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본부 자충수 뒀다
보도본부 자충수 뒀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7.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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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자충수 뒀다

진실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하고 진실을 향한 여정에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나 NLL대화록 관련해 진실공방이 뜨겁다. 이를 보도하는 KBS뉴스를 놓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학계 등이 KBS가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 3일 ‘보도본부 국장, 부장단 일동’ 명의의 성명서는 KBS뉴스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성명에서 수뇌부가 밝힌 ‘뉴스의 원칙과 기준’들은 다음과 같다.

ㅇ 발생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며 각 정파의 의혹 제기와 주장을 사실과 구분한다.

ㅇ 주장과 반론은 균형을 맞춰 보도한다.

ㅇ 결론이 나지 않고 진행 중인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예단이나 섣부른 결론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표현을 자제한다.

ㅇ 가치판단이 개입된 사안에 대해서는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ㅇ 여론의 분열이나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보도는 신중을 기한다.

ㅇ 다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거나 참고해 기사화할 때는 반드시 사실을 확인한다.

현재 이 ‘원칙과 기준’이라는 것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보도본부 수뇌부에서 만들어 부장들에게 하루 이틀 정도 회람한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뉴스의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이런 수준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도본부 수뇌부는 더 잘 알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본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어제의 ‘원칙과 기준’에는 미사여구들이 들어가 있지만 체계적이지도 않고 현대 저널리즘에서는 이미 폐기한 조항들도 들어가 있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도 수뇌부가 밝힌 ‘원칙과 기준’이 KBS가 회사 차원에서 오랜 숙의를 거쳐 만들어 대내, 외에 공표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도 상충된다는 것이다.

보도본부 국, 부장단의 원칙과 기준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

발생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며 각 정

파의의혹 제기와 주장을 사실과

구분한다.

주장과 반론은 균형을 맞춰 보도

한다.

결론이 나지 않고 진행 중인 쟁

점 사안에 대해서는 예단이나 섣

부른 결론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

는 표현을 자제한다.

가치판단이 개입된 사안에 대해

서는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견지

한다.

여론의 분열이나 갈등을 심화시

키거나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보도는 신중을 기한다.

다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거나

참고해 기사화할 때는 반드시 사

실을 확인한다.

정확)

방송제작자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사실 확인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프로그램의 내용에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쳐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에 기초해서 정확함만을 내세우다가 사실의 전후관계나 전망, 판단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을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공정)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언제나 진실에 다가가려는 제작자의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진실)

방송은 사회 문제를 제기하되 해결까지 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소극적인 사실 보도만으로 방송의 책임을 다했다는 태도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제기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문제와 관련된 추가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밝힘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방송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여론형성)

KBS는 민주사회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다양한 의견이 당연히 존재하고, 이는 상호교류를 통해 조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혀 주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안건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찬반의 두 진영으로 갈라려 대립할 때, 현실적으로 KBS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KBS는 민주사회의 공공영역으로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의견이 자유롭게 전개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그 사회적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KBS뉴스에 대한 모니터 의견도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보도 수뇌부가 KBS뉴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반박을 하려면 어느 날 유령처럼 등장한 ‘원칙과 기준’이 아닌 회사의 공식적인 제작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해야 한다. 그러나 어제 성명에는 우리 문제제기의 핵심, 즉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NLL대화록 사건에 대해 KBS뉴스가 얼마나 진실을 보도하려 노력했는가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KBS흔들기’로 매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보도 수뇌부가 어제 성명서에서 밝힌 ‘원칙과 기준’을 회수하기를 촉구한다. 원칙과 기준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공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하자가 심각한 ‘원칙과 기준’이 KBS뉴스의 기준으로 알려지고 확산되는 순간 또 다른 화살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수뇌부가 살자고 보도본부와 KBS뉴스를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

2013. 7. 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7월 3일 보도본부 국,부장단이 올린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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