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 특집: 총 1305분(22시간) 쓰나미 편성
정전 60주년 특집: 총 1305분(22시간) 쓰나미 편성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7.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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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공추위보고서]

 

정전 60주년 특집 편성; ‘박근혜 코드 편성의 극치

- 총 22개 프로그램 1305분(약 22시간) 쓰나미 편성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을 전후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재방 포함 무려 22개나 편성된다. 방송 시간으로 환산하면 1305분, 거의 22시간에 달한다. 전국방송 프로그램이 16개, 지역총국 로컬방송이 6개이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담을 맞아 무려 3300분의 관련 특집을 편성해 ‘MB 헌정방송’이라고 조롱받았던 악몽이 다시 재연되는 느낌이다.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전기념일을 맞이해 남북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들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특히 여타 다른 기념일과의 형평성이나 프로그램 주제 선정의 편향성 측면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22개의 프로그램, 1305분이라는 시간은 분명 과하다. 이성적인 편성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전 50주년이었던 2003년에는 7개의 프로그램(재방 포함), 410분을 편성했다. 사실 50주년의 편성 규모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여느 때보다 많은 편성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그런데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50주년보다 더 기념해야할 이유가 대관절 무엇이기에 무려 3배 규모의 편성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정전60주년(2013)

정전50주년(2003)

3.1절90주년(2009)

4.19 50주년(2010)

5.18 30주년(2010)

프로그램 수

22

7

3

6

4

총방송시간(분)

1305

410

155

315

205

 

(3.1절 90주년 + 4.19 50주년 + 5.18 30주년) 다 합해도 정전 60주년 절반

둘째, 이러한 쓰나미 편성의 속내는 결국 박근혜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안보 코드’. 지난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안보’라는 이슈는 전가의 보도였다.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덮는 데에도 쓰였고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요긴한 탈출의 수단이었다. 남북관계의 파탄으로 정작 안보를 위기에 빠트린 당사자이면서 안보를 최우선적 가치로 내세우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민주, 반독재, 항일 등의 이슈는 홀대를 해왔다.

지난 5년동안 KBS의 최고 경영진들은 이러한 정권의 분위기에 적극 동조했다. 관련 편성을 살펴보면 보다 확연하게 알 수 있다.(표 참조) 2009년 3.1절 90주년 특집은 3개 프로그램, 155분에 불과했다. 2010년의 4.19 50주년과 5.18 30주년은 각각 6개와 4개 프로그램만을 편성했다. 이들 특집을 다 합해도 675분으로 정전 60주년 특집 편성 시간 1305분의 반밖에 안된다. 과연 3.1절 90주년이, 4.19 50주년이, 5.18 30주년이 정전60주년 보다 의미가 작다고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KBS 수뇌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권의 관심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정전체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은 외면한 채 안보의식 강화만을 역설

셋째, 관련된 기획안을 살펴보면 정전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개인이 경험한 전쟁의 참화, 혹은 전쟁이 가져온 개인사적 변화를 서술하는데 집중한다. 물론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 무조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그렇다면, 그 많은 프로그램 중 정전체제에 대한 구조적 조망을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면 이는 분명 문제다.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DMZ이나 평화라는 단어로 제목이 치장되어있지만 진정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해야하는 지, 지금 현재 극복해야할 문제는 무엇인지 지적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드물다. 정전 50주년인 2003년에는 [전쟁과 평화]라는 5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전체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시도했다. 10년 전 보다도 퇴보한 셈이다.

이처럼 북한 문제를 다루는 KBS의 관점은 항상 피상적이고 정권 편향적이다. 정규 프로그램도 이 관점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명박 집권 이후 남북관계는 거의 파탄이 났지만 KBS에서 이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단순히 국민들의 안보의식 고취를 주문할 뿐이다.

 

방송 편성의 독립은 법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독립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언론 자유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길환영 사장에게는 이게 없다.

 

 

2013. 7. 23.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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