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논평]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언론노조논평]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7.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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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헌법재판소가 어제(21일) 수사·정보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용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것을 재판관 전원 일치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 선고하면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며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가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수사·정보기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존중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 법원, 검사 등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모호한 해당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다.

 

앞서 지난 2016년 5월 18일 민주노총을 비롯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는 언론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통신자료 무단수집 피해자 500명이 참여했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장에서 고 이용마 MBC기자(당시 해직 중)는 "MBC 파업때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이게 배임으로 고발되고 처벌도 됐는데, 그 내역이 공개된 배경을 수사한다며 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며 "검찰이 PPT화면으로 내 통신자료조회내역을 보여주고, 누구와 통화나 문자를 했는지를 보여주는데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적인 통화내역와 문자들을 다 들여봤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고 이용마 기자는 "언론인들도 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조회당했다. 이렇게 되면 취재원들이 다 노출이 된다"며 "이러면 언론인들이 어떻게 취재를 할 수 있겠느냐. 언론의 자유 침해이다 취재 방해 행위이기도 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6년 정보인권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의해 '통신자료 제공내역 조회방법'이 알려진 이후 수천만건의 통신자료가 경찰과 국가정보원등 정보·수사기관에게 제공된 것이 드러났다. 언론노조의 경우에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조회 결과를 긴급히 조사한 결과, 조합원 97명의 통신자료 197건이 제공된 것으로 나타난바 있다. 같은 해 3월 10일부터 25일까지 단 보름동안 취합한 결과였다.

 

특히 세월호 1주기 집중 취재기간과 민중총궐기 집중 취재 기간인 2015년 5월과 12월에 통신자료 조회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직후인 12월에는 54건이 제공됐고, 5월 22건, 6월 19건이 뒤를 이었다.

수사기관은 통신자료 조회만으로 취재기자가 어떤 제보자와 접촉했는지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자료 조회를 통해 획득한 정보는 건강보험, 형사사법정보, 차적과 차량 이동경로, 공공기관 보유정보, 소득수준 직장 등 추가 정보 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언론노조는 취재 경로와 취재원, 공익제보자 등이 드러날 수 있는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가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규정하고 관련 법·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소원심판 청구에도 참여했다.

 

수사 상 통신가입자 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차와 요건은 엄격해야 한다. 현재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대해서는 법률상 법원의 통제절차가 없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이동통신사들은 한 해 수백만 건 이상의 가입자 통신자료를 제공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법 집행인지 통제하는 장치도 없고, 정보주체가 자신의 자료 요청 사유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정부, 사업자, 법원 누구도 제도의 공백을 책임지지 않았다. 국회는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을 외면했고 엄격한 사법통제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는 잇달아 수사기관이나 이통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과 정책, 제도 결정주체들이 모두 손 놓고 있는 사이 통신자료 수집 건수는 늘어만 갔다. 2021년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여러 언론 매체의 법조·정당 출입 기자들과 민간인에 대한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이 드러났다. 명확한 조사목적에 대한 설명과 사전 동의 없이 언론의 취재행위를 검열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과거 검찰의 구태를 바로 잡겠다고 만든 공수처가 ‘창조적인 저인망 수사’ 구습에 젖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통해 통신자료 수집 관행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위헌적 상황을 해소하게 돼 다행이다. 수사기관은 저인망식 구태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개선해야 하며, 입법기관은 시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도록 법률개정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통신자료 제공 사실의 통보 외 제공 사유까지 정보주체가 알 수 있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앞으로도 언론인들의 취재 활동의 보장 뿐만 아니라 시민의 정보 인권을 지키는 일에도 힘 보태고 함께할 것이다.

 

 

 

http://media.nodong.org/news/articleView.html?idxno=29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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