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평가 2위, 경영진이 위기를 자각하지 않는 것이 위기
방송평가 2위, 경영진이 위기를 자각하지 않는 것이 위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1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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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평가 2위, 
경영진이 위기를 자각하지 않는 것이 위기

 

 

전례 없는 위기에 맞닥뜨린 KBS

  어제(2일) KBS에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날아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 방송평가결과에서 KBS1이 563점을 맞아 MBC(577점)에 뒤쳐진 것이다. 줄곧 방송평가 1위 자리를 지켜왔던 KBS가 2위로 내려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 없는 위기의 신호다.

 

  방송평가의 주요 평가지표 항목 3가지(방송 내용, 편성, 운영) 가운데 KBS1은 ‘내용’과 ‘운영’ 항목에서 MBC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공정보도 항목,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항목 등의 평가 점수가 낮았다. 운영 항목에서도 재무의 건전성 항목, 방송콘텐츠 및 기술투자 항목 등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불필요한 ‘감점’ 점수가 높았다. 언론중재위원회 및 법원의 오보 관련 감점, 방송법 등 관계법령 준수 관련 감점 등의 항목을 통해 KBS1은 25점을 잃었다. 12.5점을 감점받은 MBC의 꼭 두 배다. 방통위는 “프로그램 관련 수상실적,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방송 심의 편성 규정 및 관계 법령 준수 여부 등에서 사업자 간 평가점수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자면, KBS는 예전만큼 잘하지 못했고, 해서는 안 될 실수들은 과거보다 더 많았다. 

 

평가지표 변경에도 부실자료 제출

  개탄스러운 점은, 경영진은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찼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2018년 말 변경한 평가지표가 적용되었는데, 사측은 방통위에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수험생이 문제지를 제대로 보지 않고 엉뚱한 답안지를 낸 셈이다. 심각한 가채점 결과를 전달받고 뒤늦게 보강자료를 냈으나 방통위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감독관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해이한 경영진이 기강을 다잡아 규정을 준수하고 사고를 막기를 기대할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 광고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던 것, 어제 9시 뉴스의 일본 관방장관 편집 오류처럼 크고 작은 방송사고가 수없이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고의 이면에는 협업 구멍이 있다. 점점 더 다양한 주체가 힘을 합쳐 방송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느 단계를 완수하고, 마지막 확인을 해야하는지 틀이 없다. 느슨한 기강을 다잡으면 해결될 문제였다면 이렇게 반복될 리가 없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고 이를 방치하면 KBS는 존립할 수 없다.

 

  경고등은 진작부터 켜져 있던 상태였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새 KBS의 방송평가 점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이런 경향성은 KBS 1TV와 2TV 모두 마찬가지다.

 

(2016년 ~ 2018년 방송평가 점수 현황)
(2016년 ~ 2018년 방송평가 점수 현황)

  이번 성적표는 KBS가 처한 위기의 한 단면을 드러냈을 뿐이다. 격화되는 위기 상황, 전 조직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리더십은 날로 휘청거린다. 지역국 기능조정 등 사측이 내걸었던 핵심 정책들은 어느샌가 실종됐고, 회사의 나침반은 오늘과 내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는 날로 낮아져만 가니 배는 휘청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나가지를 못한다. 

 

  우리는 모두 전례 없는 지상파 위기의 파고 앞에 서 있다. 경고등은 이미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경영진은 입으로 위기를 외치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에 지배당하고 있다. 이번에도 사측은 이번 방송평가 결과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경영진이 위기임을 모르는 것이 위기!

  경영진이 위기를 자각하고 벗어나려는 의지와 지혜가 없는 것, KBS인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외치겠다는 ‘수신료 현실화!’라는 말이 공허하다. 사내 구성원, 방통위, 국회, 국민 모두가 KBS 경영진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음을 직시하라.

 

 

2020년 12월 3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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