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재설계, 원점에서 시작하라
직무 재설계, 원점에서 시작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1.14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무 재설계, 원점에서 시작하라

 

 

  직무 재설계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면서 현장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부서나 직종을 가리지 않고, 전사적인 차원의 반발이다. 비판의 지점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지적을 관통하는 핵심 지적이 있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나올 수 없는 제안들이 이번 직무 재설계안에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 진행된 언론노조 KBS본부 대상 설명회에서도, 사측은 빈약한 근거와 부실한 논리를 스스로 거듭해서 드러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설명회 내내, 언론노조 KBS본부의 질문은 일관적이었다.

 

이 직무를 이렇게 재설계하고자 한 근거가 무엇인가?”

 

  부서의 폐지, 인원 감축, 업무 이관 등은 업무의 프로세스와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결정이다. 그런 만큼 판단은 과학적, 합리적인 근거 아래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결정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없다면, 적어도 판단의 정성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라도 있어야 했다.

 

빈약한 근거, 허술한 논리로 점철된 ‘직무 재설계’안

 

  사측이 내놓는 근거는 빈약했고, 제시된 논리는 허술했다. 혁추부는 인건비 감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타 방송사의 데이터를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들은 인건비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를 곧바로 지적했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선택적 잣대’가 적용된 사례도 직무 재설계안 곳곳에서 발견됐다. 다른 방송사의 사례를 들며 특정 부서의 감축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막상 비슷한 비율을 가진 다른 부서나 직종의 사례들은 외면했다. 국가기간방송으로 더 무거운 책무를 져야만 한다는 KBS의 특성은, 오히려 경영진이 국회 등에서 강조했던 지점이다.

 

  ‘사내 정보’조차 부실하게 수집됐다. 디지털 편성에 대한 혁추부의 직무 재설계 내용은, 사측이 지난해 말 이사회에 보고했던 ‘2021년 방송기본계획(안)’과 충돌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를 지적하자, ‘그 내용을 최근에서야 들었다’고 답했다.

  외주화 제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VR, 색보정 업무, 시사프로그램 촬영업무 등 상당 부문의 외주화, 퇴직자재고용을 제안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해당 업무가 외주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외부 시장이 형성돼 있는지, 단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조사했는지 물었지만 ‘근거를 다 제시하라면 못할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충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직무 재설계안이 아님 말고 식으로 툭 던지고 말 사안인가. 혁추부는 재설계안의 한줄 한줄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파가 전해질지 정녕 몰랐는지 묻고 싶다.

 

근본 원인은 ‘현장 목소리 외면’... 그대로 시행돼선 안돼

 

  이런 문제가 불거지게 된 근본 원인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직무 재설계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두 차례의 면담, 짧은 현장 방문만으로 현업자들의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은 게으르고 오만한 태도다. 심지어 노사협력주간 자리의 존폐를 결정하면서 핵심 당사자인 노동조합에게조차 어떠한 의견 청취 노력도 없었다. 다른 부서들의 사정도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설명회에서 증명된 것은 ‘직무 재설계의 필요성’이 아니라 ‘재설계안의 빈약함’ 뿐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혁신안이 현재의 초안 그대로 시행되는 일을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은 직무 재설계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열린 귀’와 ‘겸허한 태도’만이 실책을 만회해줄 것

 

  이미 언론노조 KBS본부의 각 부문별 중앙위원과 지부장 등을 통해 이번 직무 재설계안의 문제점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조합에도 현장의 목소리가 다각도로 전달되고 있다. 앞으로 문건과 공청회 등을 통해 전달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지난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사측에 필요한 건, 열린 귀와 겸허한 태도뿐이다.

 

 

2021년 1월 14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