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대선 보도 모니터링
[2022년 1월 17일 KBS 뉴스9]
1.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김건희씨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녹취 공개에 앞서 취재윤리를 두고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MBC 보도 후에도 뉴스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서울의소리’나 MBC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의 보도를 받아서 전달하는 언론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KBS는 어제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취재기자를 연결해 핵심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오늘은 ‘서울의소리’가 추가로 공개한 내용을 보도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요발언을 나열하고, 정치권 반응을 소개하는 식이다.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상황을 중계하는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보도에 관심이 쏠리고, 녹취가 공개된 상황에서 마냥 외면할 순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녹취공개가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설명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예컨대, 오늘 KBS는 ‘서울의소리’가 추가 공개한 통화내용을 전했다. 이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MBC보도에서는 제외된 발언이다. 이를 보도한 것은 법원의 결정과 달리 KBS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사안이라 판단했다는 걸 의미하는데, 보도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보도방식도 마찬가지다. KBS는 김건희씨의 육성을 그대로 전하는 대신 텍스트 자막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이미 육성이 공개된 점, 육성으로 들을 때와 텍스트로 보았을 때 뉘앙스 전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왕 보도를 하는 마당에 어째서 자막으로 전한 건지 의문이 남는다.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취재윤리와 보도방식에 관련한 쟁점들에 대해 KBS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뉴스9> 시청자들은 KBS가 김건희 녹음파일 가운데 무얼 검증대상으로 삼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 KBS가 이 발언들을 전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추가 취재나 검증 없이 이대로 보도를 마무리한다면 ‘서울의소리’와 MBC의 폭로를 받아서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후속보도를 한다면 보도의 목적과 검증대상을 명확히 밝히고, KBS가 직접 취재하고 검증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2. KBS는 국회의석수에 따라 이재명·윤석열을 한 꼭지로, 심상정·안철수를 한 꼭지로 묶어 대선후보 동정을 전하고 있다. 여야로 나누어 윤석열 보도 끄트머리에 심상정, 안철수 후보의 동정을 덧붙이는 타사의 방식에 비해 한층 공평한 형식이라 할 만하다. 또 KBS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후보별 보도비중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날은 칩거 닷새 만에 선거운동에 복귀한 심상정 후보의 소식을 전하는 데 1꼭지의 2/3 이상을 할애했다. 뉴스가치에 맞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왕 기계적 균형에 갇히지 않고자 한다면 심상정 후보의 복귀 소식은 좀 더 비중 있게 다뤘어도 괜찮았을 거다. 이는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나 형평성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선거의 흐름 상 충분히 주목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선거의 양상에 따라 어떤 날은 안철수 후보가 주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거다. KBS는 지난 13일 심 후보가 칩거에 들어가자 한 꼭지를 전부 할애해 보도한 바 있다. 심 후보와 정의당이 오랜 숙고 끝에 어떤 대답을 내놨는지 좀 더 심층 있게 다뤄볼 만 했다.
3. KBS는 지난 11일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연속 기획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정책보도를 선보였다. 매우 훌륭한 시도였고, 앞으로 보도도 기대된다. 하지만 17일까지 두 번째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보도의 간격이 예상보다 길어서 얼마나 주목효과가 나타날지 걱정된다. 그렇다고 10분 이상의 정책 검증보도를 날마다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획보도의 간격을 메우고, 정책보도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추가돼야 한다. 이전 모니터에서 대선 특집 페이지 등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유통의 중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선보도에서 후보 동정과 공약 정보를 분리해 다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오늘처럼 후보들의 신년하례회 참석, 불심공략 행보를 공약발표와 뒤섞지 말고, 따로 때어내 공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해보는 거다. 후보들의 공약을 좀 더 일상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유권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책보도의 완성도만큼이나 지속성과 연속성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