촉진 저지 투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KBS본부의 대안의 원칙은 “일에 대한 보상”이다

 

  KBS본부 6대 집행부는 취임부터 일에 대한 보상을 강조했고 대안의 원칙으로 삼았다. 이 원칙에 따라 현장에서 땀을 쏟는 모든 KBS인의 시간외실비를 8천원으로 통일, 대폭 인상하였다.

 

  선택적 안식년제 또한 우리 본부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원칙을 근거로 대안을 제시한 결과다. 시니어 선배가 탄탄한 실력과 사명감으로 마지막 해까지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싸운다. 신규채용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재고용된 퇴직자에 대한 처우개선도 노사 테이블에 올렸다. 일에 대한 보상”이라는 원칙에 부응한다면 우리는 KBS노조의 안까지 포용하여 강력히 지원했다. 

 

대안 제시, 대화 주도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구성원에 대한 설득

 

  KBS본부는 협상의 내용에 대해 구성원에게 성실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다. 득과 실의 크기와 수혜 대상의 폭, 소수에게 적용되지만 합당하게 주어지는 보상 여부, KBS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 대안 등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임금협상팀이 취한 선택의 잣대를 공유했다. 높은 수준의 논의와 비판이 오간 후, 압도적 찬성률로 KBS본부의 임금협상안은 추인받았다.

 

KBS노조가 임금협상을 했다면 재앙이었다

 

  구경꾼에 머물렀더라도 KBS노조 집행부에도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를 공유했다. 그런데 KBS노조는 철이 한참 지난 시점에 새삼스럽게 잃은 것만 과장하며 뒤에서 말이 많다. 임금협상 결과를 이제야 알았다는 KBS노조 구성원에 대해 KBS노조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본부노조가 관철한 연차강제촉진 저지의 혜택은 연차수당이 높은 시니어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돌아갔다. 출근하지 않고 임금을 받았던 3개월이 사라진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전 사원이 조직을 지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점, 국민의 눈높이와 정의는 생각하지 않는가? 선택적 안식년제를 통해 일하는 시니어에 대한 보상을 높이기 위해 KBS본부가 사측과 힘겨운 씨름을 하는 중에, 베테랑을 위한다는 KBS노조는 보이지 않는다. 도움은 못줄망정, 직원들 갈라치기로 물을 흐리지 말라. 

 

  KBS노조가 임금협상을 주도했다면, 그 결과는 처참한 재앙이었다. 상대를 맹비난하면 초기에 경영진이 작은 결실 몇 가지를 던져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조가 대안을 제시 못 하면 곧 거꾸로 사측의 온정주의에 기대거나 보여주기식 항의를 하다 접게 된다.

 

  KBS노조는 7월 경영혁신안 발표 뒤 농성장을 꾸렸다. 비감한 시작이었지만 한톨의 명분도 못 얻고 슬그머니 접었다. 어이없게도 정작 경영혁신안의 핵심인 직무설계안이 떠오르고 있는데 여기에는 깜깜하고 타 노조 험담에 빠져있다.

 

  KBS노조는 연차강제촉진 유언비어를 4월에 퍼뜨리고 고소까지 당했다. 정작 5월에 연차강제촉진이 실행되려던 시점에는 KBS본부가 해결하기 전까지 구노조는 상황을 전혀 몰랐다. 경영진이 무력하다 할지라도 대안도, 정보도 없는 노조에 대화의 주도권을 쥐어줄 리가 없다.

 

KBS노조 집행부는 야합의 DNA를 벗고 
주인의식으로 대안을 제시해보라

  

  KBS본부의 임금협상 결과에 따른 혜택은 누리면서도 딴소리를 하고 싶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실력을 갖춰라. 쉽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이래 KBS노조는 권력의 하수인 사장을 한껏 받아들여 야합하고 임금복지를 챙겨왔다. 여유있던 지상파 황금기 시절이었다. “복지대박 코드타파”등 포장지를 뒤집어 쓴 야합의 DNA는 KBS노조 집행부를 통해 10년 넘게 면면히 내려왔다.

 

(2017년 11월 23일, 고대영 사장 퇴진 파업 중 단체협약을 맺은 고대영 전 사장과 이현진 전 위원장)

 

(슬그머니 접어버린 KBS노동조합의 ‘고대영 퇴진’ 플래카드)

 

  이제 야합할 낙하산 사장이 없다. 국정농단에 항거하는 국민적 분노 이후 야합의 산물에 기꺼워하는 사원도 없다. 노조에게는 원칙으로 대안을 세워 대화를 당당히 주도하고 결과를 구성원에게 설득하는 정공법(正攻法)만 남았다. 

 

  선거운동 기간은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다. 소중한 시간을 타 노조 마타도어와 직원 갈라치기에 소모하니 답답하다. 선거 후, 야합의 DNA를 벗어나 대안 제시 능력을 키운 KBS노조 새 집행부를 만나길 기대한다. 

 

 

 

2020년 11월 18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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