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메가공약’ 적절했나?... 습관적이 아닌 분석적 접근 필요( 1/18)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메가공약’ 적절했나?... 습관적이 아닌 분석적 접근 필요( 1/18)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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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선 보도 모니터링

[2022년 1월 18일 KBS 뉴스9]

 

‘대선 톺아보기 미래담론 없는 D-50 혼전 속 단일화·리스크 변수’에서는 대선 판세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그러나 어느 매체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준의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진행자와 기자가 핵심정책 공약의 실종을 지적하면서 “메가 공약”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이 거슬렸다. ‘메가(mega)’와 ‘공약’을 합친 것으로 보이는 이 말은 특히 최근 들어 정치권 일각이나 언론사가 종종 사용하고 있다.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소위 ‘콩글리시’다. 더구나 ‘우리말 바르게 쓰기’를 강조하는 공영방송사의 정규 뉴스에서 이런 단어를 남들이 쓴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따라 사용하는 것은 문제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mega slogan’ 이나 ‘mega policy’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다. 최대한 유사한 표현을 찾자면 ‘campaign slogan’ 정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이나 힐러리 클린턴의 “Stronger Together”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캠페인 슬로건이라는 단어는 “메가 공약”이 가리키는 바와 일치하지도 않는다. “메가 공약”이라는 말의 맥락상 의미는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라기 보다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메가 공약”이 의미하는 바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공약이라기보다 대통령 후보가 제시한 거시적인 국가개혁 프로그램에 가깝다. 대표적인 예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 등이다.

 

확실히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의 정책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시각을 읽어내긴 어렵다. 물론 이런 지적들이 나오는지는 이해할만 하나,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라면 단순히 왜 “메가 공약이 있어야 하는데 안보이느냐”고 즉자적이고 습관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메가 공약”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지금 시대에 그러한 것이 과연 필요한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기존의 문제 설정 자체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사실 뉴딜 같은 정책은 미국의 역사에서도 매우 특수한 시기에 나온 일종의 극약 처방에 가깝다. 매 선거마다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왜 메가 공약이 보이지 않느냐”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 이재명 캠프측이 “메가 슬로건(거대 공약)이 먹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부터는 다양한 정책 공약을 살라미 방식(과제를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일리가 없지 않다. 

 

뉴스에서 기자가 언급하고 있는 과거 대선의 “메가 공약”인 ‘경제민주화’나 ‘적폐청산’의 경우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던 의제였다. 즉, 다수 시민이 지지하는 ‘큰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그런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물론 ‘큰 이야기’가 없는 데에는 후보 자신의 정치 철학 부재나 정치적 기회주의가 작용한 결과일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부분 역시 적절히 언급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서, 정치인이 공동체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득표만을 위해 국민통합보다 유권자 갈라치기에 골몰하는 행태를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석의 미비함은 차차 개선해나가더라도, “메가 공약” 같은 단어 사용은 지금부터 지양하기를 권한다. 정체불명의 신조어가 아닌 ‘거시 정책’이나 ‘개혁 청사진’ 같은 기존 어휘로도 얼마든지 의미를 표현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게 더 저널리즘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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