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종인가? 의도적 회피인가?
낙종인가? 의도적 회피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6.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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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모니터]

 

낙종인가? 의도적 회피인가?

 

어제 밤 방송뉴스와 오늘 아침 신문들을 보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바탕으로 기사들이 작성돼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에 근거해 제기됐던 여러 논란이나 의혹들이 발췌본과 전문이 비교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하다. 그러나 KBS뉴스는 아직도 국정원이 조작이나 악의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는 발췌본을 근거로 보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언론들도 다 입수한 만큼 KBS도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입수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보도가 있었으면 바로잡으면서 진실을 향해 나가길 부탁한다. 참고로 대화록 전문은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지금이라도 103쪽짜리 전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어제 KBS 9시뉴스는 여전히 국정원이 작성한 8쪽짜리 발췌본에 나와 있는 “NLL을 바꿔야 한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전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

 

(KBS 9시뉴스)

 

새누리당은 NLL을 바꿔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들은 사실상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철우(새누리당 의원) :

"이 내용을 보면 유치원 아이라도 NLL이 없어지는 구나 알게 됩니다."

 

반면 민주당은 대화록 어디에도 NLL을 포기한다는 언급은 없었다며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쿠데타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녹취> 홍익표(민주당 의원) :

"대화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오히려 사회적 분란과 남남갈등 자초..."

 

그러나 이 보다 한 시간 전에 SBS 8시뉴스는 “8쪽짜리 발췌본과 103쪽짜리 전문을 대조해 보면 발췌본 만으로는 대화 전체 의미를 알기 어려운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며 NLL 관련 발언의 정황을 전하고 있다.

 

 

(SBS 8시뉴스)

 

대화록 전문에 따르면, 2007년 10월 3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북방한계선, 즉 NLL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남북 적대 관계를 종식하는 의지를 보이자고 말문을 연 김 위원장은 남측의 NLL과 북측의 군사경계선을 종이에 그려놓은 지도에 비유합니다.

 

"물 위에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닌데 서로 침범했다, 안 했다는 주장은 생억지 싸움이다, 차라리 두 수역 사이에 공동어로 구역, 평화 수역을 만들자"고 제의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과 인식을 함께한다, NLL은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한강하구 공동개발과 인천-해주 경제구역을 포함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는 구상을 강조합니다.

 

대화록 전문에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지만, 여야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철우/새누리당 의원 :

NLL을 포기한다는 그 말씀은 없었지만, 이것을 보면, 유치원생들도 NLL이 없어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병헌/민주당 원내대표 :

새누리당은 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 될 것입니다. NLL 포기, 눈을 씻고 봐도 비슷한 말이 없습니다.]

 

실제로 전문과 발췌본을 비교하면 발췌본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방송뉴스는 이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KBS뉴스는 침묵했다.

 

 

(SBS 8시뉴스)

 

국정원이 전문에 앞서 공개한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돼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대화가 아닌 보고하는 형식이었다며 비굴한 자세로 회담에 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을 보면 보고한 주체는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정상회담 도중 6자회담 결과를 보고한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으로 해석됩니다.

제작 특성상,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발췌본이 어떤 목적과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103쪽짜리 전문을 보면 당시 정상회담에서는 NLL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 KBS라면 이를 통해 당시 합의됐던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어떤 내용이었으며, 남북 간의 기존의 입장이 어떻게 절충되고, 그것이 NLL의 포기인지 사수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신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남북 간 합의(남북기본합의서)에 서해에서 기존의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있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 남북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여러 가지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는 안 하는가?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 뉴스의 적극성은 정당이나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발표 외에 ‘발로 뛰는 취재’가 있는 지로 판단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언론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치적 논란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여러 인사들을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바탕으로 수용자들은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정원 선거 개입이나 NLL 대화록 관련해서 KBS뉴스에는 취재는 없는 상태다. 취재를 했더라도 내부 정보보고만 하고 보도는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아래와 같은 보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KBS가 관제방송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은 바꿔야 한다며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 경제 지도를 크게 그려 덮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국정원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한데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보도한 내용만큼은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 KBS 9시뉴스는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이유에 대해 남재준 원장의 주장을 보도했다.

 

 

국정원의 명예가 국가기밀보다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은 야당이 자꾸 왜곡했다고 공격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대화록 공개는 원장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승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더라도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야당 위원이 추궁하자 여야 합의가 있어야 공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6월 20일 KBS 9시뉴스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 다르게 보도했다.

 

 

국정원은 여야가 동의할 경우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의 대화록 열람에 대해 민주당이 왜곡된 문건을 본 것이라며 여야간에 공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법원 판결로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선거 국면도 아닌만큼 열람 요구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국정원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를 KBS뉴스는 설명하지 않았고 그런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보도한 내용에서 모순이 발생했는데 이를 규명하지 않은 것은 수용자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어제 남재준 국정원장은 또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정보기관이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불법 혐의를 무릅쓰고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번쯤 판단해 볼 생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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