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팩트체크' 넘어 정책논쟁으로, 공약 차이에 집중한 비판적 접근 필요 (2.22~2.24)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팩트체크' 넘어 정책논쟁으로, 공약 차이에 집중한 비판적 접근 필요 (2.22~2.2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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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의혹 보도 소홀해선 안 돼...
‘팩트체크’ 넘어 정책논쟁으로 나가야 (2/22)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22일(화) <KBS 뉴스 9>

 

오늘 대선보도는 총 3건이었다. 후보의 동정을 전하는 5분 분량의 보도 1건, 어제 TV토론 공방을 전하는 보도 1건, TV토론 내용을 팩트체크하는 보도 1건이었다.

 

동정보도는 4자 후보를 한 데 묶어서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런 형식은 4자 후보의 선거운동을 연이어서 전달하여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4명을 동일선상에 놓는다는 점에서 공평한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4명을 함께 보도하면서도 분량의 차이를 두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윤 후보는 90초 분량인 반면 심·안 후보는 4-50초 분량(앵커멘트 제외)에 그쳤다. 정당의 규모, 후보의 지지율을 고려하여 편차를 두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기계적 균형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50초 분량으로는 단편적인 보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안 후보는 보도제목에서도 배제되고 만다. 양적차이가 질적 차이를 초래하는 것이다. 굳이 편차를 두어야 한다면, 한 후보의 최소분량을 적어도 1분(60초) 정도는 보장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타사와 비교해보면, MBC는 이·윤 후보에게 2분 이상을, 심·안 후보에게도 1분 이상(약 70초)을 배정했다.

 

기왕 보도량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보면, 대선보도량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같은 날, 대선보도량이 MBC는 15분 30초, SBS는 15분 21초, JTBC는 21분 36초에 달했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보도량을 늘리는 추세가 확인된다. 반면, KBS는 10분 52초에 불과했다. 많이 보도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아끼거나 소극적인 건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후보검증이나 쟁점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보도도 필요하다. 이날 SBS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증권사 계좌 내역을 입수해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9억 원대 차익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JTBC는 이 후보가 페이퍼컴퍼니와 부인 전용차량에 정치자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가 이런 식의 후보검증 보도를 내보낸 건 지난 14일 도이치모터스 공소장 변경 보도가 마지막이다. 무분별한 의혹제기는 지양해야 하겠지만, 선거 쟁점이 되는 의혹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KBS는 어젯밤 TV토론의 시청률이 30%를 넘었다며 “세 번째 토론도 이렇게 관심이 컸다는 건 후보들의 정책과 생각이 뭔지 여전히 유권자들은 궁금하다는 뜻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KBS가 주목해 보도한 건 후보들의 ‘정책과 생각’이 아니라 “대장동 녹취록과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어진) 설전”이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팩트체크에서도 정책논쟁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사실 여부 판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정책 근거의 정확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종국적으로 보도의 포커스는 ‘기축 통화국 편입 여부’가 아니라 ‘확장 재정의 타당성 논의’에 맞춰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SBS가 팩트체크 코너에서 국가 부채 비율의 적정 규모를 따져본 걸 참조해볼만 하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책에 대한 진단 고민해봐야 (2/23)

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2월 23일(수) <KBS 뉴스 9>

 

소위 ‘정영학 녹취록’ 관련 보도 두 개를 비롯해 대선 보도는 총 네 개였다. 현직 대법관이 자청한 기자회견은 초유의 사태인 만큼 뉴스의 첫머리에 배치됐다. 조재연 대법관은 현재 제기되는 자신과 관련한 의혹은 전면 부인했고, 녹취록에서 언급하는 대법관 이름을 포함해 김만배 씨가 의도적으로 오류를 섞어 발언하면서 실체적 진실은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정치권은 녹취록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취사선택해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KBS 뉴스는 두 꼭지의 보도를 통해 기자회견 주요 내용과 배경에 대해 핵심을 잘 간추렸다. 대장동 의혹과 녹취록 사안은 사태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경우 빠짐없이 다루되 의혹 제기 수준의 보도는 가급적 지양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꼭지에서는 대선까지 14일 남은 시점 주요 후보들의 동정을 소개하였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균형발전론으로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했고, 윤석열 후보는 보수진영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신안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김대중 정신’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국민통합 정신으로 요약하고 이를 계승할 것임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 현장을 찾아 장애인 권리 보장에서 답보 상태인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촉구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안철수 후보 관련 소식이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사퇴, 합당 그리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제안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 사퇴 뒤 예우 차원의 고민이었지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및 이재명 후보도 계속해서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그 배경과 의도에 대한 분석도 들어갔다면 단일화를 둘러싼 각 후보의 역학과 구도가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마지막 꼭지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간 상호 의혹 제기에 대한 보도였다. 이재명 후보측은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관련 의혹을, 윤석열 후보측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이재명 후보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고인이 과거 아들에게 보낸 전화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영상에서 고인은 이재명 시장과 골프를 쳤다고 말했는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않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만 밝혔다.

