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7시간 통화’ 검증 가치 따져야 & 자체 후속보도 필요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7시간 통화’ 검증 가치 따져야 & 자체 후속보도 필요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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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선 보도 모니터링

[2022년 1월 16일 KBS 뉴스9]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역을 담은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가 세상에 공개됐다. 16일 밤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서였다. 국민의힘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MBC에 항의방문까지 했으며 이후 법원 판단을 거쳐 일부를 제외한 내용이 공개되는 등 온갖 소동을 빚은 뒤였다.

 ‘스트레이트’ 보도 직후 시작된 16일 9시 뉴스에서 KBS는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 방송... ‘파장’ 촉각>이라는 제목으로 취재기자를 연결해 핵심 내용을 요약 전달하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반응은 아직 없다고 전하는 수준에서 보도를 마무리했다. MBC 보도가 방금 끝난 뒤라 차분히 정리하거나 취재할 시간이 없었고, 타사 보도를 받아서 전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기 때문에 의미를 담아 알맹이 있는 리포트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MBC 보도만 놓고 봤을 때 크게 펼쳐서 보도할 파급력 있는 팩트가 없었기 때문에 리포트를 추가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요란했던 소동과 정치권의 관심을 의식해 지나치게 과도한 비중으로 보도했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되었을 터이다.

 16일에 어떻게 보도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17일부터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의 판단이다. 공개된 녹취 내용과 MBC 보도에 대한 판단은 소위 범진보 진영 내에서조차 엇갈린다. 공개된 녹취 내용의 대다수는 공익성 없는 사적 대화들이었고 별다른 뉴스가치가 없는 가십성 정보였지만, MBC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업적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에서 선정적으로 부각시켜 보도했다는 지적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대선 후보의 아내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검증 대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내는 결코 후보 본인이 아니며, 어떤 이유에서든 후보 아내에 대한 검증이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보다 중요할 순 없다. 김건희 씨가 가치관이나 인품이 의심되는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발언이 갖는 파급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건희 씨를 ‘괴물’로 몰아가는 데 집중해서 정작 윤석열 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에 소홀해진다면 그 역시 문제다. 언론은 당장 눈앞에 있는 ‘7시간 통화’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되기보다 큰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왕에 녹취 내용이 공개된 상태에서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대목은 있다. 김건희 씨는 통화 과정에서 윤 후보 캠프를 리뉴얼한다거나 이명수 기자에게 1억원을 줄 테니 캠프에 와서 ‘내가 시키는 걸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튜브를 관리하겠다, 정권 잡으면 가만 안둔다, 감옥에 넣는다’ 등의 문제적 발언도 있었다. 공식 직함 없이도 ‘비선 실세’로서 캠프에 관여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남기는 발언들이다. 이런 의심이 만약 사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점들은 지도자로서 윤석열 후보의 자질과 연관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후보 아내의 말과 행동은 중요한 취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발언은 아직까지 모두 김건희 씨의 ‘말’에 불과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김씨가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진실’을 담보할 순 없다. 김씨가 사적 통화라 생각했던 대화에서 내뱉은 말들이기 때문에 허세나 과장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진영 논리에 입각해 이 말을 기정사실로 삼으려는 정치권이나 일부 유권자들과 달리 언론은 실제 캠프의 작동 시스템에 대한 검토와 제3자의 증언을 통해 발언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김씨가 캠프 내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후속 취재에 나서야 한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의 품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은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검증을 생략한 채 통화 내용을 받아서 단순 전달하는 ‘하도급 보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KBS를 비롯한 다른 언론이 녹취록 내용이라는 ‘사실’보다 그 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해 국민들의 핵심 의혹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MBC의 최초 보도보다 훨씬 의미 있는 보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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