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도 기준도 없는 민원성, 표적성 '막말'보도
원칙도 기준도 없는 민원성, 표적성 '막말'보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7.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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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도 기준도 없는 민원성, 표적성 ‘막말’ 보도

 

정치뉴스 쇄신 없이 KBS뉴스 개혁 어려워

 

 

원칙이나 기준은 일관되어야 하고 정파나 이해에 관계없이 불편부당해야 인정을 받고 또 강제력을 가질 수 있다. 뉴스는 특성상 결과가 올바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준이 없다. 대신 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있어서 그 절차만 제대로 지키면 결과도 바르고 공정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것이 내용 이전에 뉴스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그러나 KBS의 정치뉴스는 이런 원칙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정파에 따라 권력에 따라 기준의 적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막말’ 논란 보도이다.

 

7월 14일 9시뉴스는 <의원 징계 윤리특위 ‘자동상정 추진’>이라는 꼭지를 보도했다.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국회 윤리특위를 비판하면서 국회의원이 한 막말에 대한 징계안이 특위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법안을 누군가 발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 저변에는 ‘막말은 나쁜 것이고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깔려 있었다. 뉴스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날 보도는 얼핏 새로운 얘기로 보이지만 사실상 재방송 수준이었다. 9시뉴스는 5월 17일에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두 뉴스를 비교하면 기사 내용이나 전개 방식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

 

 

2013. 7. 14

2013. 5. 17

 

 

 

 

<앵커 멘트>

 

의원들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국회가 만든 윤리특별위원회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표현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까지 포함해 19대 국회 들어 의원 징계안 12건과 자격심사안 2건이 윤리특위에 접수됐지만, 아직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간 회의도 9차례 여는 데 그쳤습니다. 이렇게 실적은 별로 없는데도 특위예산은 연간 2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러다 보니 윤리특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막말 시비 등으로 윤리특위에 접수돼있는 의원 징계안은 12건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쓸모없다는 뜻의 비속어를 사용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여당 후보를 비하하는 표현을 트위터에 올렸던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입니다. 두 의원의 징계안은 각각 8개월과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윤리특위에 묶여 있습니다. 여야는 상대당 의원을 제소할 때만 목소리를 높일 뿐 결과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녹취>전 국회 윤리특위 관계자(음성변조): "정치적으로 정쟁의 도구로서 남발하는 게 심하고 실제 심사는 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윤리특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의원징계안 자동상정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징계안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안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게 핵심입니다.

 

 

<인터뷰>이군현(새누리당 의원):

"국회의원의 품격에 맞지 않는 처신이나 말을 했을 때는 징계돼야 되지 않겠어요? 국민의 대표인데."

 

국회 정치쇄신특위에도 별도의 윤리특위 개선안이 상정돼 조만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정치쇄신을 위한 기획보도, 오늘은 국회 윤리특위를 짚어봅니다. 어느 집단이고 스스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자정기능이 상실되면 부패하게 돼있습니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만든 윤리특위가 바로 그 자정기능을 해야 할 텐데, 19대 국회 들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습니다.

 

<리포트>

야권 후보 단일화에 쓸모 없다는 뜻의 비속어를 사용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는 표현을 트위터에 올린 민주당 이종걸 의원, 각각 6개월 전과 9개월 전에 제출된 두 의원의 징계안은 아직도 윤리 특위에 묶여 있습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는 19대 국회 들어서만 의원 징계안 11건을 접수했지만 처리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여야간 정치 논리에 휩싸여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탭니다.

 

<녹취> 김태흠(새누리당 윤리위 간사) :

"민주당에서 정략적이고 민주당 소속 의원 보호하기 위해 윤리 특위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박범계(민주당 윤리위 간사) :

"여야 형평성 없게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죽이고 하니까. 그 절차에 어떻게 동의를 해줘요."

 

지난 3월 제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은 아예 단 한번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19대 국회 윤리특위 활동을 분석한 결과, 1년 동안 8차례 회의에 총 회의 시간은 5시간 52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3차례는 만난지 10여분 만에 헤어졌습니다. 역대 징계안 처리 결과를 봐도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8대 국회 때 여대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전 의원의 징계안 가결이 유일한 실적입니다.

