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후보 중심 아닌 정책을 출발점으로 한 보도 강화해야 (1/24)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후보 중심 아닌 정책을 출발점으로 한 보도 강화해야 (1/2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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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선 보도 모니터링

1월 24일(월) <KBS 뉴스9>

 

 24일 KBS 9시 뉴스의 대선 관련 보도는 대선 후보들의 당일 행적과 동정을 전하는 세 개의 리포트로 구성됐다. <“수도권 30분 생활권”...큰절·눈물 호소>(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힘으로 평화 지킬 것”... 녹취 논란엔 “죄송”>(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청년 주거 개선”... “감원전 해결책 아냐”>(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는 제목이었다.

 

 이처럼 후보 단위로 리포트를 나누어 동정을 전하는 건 KBS가 대선 관련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지금까지 취해온 전형적인 방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1개 리포트에 여러 후보에 관한 소식을 한꺼번에 담을 때도 있고, 23일 뉴스와 같이 거대 양당 후보 소식만 전할 때가 있기도 하다. 기사가 넘치는 날도 있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날도 있을 테니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일과 같이 민주당 후보-국민의힘 후보-제3지대 후보의 순으로 3개 리포트를 전하는 방식은 거대 양당의 두 후보만 다루고 여타 후보들은 누락시키는 방식에 비하면 당연히 나은 것이다. 국민 10명 중 최소 3명은 두 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상황에서 양당의 유력 후보만 뉴스에서 다루는 것은 양당 지지자를 제외한 시청자들을 배제하는 것과 같다. 가뜩이나 유사 양당제 정치가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는 데 실패하며 정치를 퇴행시키는 상황에서 기존 정치의 한계를 재생산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TV토론에서도 제3지대 후보들을 소외시키는 데 대한 우려와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뉴스에서마저 ‘작은 후보들’이 배제되어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심상정·안철수 후보의 동정도 함께 다룬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후보 단위로, 후보 중심으로 뉴스 구성과 제작이 관행화되는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KB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후보를 쫓아다니며 모든 뉴스의 중심에 후보를 놓는 보도에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한다. 이처럼 후보를 중심에 놓고 뉴스를 제작하니 리포트를 배정하는 단위도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늘 해오던 방식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어도 되고 양적 균형을 맞춰 논란을 피하기 좋으니까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출마한 모든 후보를 다루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후보 중심의 뉴스 제작’은 자연스럽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정당 후보에 보도가 집중됨으로써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존의 정치적 역학 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유력 후보들이 전통시장에서 어묵을 먹고, 군복을 입고 전방을 시찰하고, 연설 중에 눈물을 흘리는 등 카메라의 주목을 끌고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미디어 이벤트에 치중하는 것도 후보 중심의 보도 탓이 크다.

 

 언론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후보 중심의 시각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선거는 결과적으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선택이지만, 후보 이외에 유권자, 정당, 이익집단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선거 과정에 개입하며 선거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언제나 벗어나 있다. 이들을 중심에 놓거나 출발점으로 삼아 이에 대한 후보의 의견이나 반응을 다루는 뉴스 구성은 어떠한 정치적 주체도 선거 과정과 보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의제를 중심에 놓고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KBS의 <2022 대선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기획은 후보가 아닌 정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대안적 접근을 시도한 좋은 예라 하겠다. 이런 보도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다른 시간대의 뉴스는 기존 방식대로 후보 동정 중심으로 보도하더라도 메인뉴스인 9시 뉴스만큼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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