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발목 잡는 KBS뉴스
수신료 발목 잡는 KBS뉴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6.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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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발목 잡는 KBS뉴스

 

 

 

“‘국민의 방송’이 아닌 ‘박근혜 방송’ 표방하는 KBS뉴스를 그대로 놓고서는 수신료 인상을 찬성할 수 없다.” 평소 KBS를 응원해 왔던 한 중견 언론학자의 단언이다.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뉴스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의견이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동안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던 ‘공영론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지는 “방송뉴스를 모니터해 보면 현재 SBS뉴스가 그나마 가장 낫다. 상업방송 뉴스보다 못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해가 되는 KBS뉴스를 더 강화시킬 이유가 없다. ‘해로운 공룡’이 탄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 KBS 9시뉴스는 이런 외부의 비판에 변명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없앴다.

 

‘박근혜 방송’

 

27일 9시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세 번째 꼭지로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방문 자체는 이미 예고됐던 일로 뉴스에 뉴스 가치가 있는 내용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양국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라는 수사적인 앵커멘트로 시작한 리포트의 핵심은 단순히 방문 일정 소개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

담을 합니다.”

- “박 대통령은 이어 오는 28일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

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새 지도부를 만납니다.”

- “박 대통령은 29일 특강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과 대화한 뒤 우리 기

업을 시찰합니다.”

- “이어 중국 서부 대개발의 거점 도시인 시안을 방문합니다.”

 

 

이것이 ‘박근혜 방송’의 전형이다.

 

 

국민의 궁금증은 외면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을 근거로 한 KBS뉴스가 오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췌본과 전문을 비교해 잘못된 뉴스가 있었다면 바로 잡고 추가 취재를 통해 진실을 추구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는 외면했다.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한 조합원이 KBS뉴스를 비판하며 내던진 하소연이다.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전문 다른 점은?> 제목의 리포트를 두고 한 말이다. 그래픽 하나 없는 시청자에 대한 불친절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친절과 대비된다.

 

(6월 26일 9시뉴스)

<앵커 멘트>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의원들이나 회담 관련자들이 주장했던 내용과는 다른 부분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발췌본도 전문을 보지 않을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리포트>

국가정보원이 만든 8쪽짜리 발췌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서해 평화 협력지대에서 바다 문제까지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는 구상을 발표해도 되지 않냐고 말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예 좋습니다"라고 답합니다.

 

발췌본은 여기서 끝나지만 전문에는 한강 골재 채취 등 남북 경협 구상에 관한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 설명을 빼고 볼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정원 발췌본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억지 부렸다'는 표현 역시 전문에는 없었습니다.

 

지난 21일 발췌본을 처음 본 여당의원들은 굴욕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서상기(새누리당 의원/20일) : "말하는 도중에 보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기가 막히죠."

 

전문을 보면 '보고'라는 표현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보고를 해줘서 감사하다는 취지였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내용과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란 부분도 전문엔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과 대화록 내용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NLL 논의는 없었다던 설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재정(전 통일부 장관/지난해 12월) : "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 NLL, 경수로 관한 얘기 전혀 없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화록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지난해 대선 직전 논란이 불거지자 남북 정상 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이 공개됨에 따라 역시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에도 없는 내용을 포함한 발췌본을 만들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으로 흘러가 온 나라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갔는데도 이를 ‘오해’ 또는 ‘혼동’으로 보는 KBS뉴스의 시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해’, ‘혼동’ 등의 표현은 대화록 전문과 발췌본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사자들이 내놓는 변명이 아닌가. 더 큰 문제는 뉴스에는 새누리당의 이런 변명조차도 담지 않았다는 점이다.

 

KBS는 지금이라도 국정원을 대상으로 왜 전문과 발췌본이 다른지, 발췌본은 누가 작성했는지 등을 취재하길 바란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다음 기사는 정상적인 기사쓰기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과 대화록 내용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주어로 놓고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정 의원이 한 말도 아닌데도 KBS뉴스는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로 변명을 해주고 있다. 관제방송이라는 비판에 변명이 어려울 것 같다.

 

KBS뉴스가 야권에 대한 보이는 다음과 같은 단호함을 여당이나 청와대에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문이 공개됨에 따라 역시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 9시뉴스에는 어제 KBS뉴스가 외면하거나 피상적으로 보도한 다음의 두 건의 발생에 대한 심층 취재를 기대해 본다.

 

- 권영세 선거상황실장의 “대선 후 NLL 대화록 공개” 발언

- 김무성 선대본부장의 “대선 전 NLL 대화록 입수” 발언

 

국가정보원이 어디까지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발생으로 판단된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일 수도 있다. KBS는 지금이라도 총력 취재에 나서길 바란다. 수신료 인상은 관제방송에서 벗어나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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