 

<녹취> 이현출(국회 입법조사 심의관) :

"외부 인사들로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를 구성해 윤리특위가 이들의 결정에 구속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야는 상대당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할 때만 목소리를 높일 뿐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활동 실적이 거의 없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는 연간 2억 5천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재방송 뉴스’를 한 것일까? 두 꼭지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면 두 부분이다.

 

-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표현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

- 의원징계안 자동상정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인터뷰>이군현(새누리당 의원): 국회의원의 품격에 맞지 않는 처신이나 말을 했을 때는

징계돼야 되지 않겠어요? 국민의 대표인데

 

 

‘민주당 의원의 막말이 있었고 이를 징계하기 위한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 발의’를 강조하기 위해 재방송 뉴스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더구나 법안의 ‘발의’와 ‘추진’은 엄연히 다르다. 뉴스가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를 모두 ‘추진’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정도의 단신이 적절한 내용이 리포트로 둔갑되면서 재방송에 표적성, 민원성 뉴스로 전락한 것이다.

 

 

여당에 불리하면 축소, 야당에 불리하면 확산

 

요즘 KBS뉴스는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 민주당 이종결 의원의 막말을 동급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동등한 기준으로 불편부당하게 보도했을까? 아니다.

 

2012년 11월 9일 김태호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아침 공식 회의석상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비난하며 ‘홍어○’이라는 욕을 했다. 당일 9시뉴스는 정치뉴스 리포트 말미에 한 줄 걸치는 정도였다. 오히려 기사를 거꾸로 뒤집어서 방송하기 까지 했다. 이종걸 의원의 막말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막말 보도

민주당 이종걸 의원 막말 보도

선대위 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은 단일화를 비난하며 막말을 했다가 파문이 예상되자 바로 사과했습니다.

(2012. 11. 9. 9시뉴스).

 

 

김태호 의원은 오늘 오전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국민을 현혹시키는 단일화에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홍어가 포함된 속어를 사용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야권 후보 두 사람이 국민을 무시하는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 지나쳐서 과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사과했습니다.

(2012. 11. 9. 7시뉴스).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로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후보를 지칭했다 논란을 빚자 오타였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박근혜 후보측은 박 후보와 여성,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이종걸 의원에게 촉구했습니다.

 

(2012. 8. 7. 9시뉴스)

<앵커 멘트>

박근혜새누리당 경선후보를 비하한 이종걸의원에게 새누리당과 여성단체들의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이 의원은 유감을 거듭 표하며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리포트>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종걸 의원을 앞다퉈 성토했습니다. "후안무치","망언"이라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심재철(새누리당 최고위원) :

"김용민 후보의 막말 DNA, 그리고 임수경 의원의 막말 DNA 를 그대로 물려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녹취> "사퇴하라! 사퇴하라!"

새누리당 여성위원회는 규탄대회를 열고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김을동(새누리당 의원) :

"대한민국의 여성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에 공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박사모'는 물론,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도 민주당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공천 비리 의혹을 물타기 하려고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녹취> 박용진(민주통합당 대변인) :

"공천장사 비리 의혹이 박근혜 의원을 향하자, 이를 막기 위한 지나친 정치공세로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어젯밤까지 "유감을 거듭 표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던 이 의원은 오늘은, 언행에 신중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같은 오락가락 입장 표명에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이 의원의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당 차원에서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2012. 8. 9. 9시뉴스)

 

 

 

 

이를 두고 KBS뉴스 옴부즈맨 가운데 한 명은 이렇게 비판했다.

 

“여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주자였으며 선대위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이 정치 지도자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표현을 써가며 야권후보의 단일화 움직임을 비난한 사건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다가 막말을 쓰게 되었는지, 그 막말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각계의 비난여론이 있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고 그냥 한 줄의 기사로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KBS뉴스 옴부즈맨)

 

 

 

새누리당 김재원 전 대변인 막말 파문 기사 누락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당시 새누리당의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재원 의원이 기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다른 언론들은 모두 다루었지만 KBS 9시뉴스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후 보도된 기사는 더욱 문제가 있었다. 본인까지 시인하고 사과한 사안을 ‘한 것으로 알려져’로 표현했으며 논란의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로 기사가 작성됐다.

 

“새누리당의 새 대변인으로 내정된 김재원 의원이 기자들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KBS뉴스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왔는지 보도본부 수뇌부에게 묻는다. 이런 지적을 ‘음모’ 또는 ‘흔들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설명을 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수정하는 것이 더 큰 오류를 막는 길이라고 본다. 언론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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