 

도이치 모터스 건이나 대장동 의혹 모두 대선 후보의 비리 혹은 자질과 직결된 가볍지 않은 사안임은 분명하다. 선거가 막판으로 가면서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자극적인 표현 역시 크게 늘어났다. 언론이 정책 중심 보도를 하려고 해도 정치담론 자체가 이렇게 흘러가면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책 보도를 의식적으로라도 챙기는 노력은 필요하다. 후보들이 언급하는 정책을 그대로 옮기는 데 급급하기보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정책이 왜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어떨까? 산적한 사회적 선결과제들 중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지금 임박한 한국사회의 인구절벽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재난으로 닥쳐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후보들은 10년, 20년 전 제출된 수준의 ‘저출산 대책’을 반복하거나, 아예 대안의 방향조차 고민하고 있지 않다. 개헌 의제도 마찬가지다. 개헌을 말하는 후보들은 있지만, 개헌의 맥락이나 실질적 필요성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는 매체가 의외로 드물다. 대선 정국 초기 KBS는 이번 대선에서 소위 ‘대형의제’가 실종된 현상에 대해 다루면서 후속 취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눈에 띄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급박하게 터져 나오는 현안들과는 별개로, 공영방송다운 웅숭깊은 시야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부동산 공약, 정책의 차이에 집중한 비판적 접근 필요 (2/24)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24일(목) <KBS 뉴스 9>

 

  이날 대선 보도는 크게 대선 후보 동정 보도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발표 그리고 정책 중심 기획 보도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민주당이 발표한 정치개혁안에 대해 KBS는 “다당제가 가능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여 이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를 내고 “‘반 윤석열’ 연대를 느슨하게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을 전개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정치개혁안 발표가 가지는 전략적 함의도 물론 중요하겠으나 이 개혁안이 실질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바 있으나, 당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발휘해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전혀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180석을 보유한 거대정당이 등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 거대정당의 당사자인 민주당이 이번에도 비례대표제 확대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을 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300명이라는 국회의원 정원을 기반으로 진정한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이견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례성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는 발표였다. 이러한 내용이 더 설명되었다면 “방향 자체야 긍정적이지만, 실천이 문제”라는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태도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그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어진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에서는 집값 안정를 중심 의제로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분석하였다. 의제를 ‘공급문제와 세제’ 그리고 ‘주거 빈곤층 대책’으로 나누어 이틀간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현 정부의 관련 정책를 평가하지 않고 바로 후보들 공약을 분석한 것이 다소 아쉽다. 물론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면서 현 사례를 근거로 들긴 하였지만 지금의 집값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맥락을 한 번 짚어줬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 내용과 전반적인 경제 동향 그리고 집값이 이로부터 받은 영향을 다각도로 들여다보아야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더 잘 잡을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워낙 많은 의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더 심도 있는 현 상황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재개발 문제와 관련하여,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공통적으로 재개발 규제 완화를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는데 그렇다면 그 차이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비판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현재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어느 수준으로 규제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한 실제 부동산 시장에의 영향은 어떠한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각 후보가 해당 규제를 유지, 혹대, 혹은 완화하는 것이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경우, 안전점검 기준 등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이익환수 규제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인데 이익환수 규제가 사실상 재건축의 사업성과 진행속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그러한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각 규제 제도가 가지는 성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유권자들에게 이러한 관점에서의 비판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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